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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사전

Tante Nudel, Onkel Ruhe und Herr Schlau 이 재미있는 제목, 라는 책은 헬메 하이네(Helme Heine, 참고로 백발의 할아버지임)라는 사람의 동화책 제목이다. 줄거리는 '카타리나'라는 이름의 말괄량이 어린 소녀가 여름방학이 되어 국수 아줌마, 경비 아저씨 그리고 공부씨가 살고 있는 곳에 놀러를 온다. 이 마을엔 국수 아줌마, 경비 아저씨 그리고 공부씨 세 사람이 각자 자기의 일만 하며 살고 있었는 데, 카타리나가 한 명씩 매일 자기와 놀아달라고 하면서, 결국 서로가 서로의 일을 번갈아 맏게 되면서 모두가, 국수 아줌마가 하던 국수만들기와 푸딩만들기를 할 수 있게 되고, 경비아저씨가 하던 마을을 지키는 일, 그리고 공부씨가 하던 책을 읽고 공부하기를 모두 할 수 있게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그래서 서로의 빈 시간에 카타리나와 놀 수 있게 되었고.. 더보기
Henri Cartier-Bresson展 병원에 들렸다 돌아오는 길에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Henri Cartier-Bresson展에 들렀다. 2003년 5월부터 시작한 세계순회 회고전의 11번째 전시. 브레송을 몰라도 저 물 위를 건너는 사람의 사진(생 라자르 역에서/Behind Saint Lazare station, 1932 Paris France)은 꽤 익숙하지 않을까 싶다. 인상과 구도에 대한 의미들을 새겨본다면 시대의 거장으로 불릴 이유를 충분히 찾을 수 있을 듯. 결국 모든 예술은 그 도구에 의한 방법을 극대화하고 그 도구를 통해 개인이 찾고자 하는 철학적 가치를 읽어내고 또 드러내는 데 있을 것이다. 그것이 사진이라면 그 극대화란 열심히 찍는 것이 첫번째, 그리고 나머지는 각자의 몫. 펜을 들었을 때 그 하얀 여백을 .. 더보기
Tomorrow and Tomorrow and Tomorrow Tomorrow and tomorrow and tomorrow, Creeps in this petty pace from day to day To the last syllable of recorded time, And all our yesterdays have lighted fools The way to dusty death. Out, out, brief candle! Life's but a walking shadow, a poor player That struts and frets his hour upon the stage And then is heard no more. It is a tale Told by an idiot, full of sound and fury, Signifying nothing. .. 더보기
50/50 50%의 확률. 물이 반 밖에 남지 않았나 아니면 반이나 남았나 긍정성에 대한 질문일 수 있겠지만, 생명이 달린 일이 되버리면 더 이상 언어유희적인 상황으로 남지만은 않는다. 살 확률이 50%나 될 수도 있고 아니면 죽은 확률이 50%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10%보다야 50%가 확률적으로 더 낫기는 하지만, 내가 운이 좋아 좋은 쪽의 50%에 들 가능성은 말 그대로 반반이기 때문이다. 50/50. 평범한 일상과 인간관계들이 시한부가 된 생명으로 인해 변해버린다. 내가 내일 죽을 지도 모르는데 이게 무슨 의미지? 근데 왜 하필 나지? 부정 - 분노 - 체념 - 긍정 정도로 진행되는 과정들. 정말 내게 일어날 수도 있다는 공포, 어떻게 삶을 꾸려가는 가 하는 것은 어떻게 죽음을 받아들이고 준비하는가 하.. 더보기
Soar Away 저 햇살 가득한 하늘, 높은 계단 한 걸음에 달려올라가면 날아오를 수 있을지 몰라. 두 팔을 펴고 너를 위한 그리움만큼 부레를 한껏 부풀리면 그렇게 바람을 안고 날아오를 수 있을 지 몰라, 그렇게 너에게 가는 길이 저 푸른 하늘을 날아오르는 새들만큼 가벼울 수 있다면 그 비행의 끝이 나의 모든 끝이라는 것을 알기에, 그렇게 온 몸을 던져 날아오르는 그 마지막을 위해. ● Angelic Breeze - Soar Away 더보기
달. 불온한 것. 비가. 붉은 달. 내 처음처럼 미숙한 부끄러움. 차가운 금속, 하지만 그 어떤 비단보다 고요한 부드러움. 노랗게 빛나는 부엉이. 밤의 둥지. 저기 멀리 앞질러 앞질러 가는 논두렁 너머 그림자. 어떤 마음보다 가라앉을 수 있는 심연. 드러내놓고 사랑하지 않아도 되는 가벼움. 바람 이 너를 안아줄 때까지. 기다리는 꿈보다 더 가벼운 달. 더보기
네 이마에 햇살을 겨누며 모질도록 아니다 아니다 되뇌어봐도 이미 내 마음 한 가운데 박힌 못은 검게 녹슬고 있다 너는 죽은 것이다, 내 마음이 너를 살려놓을 수 없다 사랑은 그렇게 비틀거리며 내 어깨를 툭 치고 지나갔다 두번 째 ● Don't let me be misunderstood...Nina Simone. Animals의 Blues Rock이나 Santa Esmeralda의 Disco보다 더 아름다운... 더보기
촛불의 미학 불꽃은 우리들에게 상상할 것을 강요한다. 불꽃 앞에서 꿈꿀 때, 사람이 상상한 것에 견주어 본다면 사람이 인지한 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불꽃은 그 은유와 이마주의 가치를 매우 다양한 명상의 영역 안에 두고 있다. 불꽃의 몽상가는 모두 잠재적인 시인이다. 그리고 불꽃 앞에서의 모든 몽상은 감탄하여 바라보는 몽상이다. 몽상가는 단지 그 자신의 것만이 아닌 하나의 과거, 세계의 원초적인 불의 과거 속에 살아가는 것이다. 불꽃은 인간에 있어서만 하나의 세계다. 그러므로 불꽃의 몽상가가 불꽃을 향해 말한다면 그는 자신에 대해 말하는 것이고, 그는 시인인 것이다. 세계를, 세계의 운명을 확대시키고, 불꽃의 운명에 대하여 명상함으로써 몽상가는 언어를 확대시킨다. 그는 세계의 미美를 표현하기 때문이다* 램프가 지배했던.. 더보기
Crossing 두 개의 직선은 공간에서 한 번 만난다. 그 옛날이 단 한 번의 교점이었다면 우린 이젠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것. 삶이 직선이라면...... 더보기
새들은 하늘을 자유롭게 풀어 놓고 새들이 날아오른다 공기보다 더 가볍게, 햇살에 부딪혀 날아오르는 날개들이 하늘을 풀어 놓는다, 그 날개들이 말을 한다 미처 다 하지 못했던 시간들을 묻어두며 여기 지금 내가 너를 기억하는 곳, 내 그늘의 뒤안에서 너는 그 말들을 더듬는다 추레한 기억 만으로 내가 풀어놓았던 이젠 내 곁을 떠난 그 말들 날개가 되고 싶다. 더보기
여기 이 곳에서 너를 부르다 내 어린 사랑이 다른 사랑과 다르다고 목놓아 외쳐본 적이 있다 술에 취해 허락되지 않은 불편하고 일방적인 나를 던진 적도 있었다 나는 네게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일까 파도가 부서져 길고 오랜 시간을 거슬러 오르는 통로를 만드는 여기, 바다 한 가운데 시간은 모든 것을 제 갈 길로 옮겨 놓고남은 건 서로 다른 공간 속의 꿈, 바람이 바람을 불러 속삭이던 그 밤의 시간도 서로 다른 기억 속, 절대로 기억나지 않을 기억이 되어 바람에 일렁이지도 않을 것이다 여기 너를 부르며 서있는 내 마지막 소리도 곧 내 기억 속에서 일렁이지 않을 작은 바람이 될 것이다 더보기
B-612 조금씩 조금씩 바다로 가는 조약돌. 바다로의 회귀, 살아나온 곳으로 돌아간다는 것. 다시 영원한 순환으로의 승화. 돌아간다는 말이 던져주는 그 아름다운 느낌, 그리운 곳, 내가 아름다웠었던 날들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