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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과나무

소금바다

 

 

 

나도 낡고 신발도 낡았다
누가 버리고 간 오두막 한 채
지붕도 바람에 낡았다
물 한 방울 없다
아지 못할 봉우리 하나가
햇볕에 반사될 뿐
鳥類도 없다
아무 것도 아무도 물기도 없는
소금 바다
주검의 갈림길도 없다.


「소금바다」
   김종삼 『김종삼 全集』(청하, 1995) 




적막은 무화과 이파리 위 한낮의 햇살도 낡게 하고 텅 빈 서점 가지런한 책들의 글자들 짚어가며 지나가던 손가락을 낡게 한다. 그리하여 삶이여 인생이여 그 낡은 대지 위에 거느린 오랜 추억만이 지난 시간들을 이야기하고 있을 뿐, 갈림길도 없는 정갈하고 고요한 질서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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