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서울역 앞을 지나다. 오래전 여기서 기차를 탔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아마도 그랬을 것이다. 어떨
때는 
기억이 기억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막다른 길로 들어섰다. U턴 표시가 없으면 돌아나갈 수 없는 것일까. 삶에도 이런 표시가 있으면 굳이 돌아
나오는 수고를 덜 수도 있을 텐데...

골목은 핏줄, 집들과 집들을 숨쉬게 한다. 그리고 그 골목으로 사람들이 흘러다닌다.

누구나 찍었을 철든놈 간판. 언어의 유희는 허파와 쓸게 중간쯤을 간지럽히는 것 같다. 이런 걸 보면 그쪽이
가려워지기 때문이랄까...

비좁은 골목은 볕이 잘 들지 않는다. 집들이 가진 마음의 그늘. 때론 이렇게 비좁은 사이가 편안해질 때가
있다. 나를 꽉 안아주던 그 시작을 기억하게 해주거든.

계단은 두 가지 감정을 전달한다. 정갈한 질서와 공포. 저 질서정연한 직각의 계단들은 한치의 틀림없이
일정한 호흡과 보폭을 요구한다. 그러나 그 각도가 조금 달라지면 떨어지는 먹이를 씹는 거대한  괴물과
다름이 아니다. 얼마나 많은 추락을 저 계단은 꿈꾸는가. 




좀 넓은 길이란 결국 차가 다닐 수 있다는 얘기다. 골목과 골목을 흘러다니는 것은 사람이 아니라 차가

되어버렸다. 피가 통하지 않는다. 집이 숨을 쉬지 않고 있다!


오래 전의 추억을 따라 서울역 - 남영동 - 문래동 - 사당동, 쓸데없는 아포리즘...2012년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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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감성호랑이 2012.05.03 15:15 신고

    뭔가..삭막해졌네요..골목이..

    • coolpoem 2012.05.03 16:36 신고

      전 이런 고요함이 더 좋은데...다 다른거겠죠?...

  • 도플파란 2012.05.03 16:43 신고

    흑백사진이 멋져요...ㅎㅎㅎ 저도 흑백을 배울까 고민중인데...
    가끔.. 흑백처리 해보는데... 잘 안되더라구요...ㅎㅎ

    • coolpoem 2012.05.04 16:52 신고

      흑백은 현란한 색을 넘어서 차분히 대상을 바라볼 수 있게 해주는 것 같아요. 관심이 있으시면 길이 보이실 겁니다 좋은 흑백사진 올려주세요...

  • 제2의눈™ 2012.05.03 16:55 신고

    골목의 의인화표현 정말 기발한 발상이십니다^^

    • coolpoem 2012.05.04 17:03 신고

      모든 사물에 영혼이 들어있다고 믿는 것은 아주 오래전 부터지요 ㅎㅎ 그 골목이 가로등이 우리를 기억하고 있을 지도 모를 일입니다. 반갑습니다 눈님...

  • 솜다리™ 2012.05.03 21:42 신고

    옛추억을 떠올리게 만드는 골목길..
    참 많이 변한듯 하내요^^
    소소한 서울골목길 풍경.. 잘 보고 갑니다~

    • coolpoem 2012.05.04 17:04 신고

      그래도 저 루트들은 변하지 않은 길로만 다닌거에요. 아직 저대로 남아 있다는게 놀라웠습니다...

  • Capella★ 2012.05.04 09:31 신고

    그러게요 "막다른길" "돌아가시오" 이런 표지판이 인생에도 있으면 참 좋을텐데요 ㅠ.ㅠ
    서울역 저도 아주아주아주 어렸을 때 저기서 기차탔던 기억이 나요 ㅎㅎ
    사진 멋있어요 :)

    • coolpoem 2012.05.04 17:07 신고

      그렇긴 한데 불확실성이 결국 삶을 새롭게 하는 힘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그래도 힘들 땐 그런 생각이 들곤하죠 ㅎㅎ

  • 신짱 2012.05.04 14:25 신고

    흑백 사진 느낌이 좋네요. 다섯번째 사진 같은 풍경이 제가 상상하는 골목길의 이미지랄까요?

    • coolpoem 2012.05.04 17:09 신고

      신짱님의 기억에 남은 골목길...어디엔가 현존했을 그리고 여러 기억과 이미지들이 분리되고 겹쳐지고 조합된 그런 풍경...신짱님도 낡고 오래된 이미지들에 호감이 많으신 듯 하네요...

    • 신짱 2012.05.07 07:15 신고

      그럼요. 예전보다는 훨씬 더 관심 가지게 되었어요. 역시 좀 나이가 드나봐요. 하하-

    • coolpoem 2012.05.08 14:46 신고

      조금?ㅎㅎ

  • 2012.05.04 17:01

    비밀댓글입니다

    • coolpoem 2012.05.04 17:18 신고

      영화에서 보면 누군가 그 장소에 서있고 그리고 또 다른 시간 같은 장소에 다른 사람이 같은 자세로 서있는 장면이 있죠. 아마 그렇지 않았을까. 서울역은 우리를 기억하고 있을 겁니다, 아마...
      좁디좁은 그런 골목의 이미지, 카스바...

  • hungryalice 2012.05.04 21:22 신고

    왠지... 비슷하면서도 다르네요 ㅎㅎ
    일본의 골목과는....
    왜이렇게 삭막해 보일까요.
    일본은 아기자기 하고 막 그런 분위기 인데 말이죠 ㅠㅠ
    조금 슬퍼 집니다 ㅠㅠ

    • coolpoem 2012.05.06 15:01 신고

      관점과 감정, 인식...여러 의미들이 다른 느낌을 주는 거겠죠. 음...전 삭막하기보다는 추억과 쓸쓸함, 그리고 다른 종류의 애잔함도 가졌답니다, 저 골목 풍경들과요.
      거리, 골목, 도시의 형태는 역사의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게 되는데 일본과 한국의 역사가 다른 만큼 골목의 인상도 많이 다르겠죠. 일본 골목 사진도 함 올려주세요...

  • 해우기 2012.05.08 12:59 신고

    이런 길...참 좋아하는데.....
    아......걷고 싶어지네요

    • coolpoem 2012.05.08 14:53 신고

      태백에도 또 다른 골목이 있지 않을까요? 서울은 이런 골목들이 점점 사라져가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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