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心印之房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 더보기
Adios 2023 올해의 단어 - 時節因緣 새해의 단어는 무엇이 될까... 더보기
이 겨울, 갈대 둘 시경(詩經)_국풍(國風)_제11 진풍(第十一 秦風) 129_겸가(蒹葭)_갈대 蒹葭蒼蒼 白露爲霜 (겸가창창 백로위상) : 갈대는 우거지고 흰 이슬은 서리가 되었는데 所謂伊人 在水一方 (소위이인 재수일방) : 그님은 물 건너에 계시다네 遡洄從之 道阻且長 (소회종지 도조차장) : 물결을 거슬러 올라가 다가가려해도 길은 멀고 험해 遡游從之 宛在水中央 (소유종지 완재수중앙) : 물길 따라 내려가도 아스라이 물 한가운데 계시네 蒹葭淒淒 白露未晞 (겸가처처 백로미희): 갈대는 아직 무성한데 흰 이슬 촉촉하네 所謂伊人 在水之湄 (소위이인 재수지미): 그님은 물가에 계시네 遡洄從之 道阻且躋 (소회종지 도조차제): 물결을 거슬러 올라가 다가가려해도 길은 험하고 사나워 遡游從之 宛在水中坻 (소유종지 완재수중저): 물길 따라.. 더보기
기다림 셋, 그림자 하나 바람이 가진 힘을 모두 풀어 내어 개울물 속에서 물방울이 되게 바람을 적시는 비 비 같은 사람을 만나려고 늦가을의 미루나무보다도 훤칠하게 서 있어 본 사람은 보이겠다, 오늘 중으로 뛰어가야 할 길을 바라보며 초조히 구름 속을 서성거리는 빗줄기, 빗줄기쯤. 「오래 기다리면 오래 기다릴수록」 신대철 詩集『무인도를 위하여』(문학과지성, 1977) 기다림 하나 기다림은 남아있는 사람의 몫. 무언가를 기다린다는 일은 간절한 의지를 삶에 투영하는 일이다. 몇 시간을, 며칠을, 몇년을 기다린 줄 아세요? 기다린만큼의 기간이 원망으로 애증으로 설움으로 그리고 그 기다림이 온전히 내 것으로 더 큰 마음으로 움직일 때 비로소 기다림은 완성된다. 사무엘 베켓의 에서 디디와 고고의 기다림은 느리고 가난하며 수동적이다. 고도를.. 더보기
文章詩 2020-2023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 더보기
12월의 詩: 칠판 당신이 알아볼 수 있도록 세상에서 가장 큰 글씨로 내 이름을 써두곤 했다 당신만 알아볼 수 있도록 세상에서 가장 깊어진 글씨로 내 이름을 써두곤 했다 나 혼자 노을 속에 남겨져 길이 보이지 않을 때에는 당신 맨 처음 바라보라고 서쪽 하늘 가리키는 손가락 끝에 청동의 별 하나를 그려두기도 하였다 때로는 물의 이름을 때로는 나무의 이름을 때로는 먼 사막의 이름을 쓰기도 했다 지붕이 자라는 밤이 와서 하늘이 내 입술과 가까워지면 푸른 사다리 위에 올라가 가장 깨끗한 언어로 당신의 꿈길을 옮겨 적기도 하였다 내 노래에 귀를 기울이는 물고기 한 마리 우산을 쓰고 지평선을 넘어오는 자전거 하나 밤과 새벽을 가르는 한 올의 안개마저 돌아와 아낌없이 반짝이곤 했다 아무도 그 이름 부르지 말라고 세상에서 가장 작은 글씨.. 더보기
그곳에 다녀왔다 - 봉황산 부석사 서툴게 온 발걸음, 기억을 거슬러 온 자리 너는 무엇이 되어 그시간을 지켜왔는가 오래전 푸른 靑春이 남겼던 사진이 나를 가르켰던 그 길의 끝... 11월의 부석사는 쌀쌀했지만 따뜻했고 포근했다. 오랜 만의 기억, 뒤돌아본 그 길로 거슬러 오르는 기억. 모든 과거의 기억을 잊고 현재를 사는 인간의 일을 따라 나도 나를 잊고 내가 남겼던 한 장의 사진으로 이곳을 기억했었다. 과거를 따라 내가 기억할 수 있는 몇 개의 일들 중 내가 각인했던 그곳, 그때의 나는 어떤 꿈을 꾸고 있었을까. 부석사의 아름다움은 산지가람으로 이루어진 자연스런 산길을 따라 오르는 동선에 있다. 그 동선을 따라 계속되는 액자식 풍경들. 풍경 속의 풍경을 따라 가다 보면 화엄(華嚴)이 인도하는 공간으로 다다르게 된다. 부석사의 아름다움은.. 더보기
11월의 詩: 처용 3장 1 그대는 발을 좀 삐었지만 하이힐의 뒷굽이 비칠하는 순간 그대 순결은 型이 좀 틀어지긴 하였지만 그러나 그래도 그내는 나의 노래 나의 춤이다. 2 6월에 실종한 그대 7월에 산다화가 피고 눈이 내리고, 난로 위에서 주전자의 물이 끓고 있다. 서촌 마을의 바람받이 서복쪽 늙은 홰나무, 맨발로 달려간 그날로부터 그대는 내 발가락의 티눈이다. 3 바람이 인다. 나뭇잎이 흔들린다. 바람은 바다에서 온다. 생선가게의 납새미 도다리도 시원한 눈을 뜬다. 그대는 나의 지느러미 나의 바다다. 바다에 물구나무선 아침 하늘, 아직은 나의 순결이다. 「처용 3장」 김춘수 詩選集『처용』(민음사, 1974) 기억은 쉽게 지워진다 구름이 있던 근처라고 했는데 그랬는데, 기억과 시간의 사이를 가로지르며 스쳐지나가는 풍경 속에 그.. 더보기
10월의 詩: 가을 편지 예기치 않은 날 자정의 푸른 숲에서 나는 당신의 영혼을 만났습니다. 창가에 늘 푸른 미루나무 두 그루 가을 맞을 채비로 경련하는 아침에도 슬픈 예감처럼 당신의 혼은 나를 따라와 푸른색 하늘에 아득히 걸렸습니다. 나는 그것이 목마르게 느껴졌습니다. 탁 터트리면 금세 불꽃이 포효할 두 마음 조심스레 돌아세우고 끝내는 사랑하지 못할 우리들의 우둔한 길을 걸으며, 이라는 고상한 짐이 무거워 詩人인 나에게서 도망치고 싶었습니다. 당신을 내 핏줄에 실어 버릴 수만 있다면, 당신의 그 참담한 정돈을 흔들어 버릴 수만 있다면, 그리고 우리가 다시 한번 이 세계 안의 뿌리를 일으켜 세울 수만 있다면, 하늘로 걸리는 당신의 덜미를 끌어내려 구만리 폭포로 부서져 흐르고 싶었습니다. 「가을 편지」 고정희 詩集『이 時代의 아벨.. 더보기
連星系之房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 더보기
9월의 詩: 가을 기차 들국 앉은 모습이 설핏 종지부 같다. 들국 가느다란 모가지 너머 저 빈 들 먼 끝머리 은빛 기차 한 가닥 천천히 가고 있다. 생각하면 엊그제 개나리 목련 피었다 서둘러 지고 라일락 진달래 아카시아 패랭이 분꽃 다알리아 명아주꽃 장미 나팔꽃이 또 줄지어 겨우겨우 따라왔다. 짧고 아름다웠던 보폭이여 어릴 적엔 그렇게 징검다리를 건넜다. 아이들의 어린 동생들도 다 빠지지 않고 건너면 오, 꽃 자욱한 메밀밭 희고 자잘한 기쁨이 가슴에 들에 많았다. 그렇게 봄 가고 여름 간 것일까. 생각하면 엊그제 더 많이 어둠고 소란스러웠던 날들은 발목을 풀고 떠난 물소리 같은 것. 어느 날은 문득 뒤가 비어 있고 죄 없고 눈물 없는 것들만이 뼈처럼 이어져 이 큰 둘레의 가을을 건너가고 있다. 들국 앉은 모습이 설핏 종지부 같.. 더보기
여름, 단상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