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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과나무

선운사에서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님 한 번 생각할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그대가 처음
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

멀리서 웃는 그대여
산 넘어 가는 그대여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이더군
영영 한참이더군


                      「선운사에서
                        최영미 詩集『서른 잔치는 끝났다』(창작과비평사, 1994)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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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권력으로 읽어도 사랑으로 읽어도 봄으로 읽어도 서운하기는 매한가지. 봄날인데 왜 이리 서늘한건지 곧 따뜻해지겠지, 곧 더운 바람이 남쪽에서 불어오겠지. 그리고 서늘한 그리움도 함께 가시겠지...

두번 째 ● Manha De Carnaval(Morning of Carnival) from Movie 'Orfeu Negro(Black Orpheus.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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