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잠 자던 가로등
투덜대며 눈을 뜨고
건넛집 옥상 위
개운하게 팔다리를 흔들며
옥수수 잎새
낮 동안 이고 있던 햇살을 턴다
놀이에 지친 아이들 잠들고
한강을 건너온 달빛
젖은 얼굴로
불 꺼진 창들만 골라
기웃거린다 안간힘으로 구름을 밀며
바람이 불고
일터에서 돌아오는 남도의 사투리들
거리를 가득 메운다
하나 둘 창마다 불이 켜지고
소스라쳐 빨개진 얼굴로 
달빛 뒷걸음친다
비로소 가는 비 맞은 풀잎처럼
생기가 돈다, 마포 산동네


                                              「마포 산동네」
                                                이재무 詩集 『온다던 사람 오지 않고』(문학과지성, 1990)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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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에 그를 만난 적이 있다. 어렴풋한 기억이 그의 얼굴을 희미하게 그린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지났다. 
시간은 결코 공리적이거나 정의롭지 않다. 개인의 시간, 또 공간의 시간은 상대적이다. 그의
시간과 나의 시
간은 결코 등가적이지 않고, 산동네도 도심의 시간도 결코 동일하지 않다.  그런 다른
시간들이 삶을 공간을, 그 의미들을 다르게 
하는 이유 중의 하나이다...

지난 여름 @ 서울, 창신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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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에실려 2012.10.29 17:03 신고

    계단끝에 앉아 부채질 하시는 할머님의 모습이 참 인상적입니다. 더운 여름날 무더운 날씨에 잠못이루는 손자를 위해 자신도 더우면서 손자 잠들기 까지 부채질 해주시는 사랑의 부채였는데..
    아무 손자를 기다리릴까요? 잘 봤습니다.

    • coolpoem 2012.11.07 16:18 신고

      저는 풍경 만을 봤는데 그 안의 정경까지 보셨네요. 세월의 흐름에 대한 서글픔은 골목에 대해 가지는 쓸쓸함과 같은 의미가 아닐까 생각이 드네요.

  • 아레아디 2012.10.30 01:37 신고

    좋은 사진 잘보고 갑니다`
    편안한밤 되시길 바래요~

  • 좀좀이 2012.10.30 01:42 신고

    처음 사진을 보고 이문동 달동네인 줄 알았어요. 이문동 달동네를 많이 보아서 그런지 풍경이 매우 친숙해 보이네요. 할머니께서는 부채질하시며 계단에 앉아 무슨 생각을 하셨을까요...좋은 사진 잘 보고 갑니다.^^

    • coolpoem 2012.11.07 16:24 신고

      종암동까지는 올라가 봤는데 이문동은 잘 모르겠어요. 지금이야 많이 없어졌지만 많은 달동네가 있었지요...그런 풍경들은 비슷비슷한 것 같아요. 그만큼 삶의 슬픔의 무게는 똑같기 때문이지 않나 싶어요...ㅎㅎ

  • 솜다리™ 2012.10.30 01:58 신고

    부산에도.. 이런 길... 넘 눈에 익은듯한 풍경이내요..^^

    • coolpoem 2012.11.07 16:25 신고

      네, 골목길 안 풍경은 모두 비슷한 것 같아요. 우리의 삶이 별반 다르지 않듯...

  • papam 2012.10.30 02:39 신고

    마포 사진을 보내 참 기분이 새롭습니다.
    사진도 보기 좋구..요

    • coolpoem 2012.11.07 16:26 신고

      글 제목이 마포 산동네이긴 한데 실제 사진은 창신동이랍니다...다음에 언제 마포 사진을 찍어봐야겠네요. 아현동 골목길...그립네요.
      반갑습니다 papam님...

  • hungryalice 2012.11.02 22:26 신고

    이번에 부산 갔다가 엄청 왔다 갔다 한 길이랑 비슷하네요 ㅎㅎㅎㅎ
    어디든.. 다르지만 비슷한 삶을 살고 있는 듯한 느낌이네요 ㅠㅠ

    • coolpoem 2012.11.07 16:27 신고

      네, 본질은 똑같다는...우리의 삶 또한...

  • 2012.11.08 19:03

    비밀댓글입니다

    • coolpoem 2012.11.13 17:30 신고

      예전에 종로뒷골목 때로 비슷한 얘기를 했었죠.
      이런 풍경도 언젠가는 자본을 등에진 개발논리로 다 없어지겠죠...

  • 팬소년 2012.11.09 07:52 신고

    저도 여기에 살았던 적이 있었드랬죠.
    웬지 제가 살던 곳이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드네요.

    그때 같은 동네에 살던 누나들이 생각납니다.
    엄청 잘해줬던 기억이..

    • coolpoem 2012.11.13 17:31 신고

      예전에는 길이 더 험했겠죠? 그 좁을 골목길, 하지만 꿈이 있었던 그 어린 날의 기억들이 그렇게 저 골목의 지나는 바람을 따라 날아오느네요. 팬소년님의 기억도 그렇게 가끔씩 날아오르는 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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