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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章詩 2020-2023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 더보기
그곳에 다녀왔다 - 사유의 방 사유의 방(思惟之房). 생각이 포괄적인 인식의 기본개념과 범위를 정의한다면, 사유는 좀 더 철학적인 의미를 가진다. 그리운 사람을 떠올리는 건 생각이고, 그 사람의 그리움이 나의 의식적 존재의 의미로 와 닿는다면 사유다. 데카르트가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cogito, ergo sum)'고 말하며 존재의 증거를 들었을 때 - 번역은 생각으로 되어 있지만 - 그 의미가 사유에 가깝다. 로스코 채플(Rothko Chapel, 미국 휴스턴)과 비교해 본다면, 두 곳 모두 같은 공간적 그리고 공감각적 경험을 체험하게 하지만, 로스코 채플이 색을 통한 미학적 엄숙함의 경험을 선사할 때 '사유의 방'에서 우리는 시간을 통한 철학적인 엄숙함에 대한 질문을 받게 된다. 반가부좌를 틀고 현실에서 고통받는 중생.. 더보기
12월의 詩: 너, 없이 희망과 함께 너는 왔고 이 세기의 어느 비닐영혼인 나는 말한다, 빌딩 유리 벽면은 낮이면 소금사막처럼 희고 밤이면 소금이 든 입처럼 침묵했다 심장의 지도로 위장한 스카이라인 위로 식욕을 잃어 버린 바람은 날아갔다 너는 왔고 이 세기의 모든 비닐영혼은 말한다, 너, 없이 나는 찻집에 앉아 일금 3유로 20센 트의 희망 한 잔을 마셨다, 구겨진 비닐영혼은 나부꼈다, 축축한 반쯤의 태양 속으로 너는 왔는데도 없구나, 새롭고도 낡은 세계 속으로 나는 이미 잃어버린 것을 다시 잃었고 아버지의 기일에 돋는 태양은 너무나 무서웠다 너는 왔고 이 세기의 비닐영혼은 말한다, 네 손에서는 손금이 비처럼 내렸지 네가 왔을 때 왜 나는 그때 주먹을 쥐지 않았을까, 손가락 관절 마디마다 돋아드는 그림자로 저 완강한 손금비를 후려치지 않았을.. 더보기
어떤 경우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 더보기
5月의 詩: G·마이나 물 닿은 곳 神恙의 구름밑 그늘이 앉고 杳然한 옛 G·마이나 김종삼「G·마이나 ㅡ 全鳳來兄에게」 미술을 색과 형태의 틀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했던 모더니즘 미술가들에게 음악은 가장 이상적인 예술이었다. 그들이 형태를 너머 추상으로 달려갔던 것은 물질적인 形과 態에 제한을 두지 않는 음악을 닮기 위해, 범위없는 자유로움으로 어떤 공간이든 시간으로든 한없이 날아가 우리의 마음에 날아와 앉을 수 있는 음악의 자유로움을 미술 안에 가져다 놓기 위함이었다. 벙거지 모자의 늙은 시인은 그런 음악을 종이 위로 날아와 앉게 한다. 자살한 文友*를 추억하며 그가 청해 들으며 죽었던 바흐의 선율을 종이에 옮겨적으며 문장 사이 그 공간에 이별의 슬픔과 그리움을 극도의 절제된 감정으로 담았다. '물이 닿'은 곳, 神恙(신양), .. 더보기
12月의 詩: 조그만 사랑노래 어제를 동여맨 편지를 받았다 늘 그대 뒤를 따르던 길 문득 사라지고 길 아닌 것들도 사라지고 여기저기서 어린 날 우리와 놀아 주던 돌들이 얼굴을 가리고 박혀 있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추위 가득한 저녁 하늘에 찬찬히 깨어진 금들이 보인다 성긴 눈 날린다 땅 어디에 내려앉지 못하고 눈 뜨고 떨며 한없이 떠 다니는 몇 송이의 눈 「조그만 사랑노래」 황동규 詩集『三南에 내리는 눈』(민음사, 1975) 中에서 어제는 오늘의 내일. 그 어디쯤에선가 문득 걷던 길을 멈춰서서 나는 오늘의 일을 생각한다. 그러면서 오늘 하루 시간이 쌓아놓은 나의 生活이 관계한 모든 것들에 대한 기억을 곰곰히 되짚어 본다. 어제의 내가 오늘의 나에게 해줄 수 있는 말들과 어제의 기억들이 오늘의 기억들에게 찬찬히 시간의 忍苦를 이야기해주는.. 더보기
즐거운 생일 자꾸 헛것이 보이고 헛것 너머 헛것도 보인다 자꾸 헛것이 보이고 헛것 너머 헛것 너머 막 옷 갈아입는 중인 헛것도 보인다 자꾸 헛것이 보이고 헛것 너머 헛것 ······ 너머 무한의 헛것이 보인다 내가 사진 찍어준 친구들 지나가다 보면 아직도 그 자리에 김치이, 하고 굳어 있다 내 얼굴에는 굵은 소금에 좌악, 긁힌 상처가 있다 십 년 만에 땀을 닦은 것이다 대학 2학년 때 나랑 헤어진 여자는 아직도 그 카페에서 떨리는 손으로 식은 커피잔을 쥐고 있다 나는 쏟은 물 위에 유서를 썼고 서명까지 남겼다 죽어버려라, 라는 말이 증발해버렸을 때 나는 비로소 가벼움에 취했다 나는 울 줄도 알고 웃을 줄도 알고 둘 중에 하나를 십 초 이내에 선택할 줄도 안다 나의 표정은 도시 게릴라의 마지막 항전 기록과도 같다 그리.. 더보기
11月의 詩: 레몬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 더보기
그곳에 다녀왔다 - Rothko Chapel 로스코는 자신의 미술적 숭고에 대한 접근 방식을 '침묵'으로 정의했다. 45cm의 거리가 그의 작품을 바라보는 물리적 요구사항이라면, 침묵은 말이 가져다주는 일차적 예술의 향수(享受)에 대한 방법적 극복을 의미한다. 단순히 그의 작품을 덧대어진 색덩어리의 색채적 감상으로서가 아니라, 침묵으로 색을 넘어서고 윤곽의 유한함을 넘어서 형태의 관계를 벗어나면 수평과 수직으로 분할된 평면의 공간이 팽창과 수축을 통해 혼합된 색의 에너지가 만들어내는 공간의 울림을 만나게 된다. 그리하여 감정의 파도와 색 너머의 세계에 있는 운명과 비극에 대한 인간의 기본의 감성을 조우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의 그림을 통한 원시적이고 근본적인 내면의 조우, 그것이 그가 보여주고자 했던 세상의 의미였던 것이다. Rothko Ch..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