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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말 이론은 모두 잿빛이며, 영원한 생명의 나무는 푸르다 Grau ist alle Theorie, Und grün des Lebens goldner Baum 말 속에 갇혀서 전할 수 없는 말들이 있었다. 내가 당신을 알지 못하는 것만큼 당신이 나를 알지 못하는 것. 그 말들이 글이 되어 바람에 날린다. 내가 당신을 알지 못하거나 당신의 손짓을 알지 못했거나. 모두 어제의 말, 못다한 어제의 일. ● Amos Lee - Seen It All Before (2005) 더보기
우리가 가는 길 "우리는 신이 내린 임무를 수행 중"이라고 블루스 형제는 말했다. 자동차 탱크에는 연료가 가득 차 있었고 담배는 반 갑이 남아 있었으며 시카고까지 아직 106마일을 더 가야 했다. 날은 어두웠지만 그들은 선글라스를 쓰고 있었다. 그들은 '임무'가 있었다. 로버트 프로스트(Robert Frost)는 잠들기 전에 몇 마일을 더 가야했고(And miles to go before I sleep from 'Stippin by Woods on a snow evening'), 모세는 호렙산 근처에서 계시를 받고 히브리인들을 구출하러 다시 이집트로 가야했다. 언제나 문득 가던 길을 멈춰서서 다르게 거리를, 풍경을 바라보는 일은 그렇게 길과 길 사이 내가 서있는 곳을 되집게 한다.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고 있는가, 왜.. 더보기
가끔은, 문득, 어쩌다가 가끔은 소통의 길에 대한 생각을 한다. 이 블로그를 시작한지 6년 반이 넘었다. 게으른 포스팅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분들과 만났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물리적 거리와 공간의 제약을 넘어서 정말 오랫동안 많은 것들을 나눌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그것도 사람의 일이었다. 일상에서 처럼 많은 사람들이 오고 또 떠나갔다. 문득 나는 무엇을 나누고자 하는 것일까,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어하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단편의 글로 사람들에게 나의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무슨 의미일까. 나는 어떤 이야기를 듣고 싶어하는 것일까. 별다른 소통없이 묵묵히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분들도 본다. 혹은 많은 분들과 많은 것들을 나누는 분들도 있다. 그것도 그저 삶의 이야기이다. 어쩌다가 만나게 될 '친구'들을 묵묵히 .. 더보기
길 위의 이야기 길 위의 이야기 혹은 길을 따라가는 그런 이야기. 여행을 하는 동안은 언제나 길과 함께 한다. 지나치는 풍경들을 훑어가며 지나치지 않은 기억들이 내 삶의 한 시간에 날아와 자리잡기를, 그리고 불현듯 떠올라 내가 지나간 시간을 기억할 수 있도록, 그때의 나를 기억할 수 있도록. 지난 가을, Big Band National Park을 가던 길, Southwest Texas, 그 가을의 이야기를 찾아야겠다. 그리고, 이야기에 대한 노래... ● The Story - Brandi Carlile 더보기
맑은 날 198.오래전 그때, 그 맑은 날, 기다리던 날나는 물끄러미 땅을 바라보며 서 있었다. 아니다, 땅에서 땅으로 숨어드는 숨결을 바라보고 있었다기다리고 있었다 그 시간을 물끄러미 기다리고 있었다 그랬다... 500. 사고가 있었고 아팠다. 기억이 흐릿해질 때까지 천천히 기다렸다삶과 죽음의 길은 넓고 광활하기도 하지만 細絲처럼 좁고 좁기도 하다무언가 기다란 끈이 나를 훑고 지나갔다뒤돌아 봤을 때 기다란 그림자만이 남아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 Áspri méra ke ya mas (There will be better days, even for us) - Agnes Baltsa 더보기
잠언 Hope lies in dreams, in imagination and in the courage of those who dare to make dreams into reality. - Jonas Salk 희망은 꿈 속에, 상상 속에, 그리고 그 꿈을 현실로 만들려는 두려움 없는 용기 속에 있다...조나스 솔크(1914-1995), 의학연구가이자 바이러스학자. 1955년 세계 최초로 소아마비 백신을 개발했다. 백신의 특허권은 누구에게 있나요, 라는 질문에 "특허는 없습니다. 태양에도 특허를 낼 수 있나요?"라는 질문자를 무색하게 만드는 대답으로 백신의 무료 배포를 알렸다. 1960년 California Lajolla에 Salk Institute라는 비영리 생물학연구소를 설립해 평생을 바이러스 연구에 바쳤.. 더보기
비가 오는 단수이(淡水) 비가 오는 단수이(淡水). 나는 어쩌다 여기 흘러왔있는가, 하는 의문과 어디서 이 여행이 끝날 것인가 하는 생각.Aqui...onde a terra se acaba e o mar comeca (이곳은...땅이 끝나는 곳, 그리고 바다가 시작되는 곳) 생각보다 사람은 많았지만, 강변은 고요하고 아름다왔다. 더보기
短想.2 하늘이 맑고 푸른 나날들...일년에 얼마되지 않는 이 풍요로운 날씨를 만끽하는 중... Tradeoff. 그런 교환가치, 가지지 못한 것들에 대한 미련과 아쉬움에 대한 대화. 그러고보면 이렇게 고요하게 지내는 것이 정신건강에 더 좋을 지도 모르지. 변화에 대한 그런 막막함에 비하면 예정된 질서와 수순이란 것이 얼마나 다행인 것인지... 사진은 작년에 찍은 Tate Britain. 더보기
短想.1 관습과 질서에 대한 충돌, 혹은 절박한 무심함. 항상 양쪽을 다 보게 되네요. 비가 와도 너무 많이 온다. 일주일에 하루 이상은 비...비가 그립다고 한거라서 이러는거라면 조금 취소하고 싶다... 항상 긍정적으로 산다는 건 얼마나 힘든 일인가, 하지만 그 힘은 대단하다는 것. 쓸모없는 희망이 아니라 모든 상황에서 최선의 가능성을 찾을 수 있는 힘, 그런 의미. 삶의 목적, 결국 얼마나 많이 세상을 이해할 수 있느냐 하는 것, 그런 의미에서의 행복, 아는 만큼의 범위. 그리고 그걸 지탱해줄 수 있는 최소한의 자본주의적 필요양식과 강인한 정신력. 웃음, 배가 아플 정도로 숨이 넘어가게 웃어본 적이 몇 번 쯤일까. 기억나는 한도 내에서는 손가락이 남는 거 같다...웃음이 가져다주는 힘은 나 뿐아니라 내 주위에.. 더보기
햇살, 무늬, 어떤 날 열흘 동안 해가 비치지 않았다. 흐리고 비가 오는 날이 계속 되었다. 예전의 저렇게 투명하고 어쩌면 지루했던 푸른 하늘이 그리웠다. 정말 하늘을 덮고 있는게 구름일까, 하는 생각이 들 때쯤 구름이 걷히고 해가 나왔다. 햇살의 날. 찬 공기를 가르는 햇살을 받으며 잠깐이지만 낙엽지는 거리를 걸었다. 희망은 그렇게 흐린 기억들 사이에서 불현듯 나온다. ● 나는 그 사람이 아프다 by 에피톤 프로젝트 더보기
슬픔이 나를 깨운다 슬픔은 분명 과로하고 있다.그 슬픔은 과로를 하면서까지(!), 나를 일으키고, 돌봐주며 내 곁을 떠나지 않는다.나는 슬픔이다. 슬픔이 나와 항상 함께 한다는 것이 그리고 그 슬픔이 희망과 즐거움과 늘 함께 한다는 것을 안다.슬픔이 함께 하는 동안 저 심연의 낭하까지 잠수하기도 하고 때론 어두운 골목 안쪽에서 길을 잃기도 한다. 하지만 결국 슬픔이 희망을 부르고 다음의 나를 위해 기억할 만한 상처를 남겨주고, 그 상처들이 나이테처럼 둥글게 둥글게 나를 단단히 감싸 안는다, 그렇게 잠시 건너와 사라지는 순환, 그리고 희망은 슬픔과 결국 같은 곳을 보는 그 동안... ...황인숙「슬픔이 나를 깨운다」(詩集『슬픔이 나를 깨운다』문학과지성,1990)... ● A Love Idea by Mark Knopfler f.. 더보기
어떤 날, 오후 220. ...바람도 잦아들었다가 사라지듯 내려앉는 소리의 기억들도 모두 그런 모양이다. 늘 거기 그렇게 있기를 어떤 모습으로도...오래된 책방에서 문을 열 때 밀려드는 그런 오랜 기억으로... 178. 미풍의 오후. 게으른 햇님이 길다란 노을을 남겨놓는 중이었다. 평온했다, 기억나지 않는 꿈을 꾸듯. 내가 남겨놓은 것들과 나를 남겨놓은 것들이 만든 팽팽한 진공. 나는 그 한가운데 고요히 서있다. 눈을 감아도 보이는 그 붉은 노을...어떤 날, Christmas, 오후... 두번째 ● Stardust by Hoagy Carmichael(1927/1929)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