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가진 힘을 모두 풀어 내어 
   개울물 속에서 물방울이 되게 바람을 적시는 비
   비 같은 사람을 만나려고 늦가을의 미루나무보다도 훤칠하게 서 있어 본 사람은
보이겠다,  오늘 중으로 뛰어가야 할 길을 바라보며  초조히 구름 속을 서성거리는
빗줄기, 빗줄기쯤.


                                               「오래 기다리면 오래 기다릴수록」 
                                                 신대철 詩集『무인도를 위하여』(문학과지성, 1977)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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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는 날, 젖어 본 사람은 안다, 옷깃에 여며오는 눅눅한 슬픔을.
먼 길을 돌아가며 너를 그리워해야 할 것을 알게될 것이므로 나는 슬픈 것이고,
그 슬픔, 개울물에 적셔 비를 만드는 바람만이 허공에 몸짓을 남길 수 있을 것이다.
너를 그리워하고 기다리며 나는 떠나가고, 너와 멀어질 수록 나는 너를 더더욱 그리워할 것이므로
그 깊은 마음 모두 풀어내 바람쯤 한 번 불러낼 수 있을까, 가만히 가만히 그 먼 시간을 속삭이며.
오래 기다리면 오래 기다릴수록...

두번째  고백 by 하비누아주(Ravie Nuage,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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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솜다리™ 2013.02.20 17:22 신고

    매마른 감성에 촉촉한 단비를 내려주시는 듯 하내요^^

    • coolpoem 2013.02.22 18:36 신고

      솜다리님 감성이야 항상 촉촉하시지 않나 싶은데요 :)

  • 바람에실려 2013.02.21 07:15 신고

    노래중에 비와 외로움이란 노래를 참 즐겨 부르는데 그 노랫말 가사가 생각나는 사진입니다. 잘 봤습니다.

    • coolpoem 2013.02.22 18:35 신고

      덕분에 오랜만에 들어봤어요. 박민규의 Rock version도 좋네요. 비오는 날 한적한 카페 창가에 앉아 이 노래를 들으며 차를 마셔도 좋을 듯...

  • 2013.02.22 20:19

    비밀댓글입니다

    • coolpoem 2013.02.22 20:40 신고

      아주 오래전 누군가를 아주 오랫동안 기다린 적이 있어요. 만나진 못했지만 그리 아픈 기억도 아닌데, 왜 그 기억은 잊혀지지 않을까...

      비가 오면 장화와 우산으로...오늘 여긴 소나기가 퍼붓고 갔어요. 맑아지고 추워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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