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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사전

斷想 - 그림과 음악과 詩와 영화 이야기

프란시스코 고야 (Francisco de Goya)

 

프란시스코 고야 (Francisco de Goya, 1746-1828)

 

 

프란시스코 고야. 18-19세기 고전주의와 낭만주의 시대의 스페인 화가. 삶의 밝은 세상과 어두운 세상을 고루 살다간 사람 혹은 巨人. 궁정화가 시절의 그림에는 밝고 환한 인물들을 통한 삶의 환희와 즐거움이 가득한 그림을, 콜레라로 청각을 잃고 프랑스 대혁명, 스페인 독립 전쟁 (혹은 반도전쟁, Peninsular War)를 거치며 어두운 세상을 표현하던 검은 그림들 연작을 만들던 삶을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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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야의 작품들

 

얼마전 '스페인의 영광'이라는 전시회에서 고야의 'The Black Duchess'라는 그림을 본 후로 한동안 그의 그림과 삶과 스페인의 역사를 살펴보았고 그리고 그의 그림에 영감을 받은 사람의 노래를 듣게 되었다

 

 

엔리케 그라나도스(Enrique Granados)

 

엔리케 그라나도스(Enrique Granados, 1867-1916)

 

 

 

스페인의 근대음악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였던 엔리케 그라나도스는 고야의 전시회를 보고 그의 그림들에서 영감을 얻어 그의 대표작인 <고예스카스(Goyescas)>라는 피아노 모음곡집을 발표했다. '고야風', 혹은 '고야의 회화적 감상집'으로 해석될 수 있는 <고예스카스>는 2권으로 구성된 피아노 모음곡집이며 총 6곡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라나도스는 고야의 그림들 속에서 얻은 영감으로 그의 회화로부터의 동질적인 세계관과 '스페인적인' 詩적 감수성을 담아내고자 했다. 그의 피아노 곡들은 해석적인 난해함과 더불어 고난도의 기교를 요구하는 곡이다. 작품 전반에 흐르는 대립과 화합의 감정, 사랑과 죽음, 쓸쓸함과 우아함의 모순된 감정을 강렬하게 표현하면서도 스페인적 감수성을 따라 흐르는 아름다운 선율을 담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고예스카스>는 성공 이후 그라나도스는 이 작품들의 선율로 구성된 동명의 3막 오페라를 1915년 발표했다. 세계적인 관심을 받았던 이 오페라는 1916년 뉴욕 메트로폴리탄에서 초연되었고 이후 귀국길에 올랐던 그는, 1차 대전 중이었던 상황에서 그의 배가 독일 U보트의 공격을 받아 침몰하여 사망하였다. 

 

 

고예스카스 (Goyescas)

1권 (1909-1910)

1. Los Requiebros (사랑의 속삭임)

2. Coloquio En La Reja (창가의 대화)

3. El Fandango De Candil (등불 옆의 판당고)

4. Quejas, O La Maja Y El Ruisenor (비탄, 마하와 그리고 나이팅게일)

2권 (1913-1914)

5. El Amor Y La Muerte: Balada (사람과 죽음: 발라드)

6. Epilogo: Serenata Del Espectro (에필로그: 유령의 세레나데)

*7. El Pepe (지푸라기 인형) - 같은 제목의 고야의 그림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어진 이 작품은 <고예스카스>에 포함된 곡은 아니지만 오페라의 초입에 연주된 후로 항상  <고예스카스>와 함께 연주된다.

 

Enrique Granados | Goyescas (with El Pepe)

 

콘수엘로 벨라스케스 (Consuelo Velazquez)

 

콘수엘로 벨라스케스 (Consuelo Velazquez, 1916-2005)

 

 

그라나도스가 사망했던 해에 태어난, 멕시코의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 콘수엘로 벨라스케스는 그녀가 16살때 그라나다스의 <고예스카스>의 5번째 곡 Quejas, O La Maja Y El Ruisenor (비탄, 마하와 그리고 나이팅게일)에서 모티브와 주제를 빌려 1940년대의 명곡 <베사메 무초(Besame Mucho)>를 작사, 작곡했다. '오늘이 마지막 일지도 몰라요/당신을 잃게 될 지도 모르니/당신은 아주 먼 곳으로 떠나며 / 우리는 이별을 하네'. 임종을 앞둔 남편을 간호하는 아내의 안타깝고 에처로운 마음을 노래한 원곡의 가사는 슬프거나 혹은 아름다운 사랑의 노래로 재탄생하게 되었다.

 

 

Jean-Marc Luisada | Enrique Granados - Quejas, O La Maja Y El Ruisenor

 

이 아름다운 연가(戀歌)는 수많은 가수들의 시대를 넘어선 노래가 되었다. 서아프라카 대서양의 조그만 섬나라, 카보 베르데(Cabo Verde)에서 태어나 맨발의 디바, 모르나의 여왕이라 불렸던 세자리아 에보라의 버전(1998년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영화 <위대한 유산>의 OST이기도 하다)과 비틀즈의 버전으로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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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same, besame mucho,
como si fuera esta noche
la ultima vez.

Besame, besame mucho,
que tengo miedo perderte,
perderte después.

Quiero tenerte muy cerca,
mirarme en tus ojos,
y estar junto a ti.
Piensa que tal vez mnana
estare muy lejos,
muy lejos de aquí.

Besame, besame mucho,
como si fuera esta noche
la ultima vez.

 

그대의 뜨거운 입맞춤

오늘밤이 

마지막인 것처럼

 

그대의 뜨거운 입맞춤

그대를 잃을까 두려워

지금 이순간에도 그대를 잃을까 

 

그대 곁에 한없이 가까이 있고 싶어요

그대 눈 속에서 나를 보고

당신 곁에 있고 싶어요

생각해 보세요 아마도 내일

나는 이미 멀리 있을 거라고

당신으로부터 아주 멀리

 

그대의 뜨거운 입맞춤

오늘밤이 

마지막인 것처럼

Cesaria Evora | Consuelo Velazquez - Besame Mucho

 

 

The Beatles | Consuelo Velazquez - Besame Mucho

 

파블로 네루다 (Pablo Neruda)

 

파블로 네루다 (Pablo Neruda, 1904-1973)

 

파블로 네루다. 칠레의 시인이자 시회주의 정치가.  1971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 (詩 - 불타는 칼).

위 인물들과의 연결고리는...없다. 우연히 안드레아 보첼리의 베사메 무초를 듣다가 그가 부른 영화 일 포스티노(Il Postino, 1994)의 OST, 'Mi Mancherai'를 듣게 되고 그리고 예전에 본 영화가 생각이 났던 것.

 

 

 

우편배달부라는 뜻의 <일 포스티노(Il Postino: The Postman)>는 안토니오 스카르메타가 쓴 '네루다의 우편배달부'(El Cartero de Neruda)'를 원작으로 하는 마이클 래드포드(Michael Radford) 감독의 1994년 영화다.

공산주의자로 칠레에서 이탈리아로 망명하였던 네루다가 작중에서 이탈리아 정부의 허락으로 작은 섬에 정착하게 되고, 그 섬에서 고깃배를 타는 대신 새로운 삶을 꿈꾸던 순박하고 부끄러움 많은 청년 마리오 루뽈로(Mario Ruppolo)가 네루다의 우편배달부가 되어 그에게 은유(메타포, 메타포레 Metaphore)를 배우고 詩를 알게 되고 그리하여 詩를 통해 삶과 사랑, 그리고 세상을 그의 언어를 통해 바라보게 된다는 이야기. 이탈리아의 아름다운 풍광을 배경으로 이탈리아와 칠레의 현대사의 비극을 넘어 시인 네루다와 우편배달부 마리오의 우정이 해학과 진실한 삶의 의미에 대한 성찰을 통해 감동을 갖게 되는 명작이다. 

네루다와의 이별 후 내면의 아름다움을 자각한 마리오는 자신의 언어로 시를 쓰게 되지만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하게 되고 다시 섬으로 돌아온 네루다가 그의 자취와 그의 詩를 훑어가며 거대한 자연 앞에 작은 모습으로 멀어지는 시인의 회한 어린 모습을 비추며 영화는 끝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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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루다는 그가 섬마을 청년에게 심어주었던 문학의 힘이 그의 삶을 바꾸어놓으리라고 생각했을까. 

마리오는 네루다가 떠난 섬에서 그가 물었던 섬의 아름다움을 녹음한다. 1.바다의 작은 파도, 2.큰 파도, 3.절벽의 바람소리, 4.나뭇가지의 바람소리, 5.아버지의 서글픈 그물, 6.신부님이 치시는 교회의 종소리, 7.밤하늘에 반짝이는 별, 8.백속에 있는 마리오의 아들, 파블리토의 심장소리...그리고 그는 '파블로 네루다에게 바치는 노래'라는 그의 생애 첫 시를 쓰게 된다.  그가 은유를 느끼게 되고 詩를 받아들이는 그 벅찬 느낌은 네루다가 처음 詩를 느꼈던 감성과 같지 않았을까.

 

 

그리고 그 나이였다 ······ 詩가

나를 찾아왔을 때.  모른다, 그게 어디서 왔는지

겨울에서인지 강에서인지.

언제 어떻게 왔는지 모른다,

아니, 그건 목소리도, 말도

아니었고 침묵도 아니었다,

하지만 길에서 나를 불러 세웠다,

밤의 가지에서,

갑자기 다른 것들로부터,

격렬한 불 속에서 나를 불렀다

혼자 돌아오는 길

詩는 얼굴없이 거기 있었고

나를 만졌다.

 

뭐라 할 지 몰랐다, 나의 입은

어떤 이름도 불러낼 수 없었고

내 눈은 멀어버렸다

무엇인가 내 영혼을, 신열과 잃어버린 날개를

두드리는 것 같았고

나는 그 뜨거운 불을 마음으로 읽어냈다

그리고 나는 처음으로 어렴풋이 첫 줄을 썼다,

실체가 이닌 순수한 , 터무니없이 순수한

아무 것도 알지 못하는 무지의 순수한 지혜를;

그리고 갑자기 나는 보았다

빗장이 풀리고 환하게 열린

천국이,

별들이,

고동치는 대지가,

구멍 뚫린 어둠이 화살과 불과 꽃들로 

휘감긴 밤과 우주를.

 

그리고 내 자그마한 존재는

별로 가득한 허공과 미지의 초상에 취해

스스로를 심연의 순수한 조각으로 느꼈고.

별들과 함께 움직이며

내 마음은 바람과 함께 자유로와졌다.

 

 

파블로 네루다「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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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etry'

                         - Pablo Neruda

 

And it was at that age . . . poetry arrived
in search of me. I don't know, I don't know where
it came from, from winter or a river.
I don't know how or when,
no, they were not voices, they were not
words, not silence,
but from a street it called me,
from the branches of night,
abruptly from the others,
among raging fires
or returning alone,
there it was, without a face,
and it touched me.

I didn't know what to say, my mouth
had no way
with names,
my eyes were blind.
Something knocked in my soul,
fever or forgotten wings,
and I made my own way,
deciphering
that fire,
and I wrote the first, faint line,
faint, without substance, pure
nonsense,
pure wisdom
of someone who knows nothing;
and suddenly I saw
the heavens
unfastened
and open,
planets,
palpitating plantations,
the darkness perforated,
riddled
with arrows, fire, and flowers,
the overpowering night, the universe.

And I, tiny being,
drunk with the great starry
void,
likeness, image of
mystery,
felt myself a pure part
of the abyss.
I wheeled with the stars.
My heart broke loose with the wind.

 

 

‘POESIA’

 

Y fue a esa edad… Llego la poesía 
a buscarme. No se, no se de donde 
salio, de invierno o rio. 
No se como ni cuando, 
no, no eran voces, no eran 
palabras, ni silencio, 
pero desde una calle me llamaba, 
desde las ramas de la noche, 
de pronto entre los otros, 
entre fuegos violentos 
o regresando solo, 
allí estaba sin rostro 
y me tocaba. 

Yo no sabía qué decir, mi boca 
no sabía 
nombrar, 
mis ojos eran ciegos, 
y algo golpeaba en mi alma, 
fiebre o alas perdidas, 
y me fui haciendo solo, 
descifrando 
aquella quemadura, 
y escribi la primera línea vaga, 
vaga, sin cuerpo, pura 
tonteria, 
pura sabiduría 
del que no sabe nada, 
y vi de pronto 
el cielo 
desgranado 
y abierto, 
planetas, 
plantaciones palpitantes, 
la sombra perforada, 
acribillada 
por flechas, fuego y flores, 
la noche arrolladora, el universo. 

Y yo, mínimo ser, 
ebrio del gran vacío 
constelado, 
a semejanza, a imagen 
del misterio, 
me senti parte pura 
del abismo, 
rodé con las estrellas, 
mi corazon se desato en el viento. 

 

그리고 황지우 시인은 영화의 감상을 같은 제목의 시로 남겼다. 

 

자전거 밀고 바깥소식 가져와서는 이마를 닦는 너,

이런 허름한 헤르메스 봤나

이 섬의 아름다움에 대해 말해보라니까는

저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으로 답한 너,

 

내가 그 섬을 떠나 너를 까마득하게 잊어먹었을 때

너는 밤하늘에 마이크를 대고

별을 녹음했지

태동(胎動)하는 너의 사랑을 별에게 전하고 싶었던가,

네가 그 섬을 아예 떠나버린 것은

 

그대가 번호 매긴 이 섬의 아름다운 것들, 맨 끝 번호에

그대 아버지의 슬픈 바다가 롱 숏, 롱 테이크되고

캐스팅 크레디트가 다 올라갈 때까지

나는 머리를 박고 의자에 앉아 있었다

 

어떤 회한에 대해 나도 가해자가 아닌가 하는 생각 땜에

영화관을 나와서도 갈 때 없는 길을 한참 걸었다

 

세상에서 가장 쓸쓸한 휘파람 불며

신촌역(新村驛)을 떠난 기차는 문산으로 가고

나도 한 바닷가에 오래오래 서 있고 싶었다

 

 

「일 포스티노」 
  황지우 詩集 『어느 날 나는 흐린 酒店에 앉아 있을 거다』(문학과지성, 1998) 中에서

 

이 영화의  음악감독 루이스 바칼로프는 영화의 OST로 68회 아카데미 음악상을 수상했다.

그 중에 제일 유명한 노래, 'In Bicicletta'를 들어보자. 마리오가 자전거를 타고 바닷가길을 달려 네루다를 만나러, 베아트리체를 만나러  달려갈 때 흐르던 노래...

 

Luis Bacalov | In Bicicletta from 'Il Post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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