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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사전

이 여름, 詩 둘

 

 
 
 
이 밤의 작별을 쉽게 받아들이지 마세요
노년의 마지막은 불타오르고 포효해야 하기에,
꺼져가는 불빛을 향해 분노하고, 분노하세요.

현명한 이들은 그들의 마지막이 어둠일 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그들의 말은 불꽃 하나 일으킬 수 없었기에
이 밤의 작별을 쉽게 받아들이지 마세요

선한 자들은 마지막 파도 곁에서 자신들의 덧없는 행동들이
푸른 바다에서 얼마나 빛나게 춤추었을지를 슬퍼하기에,
꺼져가는 불빛을 향해 분노하고, 분노하세요.

한낮의 태양을 붙잡고 노래하며 시간을 허비하던 이들은
결국 그 태양이 저물어가는 것을 늦게 깨닫고 슬퍼했기에,
이 밤의 작별을 쉽게 받아들이지 마세요

위독한 자들은 죽음을 앞두고 앞이 보이지 않을지라도
그 멀어버린 눈이 유성처럼 불타고 빛날 수 있기에
꺼져가는 불빛을 향해 분노하고, 분노하세요.

그리고 슬픔의 언덕에 선 당신, 나의 아버지,
바라건대 그대의 모진 눈물로 나를 저주하고 축복해 주세요.
이 밤의 작별을 쉽게 받아들이지 마세요
꺼져가는 불빛을 향해 분노하고, 분노하세요.
 
 
딜란 토마스「이 밤의 작별을 쉽게 받아들이지 마세요」 
 


 
Do not go gentle into that good night,
Old age should burn and rave at close of day;
Rage, rage against the dying of the light.

Though wise men at their end know dark is right,
Because their words had forked no lightning they,
Do not go gentle into that good night.

Good men, the last wave by, crying how bright
Their frail deeds might have danced in a green bay,
Rage, rage against the dying of the light.

Wild men who caught and sang the sun in flight,
And learn too late, they grieved it on its way,
Do not go gentle into that good night.

Grave men, near death, who see with blinding sight
Blind eyes could blaze like meteors and be gay,
Rage, rage against the dying of the light.

And you, my father, there on the sad height,
Curse, bless, me now with your fierce tears, I pray.
Do not go gentle into that good night.
Rage, rage against the dying of the light.

 
Dylan Thomas「Do not go gentle into that good night」 

 


 
'살아야 했다구, 알아들었어? 물론 너나 나나 도대체 어디에 쓸모가 있었겠니? 그래도 살아야 할걸 그랬다구. 뭣 때문이냐구? 아무것 때문에도 아니지. ······ 그냥 여기 있기 위해서라도. 파도처럼, 자갈돌처럼. 파도와 함께. 자갈돌들과 함께. 빛과 함께. 모든 것과 다 함께.'
 
앙드레 도텔 인생의 어떤 노래」中
 
 
생각하는 갈대. 내가 나의 존엄성을 찾아야하는 것은 공간에서가 아니라 나의 사유의 규제에서이다. 많은 땅을 소유한다고 해서 내가 더 많이 갖게 되지는 않을 것이다. 공간으로써 한 점 처럼 나를 감싸고 삼켜버린다. 사유로서 나는 우주를 감싼다.  
 
파스칼 「팡세」 217

 

 

 


 

 

 
 
 
나는 플라맹코 슈즈를 하나 가지고 있지
언제나 책장 한 켠 고이 올려놓고 바라본다네
내 플라맹코 신발은 갈라도 브랜드,
전에 신던 신발은 스텔레 브랜드
이건 내가 갈라도를 알게 되기 전이었지
갈라도 신발은 유려하고 아름다운 디자인에
어둠 속 짙은 바람이 내려앉은 듯한 아름다운 검은 색을 가지고 있지
단단하게 여미어진 검은 가죽은 스페인 장인이 한땀한땀 심혈을 기울인 노력
그 신을 신으면 나는 한없이 가벼이 나를 공중에 띄울 수 있네
내 무게와 하루의 짐이 아랑곳 없이
콩, 콩, 콩 하늘로 뛰어오르지
내가 여기 있어 신을 신고 뛰어오르고
내가 여기 없으면 별이 되겠지

이 모든 것은 내가 갈라도에게 준 것이고
또 갈라도가 나에게 준 것이지
나는 플라맹코 슈즈가 되고 아니
플라맹코 슈즈가 내가 되지,
하늘을 향해 불타오르는 입맞춤으로
 
 
칼 헤이즈 「플라멩코 슈즈
 


 
 
I got flamenco shoes
I always put it on one side of the bookshelf and look at it
My Flamenco shoes are from the Gallardo brand,
The shoes I wore before were Stelle brand
This was before I knew the Gallardo
Galado shoes are elegant and beautiful in design
It has a beautiful black color like a strong wind descending in the dark
The tight black leather is the result of the painstaking efforts of Spanish artisans
When I put on those shoes, I can float myself in the air infinitely lightly
Regardless of my weight and the burden of the day
Hop, hop, hop, jump into the sky
Because I'm here,  put on my shoes and jump
I'll become a star if I'm not here

All this I gave to Gallardo
It's what Gallardo gave me also
I become flamenco shoes
And Flamenco shoes become me,
With a kiss that burns toward the sky
 
 
Carl Hayes 「Flamenco shoes

 


 

그대의 발에 구름을 달아 놓는다. 두 발을 감춘 구름이 허공에 떠다닌다. 구름은 지난 기억의 시간을 지나왔으므로,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불고 어둠이 지는 숲의 나이를 셀 줄 안다.  둥글게 원을 그리며 자라나는  나무들의 뿌리는 저 
산 너머 어느 먼 고장에 있다는  바다를 향해 가는 강물까지 가 닿아있다.  그대의 발이 그렇게 구름의 시간 속에서 
자란다. 그리고 두 발이 허공을 향해 디딜 때마다 숲속의 식물들이 두 팔을 올려 바람을 만드는 것을, 그래서 구름
에게 발을 빌려준 그대가 바람과 나무와 숲이 되는 것을, 나는 물끄러미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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