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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과나무

오래 기다리면 오래 기다릴수록




   바람이 가진 힘을 모두 풀어 내어 
   개울물 속에서 물방울이 되게 바람을 적시는 비
   비 같은 사람을 만나려고 늦가을의 미루나무보다도 훤칠하게 서 있어 본 사람은
보이겠다,  오늘 중으로 뛰어가야 할 길을 바라보며  초조히 구름 속을 서성거리는
빗줄기, 빗줄기쯤.


                                               「오래 기다리면 오래 기다릴수록」 
                                                 신대철 詩集『무인도를 위하여』(문학과지성, 1977)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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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는 날, 젖어 본 사람은 안다, 옷깃에 여며오는 눅눅한 슬픔을.
먼 길을 돌아가며 너를 그리워해야 할 것을 알게될 것이므로 나는 슬픈 것이고,
그 슬픔, 개울물에 적셔 비를 만드는 바람만이 허공에 몸짓을 남길 수 있을 것이다.
너를 그리워하고 기다리며 나는 떠나가고, 너와 멀어질 수록 나는 너를 더더욱 그리워할 것이므로
그 깊은 마음 모두 풀어내 바람쯤 한 번 불러낼 수 있을까, 가만히 가만히 그 먼 시간을 속삭이며.
오래 기다리면 오래 기다릴수록...

두번째  고백 by 하비누아주(Ravie Nuage,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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