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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과나무

입맞춤


   선일여자고등학교 2층 복도 같은 복도입니다. 그런 복도라면 나는 복도 위의 복도와
   복도 아래의 복도를  미끄러질 수 있습니다.  우리들은 대걸레를 밀며 달려갔다 달려
왔지요. 그런 복도라면 어느 쪽도 이쪽이어서 우리들은 계단을 함부로 오르내렸지요.
   여자애가 화장실에서 치맛단을 접고 나올 때는 말입니다. 무릎이 보일 듯 말 듯 했지
만요. 이쪽과 이쪽 사이에서 못 할 말이 뭐 있겠습니까?  우리는 생각보다 참 욕도 잘했

   참 쉽게 웃기도 잘했습니다. 창문에 붙어서 우리는 창문만 닦았고, 그런 복도라면 우
리는 복도 위의 복도와 복도 아래의 복도에서 창문만 닦았겠지만,
   정말 뭐가 더 잘 보였겠습니까? 어쩌면 선일여자고등학교 2층 복도같은 복도입니다.


                                      「입맞춤 - 사춘기 2
                                        김행숙 詩集『사춘기』(문학과지성,2003)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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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 of the Statues, The Kiss
원본은 Alfred Eisenstaedt의 사진, "The Kiss(1945)"

두번 째 ● My Lady D'arbanville by Cat Stevens (그리운, 오래 전의 Yusuf Isl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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