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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사전

삶의 존엄과 실존의 사이, 영화 <Nomadland> 내일, 또 내일, 또 내일이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쉬지 않고 하루하루 종종 걸음으로 소리없이 다가가고, 지나간 날들은 어리석은 자들에게 티끌의 죽음으로 돌아가는 길을 비추어 왔구나. 꺼져라, 꺼져, 덧없는 촛불아! 인생이란 기껏해야 걸어다니는 그림자, 잠시 주어진 시간 동안 무대 위에서 뽐내고 으시대지만 그 시간이 지나면 영영 사라져 버리는 가련한 배우, 그건 백치가 지껄이는 이야기, 요란한 소리와 노여움에 가득 찼지만 뜻이라곤 아무 것도 없다. - 멕베드, 5막 5장 삶을 살아가는 방식에는 다양한 관점들이 존재한다. 어떤 의미에서 삶을 목적과 주관적 가치를 결정하고 '나'의 존엄을 유지하며 살아가야할 동기부여를 만든다. 거기에는 몇 가지 요구사항이 따르는데 그런 삶의 방식에 대한 결정이 도덕적이며 불법.. 더보기
인생의 회전목마 단상록(斷想錄) 원의 정의, 하나의 정의된 정점에서 동일한 거리에 위치하는 점들의 자취, 궤적 혹은 연결. 원은 가장 궁국적이며 가장 완벽한 형체이다. 시작도 끝도 없은 이 완전무결한 도형은 그 형태적 의미를 통해 근원, 창조, 영원, 평등, 무한, 그리고 효율적인 실용의 의미까지 확장을 한다. 완벽한 대칭, 모든 점과 선이 연결되어 끊임없이 회전할 수 있는 모순성 없는 영원성. 그러나 원의 비극은 그 모순성의 부정을 증명하기 위한 끊임없는 회전에서 기인한다. 스스로를 완성하고 지키기 위해 미친 듯이 궤도를 돌고 있는 점들의 멈출 수 없는, 슬픈 의미의 영원. 원-Circle, 만다라-曼茶羅, मण्डल, Mandala, 회전목마-Merry-go-round. Merry-go-round of Life (인.. 더보기
色과 形態 斷想錄 색(色)은 마음의 빛이며 형태(形態)는 마음의 길이다. 빛은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꺽이지 않으며 물러서지 않는다. 빛의 직진은 삶의 무가해한 순수, 이면에 대한 무목적인 질투이기도 하다. 삶에 대한 의미를 생존의 방향으로 놓아둘 때 이 직진성은 무가해하며 무목적인 길로 달려간다. 한치 앞을 살피지 않는 그런 순수는 삶과 죽음의 가느다란 경계를 달리는 삶의 또 다른 위협이기도 하다. 하지만 직진의 빛이 아름다운 굴절들로 풍성해질 때 내가 만든 공간을 가득채워 순수와 이타적인 삶의 희열이 될 때 그 빛들은 내 마음에 형태가 되고 쌓여 길이 된다. 승화라고 불러도 좋을 이 형태적 결과는 나의 자주적이고 내면적인 울림이다. 마음의 결을 따라 빗어내는 세월이 또 다른 형태의 빛이 되고 길이 되는 그런 과정.. 더보기
斷想錄 샘, 새암, 멈추지 않고 흐르는 물은 이미지를 가로질러 간다. 움직이지 않는 기묘한 푸른 꽃들로 가득찬 화단, 춤추지 않고 흐르지 않고 날아앉은 새들이 모여있는 언덕, 물은 그 사이를 가로지른다. 때론 커다란 곡선을 그리며 앞으로 그리고 또 깊게 흘러간다. 그것은 곧 실존의 꿈이다. 그 꿈은 물이 반영으로 되비친 모든 것들은 환영으로 가득찬 이미지가 되어 내 머리 속에서 끊임없이 율동하고 흘러내린다 - 물의 운명을 아는가 - 햇살을 걷어내고 어둠과 그림자를 안고 물은 어두운 심연으로 가라앉는다. 그것은 물이 안고 가라앉는 실체의 소모, 죽음으로 승화된 실존의 무게를 의미하며 어둡고 무겁고 깊은 존재의 심연을 가리킨다. 그렇게 물은 고요하고 끝모를 어둠, 꿈꾸는 무덤이 되어 거대한 잠 속에서 또 다.. 더보기
斷想 - 그림과 음악과 詩와 영화 이야기 프란시스코 고야 (Francisco de Goya) 프란시스코 고야. 18-19세기 고전주의와 낭만주의 시대의 스페인 화가. 삶의 밝은 세상과 어두운 세상을 고루 살다간 사람 혹은 巨人. 궁정화가 시절의 그림에는 밝고 환한 인물들을 통한 삶의 환희와 즐거움이 가득한 그림을, 콜레라로 청각을 잃고 프랑스 대혁명, 스페인 독립 전쟁 (혹은 반도전쟁, Peninsular War)를 거치며 어두운 세상을 표현하던 검은 그림들 연작을 만들던 삶을 살았다. 얼마전 '스페인의 영광'이라는 전시회에서 고야의 'The Black Duchess'라는 그림을 본 후로 한동안 그의 그림과 삶과 스페인의 역사를 살펴보았고 그리고 그의 그림에 영감을 받은 사람의 노래를 듣게 되었다 엔리케 그라나도스(Enrique Granados.. 더보기
文章들 나는 저 심연으로 내려가야 한다. 저녁 바다 저편으로 떨어져 하계(下界)를 비추어주는 그대처럼, 그대 넘쳐흐르는 별이여! 나는 그대와 마찬가지로 몰락해야 한다. 내가 저 아래로 내려가 만날 사람들이 말하듯이. 그러니 나를 축복해 다오. 그대 고요한 눈이여! 크나큰 행복조차도 질투심 없이 바라볼 수 있는 그대여! 「차라투스트라의 머릿말」중에서, 프리드리히 니체『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민음사, 2004) 우리는 이별없는 세대에 살고 있다. 우리는 이별은 부인하며, 우리가 떠날 때엔 아침마다 이별을 잠들게 한다...그러나 우리는 미래가 있는 세대다. 어쩌면 우리는 새로운 생활, 별의 세계로 가는 세대일 것이다. 새로운 태양 아래에서 새로운 가슴을 가지려고 하는 희망의 세대다. 아마도 우리는 새로운 사랑.. 더보기
500일의 썸머 500일의 썸머 500일의 썸머 (500 Days of Summer), Marc Webb 감독의 2009년 로맨틱 영화. 톰(조셉 고든레빗)과 썸머(조이 데셔넬)의 사랑이야기. 영화는 아래와 같은 내레이션으로 시작한다. “이 영화는 한 소년이 소녀를 만나는 이야기다. 하지만 당신은 이것이 사랑 이야기가 아님을 미리 알고 있어야 한다. 뉴저지 주 마게이트 출신인 톰 핸슨은 운명적인 ‘그 사람’을 만나기 전에는 절대 행복해질 수 없다는 믿음 속에서 성장했다. 이는 우울한 브리티시 팝을 너무 어린 나이에 접하고, 영화〈졸업〉의 내용을 완벽하게 오해한 데서 비롯됐다.” 썸머 효과(Summer Effect), 썸머가 거주하던 지역에 일어난 각종 효과들, 예를 들어 썸머가 졸업앨범에 적어놓은 스코트랜드 밴드 'Be.. 더보기
言語의 庭園 (言の葉の庭) なるかみの すこしとよみて さしくもり あめもふらぬか きみをとどめむ 천둥소리를 멀리서 들려주며 몰려오는 비구름아 비라도 내려주렴 그대가 여기에 더 머무르도록 なるかみの すこしとよみて ふらずとも われはとまらん いもしとどめば 천둥소리를 멀리서 들려주며 비구름 몰려오지 않아도 나는 머물겠소 그대가 여기에 더 머무른다면 봉정사 만세루에서 만났던, 넓디 넓은 들판을 넘어 산을 넘어 달리는 광야의 비, 소수서원 가는 길 만났던 비는, 차를 세우고 멈춰야할 만큼 크고 무거운 비, 외가 마당 풀밭을 적시던, 기와를 먹빛으로 물들이던 고요한 비. 비에 그려 쓴 抒情詩. 너무 투명해서 마음이 비쳐질 것 같은. 유키노의 마음도 타카오의 마음도 그림자 하나 드릴 수 없는 투명한 빗소리에 잠겨있었다. 비를 사랑해. 멈출 수 없는 .. 더보기
Golden Slumbers Once there was a way to get back homeward Once there was a way to get back home Sleep, pretty darling do not cry And I will sing a lullaby Golden slumbers fill your eyes Smiles await you when you rise Sleep, pretty darling do not cry And I will sing a lullaby Once there was a way to get back homeward Once there was a way to get back home Sleep, pretty darling do not cry And I will sing a lullaby.. 더보기
Kodachrome, 아날로그에 대한 송가 코다크롬(Kodachrome) 코다크롬(Kodachrome), 1935년에 출시된 이 필름은 단종될때까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Brand의 Film이었고 감색법(Subtractive color method)을 사용한 최초의 외형 발색식 칼라 포지티브 필름이었다. 코다크롬은 많은 전문가들로부터 “사진 기술력의 예기치 못한 발전”의 결과라는 평을 받았는데, 코다크롬은 예외적으로 사진 재현력의 최고 수준을 전반적인 컬러의 시대가 도래하기 전에 성취했기 때문이다. 코다크롬의 발매 다음 해인 1936년 독일의 아그파(Agfa)사가 아그파컬러-누(Agfacolor-Neu)라는 컬러슬라이드 필름을 내놓았고, 코닥 역시도 1942년에 코다칼라(Kodacolor)라는 칼라네거티브 필름을, 1946년에는 엑타크롬(Ekta..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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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의 조화를 찾아서, 영화 <the SOUND of SILENCE> 도시의 거리들, 건물들, 자동차들, 사람들. 그 모든 것들이 만들어내는 소리들로 우리의 공간은 꽉 차있다. 그것은 마치 그 모든 소리의 진원지들이 일제히 우리에게 총구를 겨누어 그 온갖 소음들로 우리를 사격하는 것과 같다. 밤이면 건물들과 광장들과 자동차들이 불빛들로 들어올려지고 높이 떠 올라있는 도시에서 우리는 그 소음들과 함께 부유한다. 그리고 그 부유가 잦아들 새벽, 지친 소리들이 잠시 쉬고 있는 그 여명의 시간, 잠깐 동안 침묵과 그 침묵이 헌사한 고요가 찾아온다. 여기 한 사람이 있다. 피터 루시안(Peter Lucian). 그의 작업은 사람들의 집에서 발생하는 모든 소음들을 평가하여 불안, 우울, 피로의 원인을 찾아 사람들에게 고요의 평화를 찾아주는 직업, 하우스 튜너(House Tuner)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