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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과나무

6월의 詩: 꽃차례

 

 

 

천체는 현존합니다 질량이 불변하듯이
가장자리에서부터 혹은 위에서부터 피어나듯이
꽃 한송이의 섭리는 불변합니다


들여다보면 항상 비어있는 지상
타인의 눈물과 핏물을 받아 마시며 제가
끌려 다니는 동안도 행성은 타원의 궤도를 돌고······

 

이 한 몸과 마음이 때때로 추레하여
가슴에 별 하나 품고 살아가게 하듯이
슬픔의 벼랑 끝에서 곱게 핀 당신을 찾아내듯이


꽃, 한 송이 천체여
이승의 기나긴 밤에도 당신과 맺어져 있어 저는
살아 있는 것들의 향기를 맡을 수 있습니다


「꽃차례」 
   이승하 詩集『욥의 슬픔을 아시나요』(세계사, 1991) 

 

 




우리는 모두 우리의 삶이 충만하기를 꿈꾼다. 그 충만함이 만족과 행복, 안락 혹은 편안함으로 치환될 수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자유의지에 따라 우리가 누릴 수 있는 인간다움에 대한 충족, 스스로가 원하는 삶의 가치기준에 현실이 부합할 때 우린 그 충만함을 맞게 된다. 그러나, 삶은 늘 불완전하고 위태로우며 불확실하다. 한길 낭떠러지를 위태로이 지나고 나면 우린 늘 삶의 고요한 순간이 하루에 한 번씩 다가 오기를 꿈꾼다. 그리고 그 잠깐의 환한 순간, 나의 삶이 어둠 속에서 잠깐 빛을 발할 때, 나의 의지에 따라 나를 비추고 나를 들여다볼 수 있는 거울, 그런 사람을 찾는다. 그리고 그것이 연대로 이어질 때 삶의 부조화로 인한 상처들이 치유되며 결핍이 충족되고 세상을 향에 온 몸으로 나를 밀고 나아가게 된다.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에서 주인공들은 서로의 삶에서 조우한 사람들, 그들의 삶을 자신의 삶에 들여놓으며 상처를 치유하고 더 나은 삶으로의 희망을 꿈꾼다. 드라마에서는 그 과정이 해방으로 의미된다. 채워진다는 것, 결핍이 해소되고 충만해지는 삶의 치유. 그리하여 스스로를 채워넣고 비로소 자유로워져, 그래서 '숭고'한 서로를 만날 수 있는 그 순간.

 

어두운 그늘에서 등불이 되어 불타오르는 꽃, 한 송이, 

그리고 행성과 행성의 사이,  어제와 오늘의 사이, 그 한없는 간극 사이에 서 있는 당신. 

 

 


 

 

 

 

 

Sway - We Sink (나의 해방일지 O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