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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핀다 뜰이 고요하다 꽃이 피는 동안은 하루가 볕바른 마루 같다 맨살의 하늘이 해종일 꽃 속으로 들어간다 꽃의 잎시울이 젖는다 하늘이 향기 나는 알을 꽃 속에 슬어놓는다 그리운 이 만나는 일 저처럼이면 좋다 「꽃이 핀다」 문태준 詩集『 가재미』(문학과지성, 2006) 中에서 203. 세상에 꽂아놓은 꽃잎들을 하나하나 다시 따모으며 꽃다발을 만들 듯, 실타래를 길게 드리우며 멀어져가는 뒷길들을 하염없이 바라보듯 글을 읽습니다. 그것은 세상의 영혼을 이해하고 대화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홀현히 사라지는 사람들의 자취를 되짚으며 어두워져 가는 뒷골목의 그늘을 바라보는 일이기도 하지요. 어디에선가 그대의 겹쳐진 그림자가 있었을 지도 모릅니다. 때론 알 수 없는 거리의 안도감과 혹은 그 거리의 불안함이 영혼을 어지럽히기.. 더보기
오랫동안 200-1. ... Gregory Alan Isakov | If I Go, I'm Going 더보기
검은 꽃 디아스포라 디아스포라(Diaspora/διασπορά). 고전 그리스어로 파종을 의미하는 단어에서 유래한 표현으로 본국을 떠나 타국에서 살아가는 공동체 집단 혹은 그 이주를 의미한다. 이산(移散)이라고도 변역할 수 있는 이 단어는 BC 6세기의 바빌론 유수로 인한 중동 지역의 유대인의 집단 이주가 디아스포라의 시작이었으며, 1492년 아메리카 대륙의 발견 이후 1800년대 후반 전 유럽에서 미국으로의 수백만명의 이주도 이에 해당된다. 특히 아일랜드에서는 1847-1852년의 대기근으로 인해 대거 미국과 호주로 이주를 경험했다(아일랜드는 대기근 이후 현재까지 그 전의 인구 수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의 한족들은 시대에 따라 북방 민족들, 몽골족의 원, 여진족의 청의 남하와 침략으로 동남아시아로 이주.. 더보기
빛과 길 사이 나는 유서도 못 쓰고 아팠다 미인은 손으로 내 이마와 자 신의 이마를 번갈아 짚었다. "뭐야 내가 더 뜨거운 것 같 아" 미인은 웃으면서 목련꽃같이 커다란 귀걸이를 걸고 문 을 나섰다 한 며칠 괜찮다가 꼭 삼 일씩 앓는 것은 내가 이번 생의 장 례를 미리 지내는 일이라 생각했다 어렵게 잠이 들면 꿈의 길섶마다 열꽃이 피었다 나는 자면서도 누가 보고 싶은 듯 이 눈가를 자주 비볐다 힘껏 땀을 흘리고 깨어나면 외출에서 돌아온 미인이 옆에 잠들어 있었다 새벽 즈음 나의 유언을 받아 적기라도 한듯 피곤에 반쯤 묻힌 미인의 얼굴에는, 언제나 햇빛이 먼저 와 들고 나는 그 볕을 만지는 게 그렇게 좋았다 「꾀병」 박준 詩集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문학동네, 2012) 中에서 몸이 아플 때면 살아있다.. 더보기
Day Song 혹은 曜日曲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 더보기
8월의 단상.2 A Streetcar Named Desire. 테네시 윌리암스(Tennessee Williams: 1911-1983: 그는 안약 뚜껑을 입에 물고 안약을 넣는 습관이 있었는데 어느날 안약뚜껑이 목으로 넘어가 기도질식으로 사망했다)의 희곡 1947년 초연. 1948년 퓰리쳐상 수상. 1951년 영화화. 엘리아 카잔 감독, 비비안 리, 말론 브랜도. New Orleans. A Streetcar Named Desire란 전차는 실제 Desire District로 운행하던 실제 전차. no 952. 1948년 폐선. New Orleans. 나른하고 즐거운 도시. 디오니소스가 가장 즐거워할 도시 중 하나. 음악과 술과 축제의 날들이 있는 곳. 엘리아 카잔은 엘리아스(Nobert Elias 1897-1990)를 떠.. 더보기
Her (2013) 스파이크 존즈(Spike Jonze) 감독의 영화, Her (2013). 실체가 있는 다른 사람들의 감정을 대신 써주는 대필작가, 테오도르(Theodore)가 실체가 없는 사만다(Samantha)를 통해 진정한 의미의 관계와 사랑을 알아가게 된다는 내용의 영화. 아름다운 호야킨 피닉스(Joaquin Phoenix). 스칼렛 요한슨의 나지막한 목소리는 영화 'Lost in Translation'의 샬롯(Charlotte)을 생각나게 하기도 했다. 영화 내내 비치는 눈부시게 따뜻한 노란 빛과 테오도르의 붉은 옷의 부드러운 조화가 아름다웠던 영화. The way to love her what never loved anyone. I’ve never loved anyone the way I loved you. K.. 더보기
8월의 단상 326 나무는 땅을 내려다보고 있다 하나둘 힘없이 떨어뜨린 나뭇잎들이 바닥에 정신없이 흩날려있다. 바람이 불어와 까불거리며 나뭇잎들을 뒤집어 놓는다. 어떤 나뭇잎들은 꿈적도 않는다. 그렇게 나뭇잎을 바라보고 있는 동안 갑자기 바람에 내가 놓여버렸다. 바람이 나를 데리고 하염없이 날아간다. 공중으로 솟구쳤다 아래로 꺼질 듯이 떨어지다 다시 날아오른다. 숨을 쉬기 어려울 정도로 어지러웠다. 하지만 여전이 나는 어디론가 날아가고 있다. 101 어떻게 태어날지 결정할 수 없고 어떻게 죽을 지 또한 알 수 없기에 내가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지금 어떻게 살겠다는 삶의 방향에 대한 결정 뿐. 그것이 어떤 의미인가에 대해서는 오롯이 당신의 몫. 80 모든 것을 들어내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이것은 거짓말이다. 전체와.. 더보기
그곳에 다녀왔다 - 타이난의 밤 대만의 경주, 타이난(Tainan)을 이해하기 위해선 약간의 대만의 역사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중국에 명나라가 건국되고 대만은 원주민들의 부족국가들의 여러 소왕국이 존재했었다. 대항해시대 이후 1624년 네델란드가 타이난에 거점을 확보하고 곧이어 타이난, 가오슝, 핑둥, 타이둥 등 동남부 일대를 세력권에 넣고 지배를 했었다. 스페인 역시 1626년 지룽, 단수이 등에 역시 거점을 확보하고 북부지역을 지배했다. 그리고는 으례 그렇듯 네델란드와 충돌을 해 대만에 대한 소유권을 둘러싼 전쟁을 했고 1642년 전쟁에서 패배한 스페인이 대만에서 물러나게 되었다. 이 와중에 중국본토에서는 1616년 청나라가 세워지고 명의 쇠퇴하는 가운데 명의 관리이자 해적이며 거상이었던 정성공(鄭成功)이 아버지, 정지룡과 함께.. 더보기
오늘의 그대 슬픔이여, 기쁨이 어디에 있는지 물은 적 없었던 슬픔이여 찬물에 밥 말아먹고 온 아직 밥풀을 입가에 단 기쁨이여 이렇게 앉아서 내 앉은 곳은 달 건너 있는 여울가 내가 너를 기다린다면 너는 믿겠는가, 그러나 그런 것 따위도 물은 적이 없던 찬 여울물 같은 슬픔이여, 나 속지 않으리, 슬픔의 껍데기를 쓴 기쁨을 맞이하는데 나 주저하지 않으리 불러본다, 기쁨이여, 너 그곳에서 그렇게 오래 나 기다리고 있었는가, 슬픔의 껍데기를 쓴 기쁨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 나는 바라본다, 마치, 잘 차린 식사가 끝나고 웃으면서 제사를 지내는 가족 같은 기쁨이여 「기쁨이여」 허수경 詩集 『청동의 시간, 감자의 시간』(문학과지성, 2005) 슬픈 기쁨, 허수경의 슬픔은 거대한 이 세계의 질서에서 소박한 내면을 통해 정제된 삶.. 더보기
좋은 밤 밤이 올 때까지 밤에 대한 책을 읽는다 책장을 덮으면 밤은 이미 문지방 너머에 도착해 있다 얼마나 많은 동굴을 섭렵해야 저토록 검고 거대한 눈이 생기는가 매번 다른 사투리로 맞이하는 밤 밤은 날마다 고향이 달랐다 밤이 왔다 밤의 시계는 매초마다 문 잠그는 소리를 낸다 나를 끌고 고독 속으로 들어간다 낮의 일을 떠올린다 노인은 물속에 묻히고 싶다며 자전거를 끌고 연꽃 속으로 들어갔다 노인은 눈물을 흘렸다 아이들은 살 수 있었다고 최고의 악동은 살아남는다고 지구 어딘가에서 뜨거운 것과 차가운 것이 반드시 만날 거라고 밤의 배 속에서 돌들이 식는다 나의 차가운 혀도 뜨거운 무언가(無言歌)를 삼키리라 낮엔 젊었고 밤엔 늙었다 낮에 노인을 만났고 밤에 그 노인이 됐다 밤은 날마다 좋은 밤이었다 「좋은 밤」 심보선.. 더보기
입 속의 검은 잎 택시운전사는 어두운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이따금 고함을 친다, 그때마다 새들이 날아간다 이곳은 처음 지나는 벌판과 황혼, 나는 한번도 만난 적 없는 그를 생각한다 그 일이 터졌을 때 나는 먼 지방에 있었다 먼지의 방에서 책을 읽고 있었다 문을 열면 벌판에는 안개가 자욱했다 그해 여름 땅바닥은 책과 검은 잎들을 질질 끌고 다녔다 접힌 옷가지를 펼칠 때마다 흰 연기가 튀어나왔다 침묵은 하인에게 어울린다고 그는 썼다 나는 그의 얼굴을 한 번 본 적이 있다 신문에서였는데 고개를 조금 숙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일이 터졌다, 얼마 후 그가 죽었다 그의 장례식은 거센 비바람으로 온통 번들거렸다 죽은 그를 실은 차는 참을 수 없이 느릿느릿 나아갔다 사람들은 장례식 행렬에 악착같이 매달렸고 백색의 차량 가득 검은 잎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