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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록

물방울에게 길을 묻다 斷想錄 완벽이라는 말에의 집착은 존재적인 모순을 넘어선 자기완성의 의지를 지향한다. 가치상관의 의미를 넘어선 완전무결, 無. 흔적없이 증발한다는 의미는 그 연장선에 닿아있다. 불교철학에서 물방울은 존재요소의 한 부분이고 또한 영원한 순환을 의미한다. 영원한 순환은 그 바탕을 이생의 연에 근거하고 있기 때문에, 물방울의 순환은 또 다른 의미로, 하나의 존재로서 다른 요소들과의 화합이라는 연기(因緣), 즉 인연에 의해 다른 것으로 현현한다는 불교의 연기론까지 가 닿는다. 이 연기론은 무상, 무아, 공성(空性), 중도(中道)의 의미까지 이어보면 물방울의 의미소가 갖는 증발의 속성과 존재의 공적인 상태를 하나로 묶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나로부터 물방울로의 전이가 갖는 이런 극적인 상태는 인간이 갖는 존재적인.. 더보기
인생의 회전목마 단상록(斷想錄) 원의 정의, 하나의 정의된 정점에서 동일한 거리에 위치하는 점들의 자취, 궤적 혹은 연결. 원은 가장 궁국적이며 가장 완벽한 형체이다. 시작도 끝도 없은 이 완전무결한 도형은 그 형태적 의미를 통해 근원, 창조, 영원, 평등, 무한, 그리고 효율적인 실용의 의미까지 확장을 한다. 완벽한 대칭, 모든 점과 선이 연결되어 끊임없이 회전할 수 있는 모순성 없는 영원성. 그러나 원의 비극은 그 모순성의 부정을 증명하기 위한 끊임없는 회전에서 기인한다. 스스로를 완성하고 지키기 위해 미친 듯이 궤도를 돌고 있는 점들의 멈출 수 없는, 슬픈 의미의 영원. 원-Circle, 만다라-曼茶羅, मण्डल, Mandala, 회전목마-Merry-go-round. Merry-go-round of Life (인.. 더보기
色과 形態 斷想錄 색(色)은 마음의 빛이며 형태(形態)는 마음의 길이다. 빛은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꺽이지 않으며 물러서지 않는다. 빛의 직진은 삶의 무가해한 순수, 이면에 대한 무목적인 질투이기도 하다. 삶에 대한 의미를 생존의 방향으로 놓아둘 때 이 직진성은 무가해하며 무목적인 길로 달려간다. 한치 앞을 살피지 않는 그런 순수는 삶과 죽음의 가느다란 경계를 달리는 삶의 또 다른 위협이기도 하다. 하지만 직진의 빛이 아름다운 굴절들로 풍성해질 때 내가 만든 공간을 가득채워 순수와 이타적인 삶의 희열이 될 때 그 빛들은 내 마음에 형태가 되고 쌓여 길이 된다. 승화라고 불러도 좋을 이 형태적 결과는 나의 자주적이고 내면적인 울림이다. 마음의 결을 따라 빗어내는 세월이 또 다른 형태의 빛이 되고 길이 되는 그런 과정.. 더보기
斷想錄 샘, 새암, 멈추지 않고 흐르는 물은 이미지를 가로질러 간다. 움직이지 않는 기묘한 푸른 꽃들로 가득찬 화단, 춤추지 않고 흐르지 않고 날아앉은 새들이 모여있는 언덕, 물은 그 사이를 가로지른다. 때론 커다란 곡선을 그리며 앞으로 그리고 또 깊게 흘러간다. 그것은 곧 실존의 꿈이다. 그 꿈은 물이 반영으로 되비친 모든 것들은 환영으로 가득찬 이미지가 되어 내 머리 속에서 끊임없이 율동하고 흘러내린다 - 물의 운명을 아는가 - 햇살을 걷어내고 어둠과 그림자를 안고 물은 어두운 심연으로 가라앉는다. 그것은 물이 안고 가라앉는 실체의 소모, 죽음으로 승화된 실존의 무게를 의미하며 어둡고 무겁고 깊은 존재의 심연을 가리킨다. 그렇게 물은 고요하고 끝모를 어둠, 꿈꾸는 무덤이 되어 거대한 잠 속에서 또 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