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마산의 선창에선 좋아하는 사람이 울며 나리는 배에 올라서 오는 물길이 반날

갓 나는 고당은 갓갓기도 하다

바람맛도 짭짤한 물맛도 짭짤한

전북에 해삼에 도미 가재미의 생선이 좋고
파래에 아개미에 호루기의 젓갈이 좋고

새벽녘의 거리엔 쾅쾅 북이 울고
밤새껏 바다에선 뿡뿡 배가 울고

자다가도 이러나 바라도 가고 싶은 곳이다

집집이 아이만한 피도 안 간 대구를 말리는 곳
황화장사 령감이 일본말을 잘도 하는 곳
처녀들은 모주 어장주한테 시집을 가고 싶어 한다는 곳
산 너머로 가는 길 돌각담에 갸웃하는 처녀는 금錦이라든 이 같고
내가 들은 마산 객주집의 어린 딸은 난蘭이라는 이 같고

난蘭이라는 이는 명정골에 산다든데
명정골은 산을 넘어 동백나무 푸르른 감로같은 물이 솟는 명정샘이 있는 마을인데
샘터엔 오구작작 물을 깃는 처녀며 새악시들 가운데 내가 좋아하는 그이가 있을 것만 같고
내가 좋아하는 그이는 푸른 가지 붉게붉게 동백꽃피는 철엔 타관 시집을 갈 것만 같은데
긴 토시 끼고 큰 머리 얹고 오불고불 넘엣거리로 가는 연인은 평안도서 오신 듯한데 동백꽃 피는 철이 그 언제요

녯 장수 모신 낡은 사당의 돌층계에 주저앉어서 나는 이 저녁 울 듯 울 듯 한산도 바다에 뱃사공이 되어가며 
녕 낮은 집 담 낮은 집 마당만 높은 집에서 열나흘 달을 업고 손방아만 찧는 내 사람을 생각한다


- 백석, '통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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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놓아둔 길만큼이나 고즈넉한 기억이다

바다도 바람도 그 위를 뛰어다니던 햇살도

오래오래 두고볼 풍경이다, 그리고 그대도...

Todo Mi Horizonte Eres Tu Eres Tu. Asi Asi, Eres Tu


지난 여름 @ 남해바다


●  Eres Tu by Mocedades (1973 Eurovi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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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eborah 2017.09.07 23:58 신고

    통영을 담은 사진 한장이 주는 의미가 상당하군요. 추억의 사진을 꺼내 보신 소감이 어떻 하신지요? 처음 방문합니다. 반갑습니다.

    • coolpoem 2017.09.14 13:48 신고

      사진 정리가 게을러져서 속죄하고 있습니다, 저에게. 방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루비™ 2017.09.10 23:34 신고

    통영 섬들의 아름다운 선을
    모노톤으로 표현하시니 너무 좋습니다.
    색다른 시각으로 통영을 보게 하네요.

    • coolpoem 2017.09.14 13:49 신고

      흑백의 평안함이 색을 감춘 그 느낌이 그날 저 풍경을 바라보던 느낌이었어요. 그런 느낌이 전달된 것 같아 다행입니다 :)

  • 겨울뵤올 2017.09.13 14:18 신고

    아- 이 글 보니 통영 가고 싶네요.
    2013년도 11월에 처음 갔던 뒤로 한번도 못 갔는데, 얼마 전에 잠깐 그리워졌었거든요. 그리움이 다시 살아나네요.

    • coolpoem 2017.09.14 13:53 신고

      통영가면 루지도 타보세요. 전 세계 6곳에 있는 체인인데 올해 2월에 생겼어요. 루지타고 건너편에 있는 케이블카 타고 노을보고 내려오면 좋을 듯. 꼭 가보세요 맛난것도 드시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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