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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과나무

6월의 詩: 역광의 세계

 

 

 

버려진 페이지들을 주워 책을 만들었다

 

거기

한 사람은 살아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

한 페이지도 포기할 수 없어서

 

밤마다 책장을 펼쳐 버려진 행성으로 갔다

나에게 두개의 시간이 생긴 것이다

 

처음엔 몰래 훔쳐보기만 할 생각이었다

한 페이지에 죽음 하나*

너는 정말 슬픈 사람이구나

언덕을 함께 오르는 마음으로

 

그러다 불탄 나무 아래서 깜빡 낮잠을 자고

물웅덩이에 갇힌 사람과 대화도 나누고

시름시름 눈물을 떨구는 가을

새들의 울음소리를 이해하게 되고

 

급기야 큰 눈사태를 만나

책 속에 갇히고 말았다

 

한 그림자가 다가와

돌아가는 길을 일러주겠다고 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빛이 너무 가까이 있는 밤이었다

 

 

 

「역광의 세계」 
  안희연 詩集『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창비, 2020)

 

 

*다니엘 포르

 


 

 

 

나는 내가 원하기만 하면 우주비행사든, 시인, 살인자, 마술사든 뭐든 될 수 있을거라 줄 곧 믿으면서 살아왔다. 그것은 진로의 방향과 기술적인 능력의 문제이지 심리적인 무능력의 문제가 아니었다. 어릴때면 어른이 되면 모든 것이 해결되고, 더 이상 어떤 문제도 없으며 평온이 지배하는 상태가 될거라 상상했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멋진 일이고 만사형통을 의미한다고 믿었다. 바보 같으니라고! 어쩌면 아직 어른이 되지 않는 건지도 몰랐다. 

 

다니엘 포르『한 페이지에 죽음 하나』P.96 (문학동네,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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