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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사전

이 겨울, 갈대 둘 시경(詩經)_국풍(國風)_제11 진풍(第十一 秦風) 129_겸가(蒹葭)_갈대 蒹葭蒼蒼 白露爲霜 (겸가창창 백로위상) : 갈대는 우거지고 흰 이슬은 서리가 되었는데 所謂伊人 在水一方 (소위이인 재수일방) : 그님은 물 건너에 계시다네 遡洄從之 道阻且長 (소회종지 도조차장) : 물결을 거슬러 올라가 다가가려해도 길은 멀고 험해 遡游從之 宛在水中央 (소유종지 완재수중앙) : 물길 따라 내려가도 아스라이 물 한가운데 계시네 蒹葭淒淒 白露未晞 (겸가처처 백로미희): 갈대는 아직 무성한데 흰 이슬 촉촉하네 所謂伊人 在水之湄 (소위이인 재수지미): 그님은 물가에 계시네 遡洄從之 道阻且躋 (소회종지 도조차제): 물결을 거슬러 올라가 다가가려해도 길은 험하고 사나워 遡游從之 宛在水中坻 (소유종지 완재수중저): 물길 따라.. 더보기
이 여름, 詩 둘 이 밤의 작별을 쉽게 받아들이지 마세요 노년의 마지막은 불타오르고 포효해야 하기에, 꺼져가는 불빛을 향해 분노하고, 분노하세요. 현명한 이들은 그들의 마지막이 어둠일 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그들의 말은 불꽃 하나 일으킬 수 없었기에 이 밤의 작별을 쉽게 받아들이지 마세요 선한 자들은 마지막 파도 곁에서 자신들의 덧없는 행동들이 푸른 바다에서 얼마나 빛나게 춤추었을지를 슬퍼하기에, 꺼져가는 불빛을 향해 분노하고, 분노하세요. 한낮의 태양을 붙잡고 노래하며 시간을 허비하던 이들은 결국 그 태양이 저물어가는 것을 늦게 깨닫고 슬퍼했기에, 이 밤의 작별을 쉽게 받아들이지 마세요 위독한 자들은 죽음을 앞두고 앞이 보이지 않을지라도 그 멀어버린 눈이 유성처럼 불타고 빛날 수 있기에 꺼져가는 불빛을 향해 분노하고, 분.. 더보기
이 봄, 편지 둘 닿지 못한 편지 …… 지금 이 글을 읽으실 선생님을 상상하는 것은 고통스럽습니다. 선생님은 필경 제가 모르는 감각과 사유, 경험을 하셨을 터이고, 그 같은 변화된 내면을 정리하면서 짐을 꾸리는 조금은 힘없는 손끝을 저는 느낍니다. 저는 편지를 읽으면서 이런 생각을 얼핏하였습니다. 이 여자는 어쩌면 한 달 후 델리에 돌아오지 않을 지도 모른다. 그녀는 어쩌면 갈색의 물이 흐르는 江邊에 영원히 숨어버릴지도 모른다......같은. 선생님은 호텔 문 앞에서 눈물을 흘린 이야기를 했지만 내가 궁금한 것은 서 무엇을 하였을까 하는 점입니다. 선생님은 간디 이야기를 하셨지요. 저는 그러나 한 달 뒤인 지금 선생님이 인도에서 간디와 같은 만이 아닌 을 만났을 거라고 추측해 봅니다. 배는 안 고팠나요? 미지와의 만남은요.. 더보기
삶의 목적 오랜 여행길에서 혹은 길을 걷다가 느슨해진 상념들 사이로 갑자기 낯선 기분에 휩싸여 스스로에 되묻게 되는 질문이 있다.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이 단순한 질문은 개인의 인문학적 소양이나 인식의 깊이를 논하기 전에 스스로에게 묻고자 하는 삶의 목적성을 의미하는 것이다.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그리고 왜. 뒤샹(Marcel Duchamp)이 변기를 전시회에 들여다 놓은 이후로 댄 플레빈(Dan Flavin)은 형광들을 걸어놓고 칼 안드레(Carl Andre)는 벽돌을 깔아놓기 시작했다. '모던'했던 그들은 '균열'을 만들고 싶었다. 그 진리의 균열을 통해 지식의 환영들과 회유를 넘어 진리를 양도받는 수동적 수혜자에서 새로운 보편성으로서의 새로운 '진리'를 창조하는 주체자이고자 했던 것이다... 더보기
이 가을, 文章 둘 雨從何來 風作何色 비는 어디에서 왔으며 바람은 어떤 빛깔인가 雪竇顯頌 雨從何來 風作何色 (설두현송 우종하래 풍작하색) - 설두현(雪竇顯)이 송하되 비는 어디에서 왔으며 바람은 어떤 빛깔인가* 『禪門三家拈頌集』券21 第857則 雨從何來 (우종하래) - 염송설화에서 운거가, 유우단공(劉禹端公)이 묻되 '비가 어디로부터 옵니까' 함으로 인해 스님이 이르되 단공(端公)의 묻는 곳으로부터 온다. 단공이 드디어 3배(拜)로 작례(作禮)했다. 환희하며 물러나면서 몇 걸음 행했는데 스님이 불러 이르되 단공, 공이 머리를 돌렸다. 스님이 이르되 물음은 어디로부터 오는가. 단공이 말이 없었다. 風作何色(풍작하색) - 서선동평(西禪東平)이 관원과 앉은 차에 서선이 이르되 바람은 어떤 색을 짓는가. 관원이 말이 없었다. 서선.. 더보기
헤어질 결심 나는요... 완전히 붕괴됐어요 엇갈린 사랑. 사랑은 늘 거기에 있는 것이 아니라 움직인다.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영화 에서 상우의 질문은 체념을 내포한다. 소년 상우는 어른 은수의 사랑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것은 대상을 사랑한 것이 아니라 사랑을 사랑한 관념적 자아, 스스로의 사랑에 의해 존재의 근거를 상실한 자의 고백이기도 하다. 영화 에서 해준과 서래는 사건의 피의자와 형사로 만나고 의심과 관심의 경계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한다. 자기가 지켜온 형사로서의 고귀한 가치관과 신념을 무너뜨리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그는 서서히 서래에게 스며들게 된다. 서래 또한 그녀의 불우한 인생에서 자신의 존재가치를 확인시켜줄 품위있는 해준을 마음에 두게 된다. 사랑은 상대에 대한 깊은 경험이며 분리된 자아에 대한 .. 더보기
이 봄 詩 둘 好雨知時節 (호우지시절) 當春乃發生 (당춘내발생) 隨風潛入夜 (수풍잠입야) 潤物細無聲 (윤물세무성) 野徑雲俱黑 (야경운구흑) 江船火獨明 (강선화독명) 曉看紅濕處 (효간홍습처) 花重錦官城 (화중금관성) 좋은 비는 시절을 알아 봄이 되면 내리네 비는 바람 따라 소복이 밤에 내리고 소리도 없이 세상을 적시네 들길은 검은 구름으로 어둡고 강 위에 흐르는 배의 불빛만이 빛나네 새벽에 붉게 젖은 있는 곳을 보리니 금관성(錦官城) 꽃들이 활짝 피었네 杜甫, 「春夜喜雨 (춘야희우: 봄밤에 내리는 반가운 비)」 봄가뭄이 심한 어느 날, 아침에 일어나 보니 밤새 비가 내려 온 도시를 적셨다. 이 어찌 고맙고 기쁘지 아니한가. 비가 오지 않으면 곡식이 여물질 않고 민초들의 생활이 궁핍해질 것인데, 사직을 하고 금관성(錦官城.. 더보기
안녕하십니까, 쿠르베 씨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 더보기
이 봄 노래 둘 구름이 태양을 가릴 지라도 (Und ob die Wolke sie verhülle) 군둘라 야노비츠 - 구름이 태양을 가릴 지라도 (Und ob die Wolke sie verhülle) 군둘라 야노비츠가 부르는 이 아름다운 노래는 카를 마리아 폰 베버(Carl Maria von Weber, 1786-1826)의 3막짜리 오페라, 3막 2장에서 주인공 사냥꾼 막스의 연인, 아가페가 부르는 카바티나다. 사랑과 명예에 목을 맨 나머지 악마와 거래를 하는 연인 막스에 대한 불안감과 그의 승리를 기원하며 제단에서 기도를 드리며 부르는 이 노래는 이 오페라의 절창이다. Und ob die Wolke sie verhülle Und ob die Wolke sie verhülle, Die Sonne bleibt am .. 더보기
Also Sprach Zarathustra Also sprach Zarathustra: Ein Buch für Alle und Keinen /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만인을 위한, 그러나 어느 누구를 위한 것도 아닌 책 —— 건강한 인간이 부르는 영원한 긍정의 노래 저녁마다 바다 저편으로 떨어져 하계(下界)를 비추어주는 그대처럼, 그대 넘쳐흐르는 별이여! 나는 그대와 마찬가지로 몰락해야 한다. 내가 저 아래로 내려가 만날 사람들이 말하듯이. 그러니 나를 축복해 다오. 그대 고요한 눈이여! 크나큰 행복조차도 질투심 없이 바라볼 수 있는 그대여! 나의 눈물과 함께 그대의 고독 속으로 들어가라. 그러면 나중에서야 정의가 절름거리며 그대를 따라오리라. 우리는 서로 너무도 많은 것을 알고 있기에 서로 말이 없다. 우리는 서로 침묵을 지키며, 서로 .. 더보기
물방울에게 길을 묻다 斷想錄 완벽이라는 말에의 집착은 존재적인 모순을 넘어선 자기완성의 의지를 지향한다. 가치상관의 의미를 넘어선 완전무결, 無. 흔적없이 증발한다는 의미는 그 연장선에 닿아있다. 불교철학에서 물방울은 존재요소의 한 부분이고 또한 영원한 순환을 의미한다. 영원한 순환은 그 바탕을 이생의 연에 근거하고 있기 때문에, 물방울의 순환은 또 다른 의미로, 하나의 존재로서 다른 요소들과의 화합이라는 연기(因緣), 즉 인연에 의해 다른 것으로 현현한다는 불교의 연기론까지 가 닿는다. 이 연기론은 무상, 무아, 공성(空性), 중도(中道)의 의미까지 이어보면 물방울의 의미소가 갖는 증발의 속성과 존재의 공적인 상태를 하나로 묶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나로부터 물방울로의 전이가 갖는 이런 극적인 상태는 인간이 갖는 존재적인.. 더보기
삶의 존엄과 실존의 사이, 영화 <Nomadland> 내일, 또 내일, 또 내일이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쉬지 않고 하루하루 종종 걸음으로 소리없이 다가가고, 지나간 날들은 어리석은 자들에게 티끌의 죽음으로 돌아가는 길을 비추어 왔구나. 꺼져라, 꺼져, 덧없는 촛불아! 인생이란 기껏해야 걸어다니는 그림자, 잠시 주어진 시간 동안 무대 위에서 뽐내고 으시대지만 그 시간이 지나면 영영 사라져 버리는 가련한 배우, 그건 백치가 지껄이는 이야기, 요란한 소리와 노여움에 가득 찼지만 뜻이라곤 아무 것도 없다. - 멕베드, 5막 5장 삶을 살아가는 방식에는 다양한 관점들이 존재한다. 어떤 의미에서 삶을 목적과 주관적 가치를 결정하고 '나'의 존엄을 유지하며 살아가야할 동기부여를 만든다. 거기에는 몇 가지 요구사항이 따르는데 그런 삶의 방식에 대한 결정이 도덕적이며 불법..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