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그대
슬픔이여, 기쁨이 어디에 있는지 물은 적 없었던 슬픔이여 찬물에 밥 말아먹고 온 아직 밥풀을 입가에 단 기쁨이여 이렇게 앉아서 내 앉은 곳은 달 건너 있는 여울가 내가 너를 기다린다면 너는 믿겠는가, 그러나 그런 것 따위도 물은 적이 없던 찬 여울물 같은 슬픔이여, 나 속지 않으리, 슬픔의 껍데기를 쓴 기쁨을 맞이하는데 나 주저하지 않으리 불러본다, 기쁨이여, 너 그곳에서 그렇게 오래 나 기다리고 있었는가, 슬픔의 껍데기를 쓴 기쁨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 나는 바라본다, 마치, 잘 차린 식사가 끝나고 웃으면서 제사를 지내는 가족 같은 기쁨이여 「기쁨이여」 허수경 詩集 『청동의 시간, 감자의 시간』(문학과지성, 2005) 슬픈 기쁨, 허수경의 슬픔은 거대한 이 세계의 질서에서 소박한 내면을 통해 정제된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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