名詞集 썸네일형 리스트형 名詞集: 기억과 물방울 기억 1 먼지 낀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풍경 (짐 실은 트럭 두 대가 큰 길가에 서 있고그 뒤로 갈아엎은 논밭과 무덤, 그 사이로 땅바닥에 늘어진 고무줄 같은 소나무들) 내가 짐승이었으므로, 내가 끈적이풀이었으므로 이 풍경은 한번 들러붙으면 도무지 떨어질 줄 모른다 2 국도에는 먼지를 뒤집어쓴 노란 개나리꽃, 배가 빵그란 거미처럼 끊임없이엉덩이를 돌리며 지나가는 레미콘 행렬, 저놈들은 배고픈 적이 없겠지 국도변식육식당에서 갈비탕을 시켜 먹고 논둑.. 더보기 名詞集: 길과 오후 길 1한때 젖은 구두 벗어 해에게 보여주곤 했을 때 어둠에도 매워지는 푸른 고추밭 같은 심정으로 아무 데서나 길을 내려서곤 하였다 떠나가고 나면 언제나 암호로 남아 버리던 사랑을 이름부르면 입 안 가득 굵은 모래가 씹혔다 2밤에 길은 길어진다 가끔 길 밖으로 내려서서 불과 빛의 차이를 생각다 보면 이렇게 아득한 곳에서 어둔 이마로 받는 별빛 더이상 차갑지 않다 얼마나 뜨거워져야 불은 스스로 밝은 빛이 되는 것일까 3길은 언제나 없던 문을 만든다 그리움이나 부끄러움은 아무 데서나 정거장의 푯말을 세우고 다시 펴보는 지도, 지도에는 사람이 표시되어 있지 않다 4가지 않은 길은 잊어버리자 사람이 가지 않는 한 길은 길이 아니다 길의 속력은 오직 사람의 속력이다 줄지어 가는 길은 여간해서 기쁘지 않.. 더보기 名詞集: 청춘과 별 그 계절에는 발바닥에 별들이 떴다발그레한 아이의 피부 같은,막 떠오른 별들로 가득한 벌판에서나는 말발굽을 주웠다밤마다 달빛에 비춰보며 꿈을 꾸었다벌판을 지나 하늘에 화살을 박는말 울음소리를벌판의 꽃들이 짓이겨진하늘로 달려 나간 푸른 바람을말발굽의 꽃물 범벅을내 잠 속으로 향내 나는 청마가 달려오며성운 가득 밴 냄새로별자리를 엮어갔다빛나는 말발굽에쩡쩡한 겨울 하늘도파편으로 흩어졌다우주가 내 발바닥으로 자욱하게 몰려드는푸른 연기로그러나 나는 이미 알았다꽃들이 어스름 속에서추억처럼 진해진다는 것을짓이겨진 꽃물이 사실은어스름이라는 것을말발굽이 놓여 있는빛의 길목으로지난 시절의 꿈들이 수줍은 듯그렇게 지나가버린다는 것을 「지나 가버리는 것에 대한 메모 」 박형준 詩集『 불탄 집 』 (천년의시작, 2013.. 더보기 名詞集: 노을과 향기 늦은 오후 그 산에 왜 갔는지, 아마 쓸쓸한 저녁을 기다렸는가봅니다...... 언젠가 당신이 노을을 상처에 빗대었지요 그 후 노을을 당신처럼 여기는 버릇이 생겼답니다 그러나 햇살을 피해 숲속으로 걸음을 옮기는데 보랏빛 꽃무더기가 또렷이 길을 만들며 흩어져 있는 것입니다 누가 꽃잎을 뿌려 먼 길을 만든 걸까 서늘한 고요가 숲의 공기를 당기고 있을 뿐 아무도 내 앞뒤에 없습니다 이제 사람이 두려운 건가요...... 꽃잎 따라 숲을 헤매었지요 차라리 보랏빛을 쫓았다는 게 더 어울립니다 마치 그 꽃잎의 흩어짐 끝에 노을과 당신이 있을 환상을 품고, 그래요 환상이지요...... 그러나 몇 시간 지나지 않아 금방 끝날 것 같은 그 길 어디선가 찬물을 뒤집어쓴 느낌, 느낌표의 풀꽃조차 나를 힐끗 쳐다보는 것, 그 지.. 더보기 名詞集: 가을과 깨달음 며칠 동안 무 도둑을 찾아 나서야겠다는 생각만 하다 드디어 몸을 일으켰다 엄마 갔다 올게, 경아 오래 키운 개는 앞발에 턱을 괸 채 미동도 않았다 경이는 무 도둑을 보았을까 누가 지나가든 매사에 심드렁한 개는 그날도 뿌연 구름이 낀 눈을 깜박이며 하품만 했을 것이다 그러니까 여름 내내 물을 주고 가꾼 화단의 무가 모조리 뽑혀나간 그날 아침, 그런 날에도 버스는 제 시각에 도착하고 택배가 날아오고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고 컴퓨터의 전원을 누르면 파스스 소리와 함께 불이 들어온다 먹다 남은 카레를 천천히 씹으며 생각했다 어쩌다가 무를 도둑맞게 되었을까 그러니까 삼 년 전 어디선가 얻어왔다며 아버지가 던진 흰 봉투 속에는 씨앗들이 한가득이었는데 열심히 백과사전을 들추어봐도 도무지 무슨 씨앗인지.. 더보기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