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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과나무

네가 없는 곳

 

 


지금은

네가 없는 곳

하아얀 바람만

불에 타는 곳

여름해만 못 견디게

부서지는 곳

이따금

칼이 우는 곳

다시는 부를 수 없는

네가 아아

바람이 자는 곳

맨드라미도 자는 곳

저주받은 사랑만

불에 타는 곳

사랑마저 팔아버린

밤이 있는 곳

비겁하게 비겁하게

떠나 온 곳

개미처럼 살자고

너를 껴안던 곳

지금은

네가 없는 곳

허나 밤이면 억세게

나를 깨우는

네가 있는 곳!

 

 

                 「네가 없는 곳」
                   이승훈 詩集 『당신의 방』(문학과지성, 1986)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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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떠난 자리에 여운은 남아 냄새로 남는다. 지천으로 흐드러진 꽃이 되고 나비가 된 기억은

그렇게 피어나는 봄과 함께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른다. 어느 먼 곳에 있는 너, 숱한 계절을 지나

바람에 실려오는 想象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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