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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

거미 내가 으스러지게 설움에 몸을 태우는 것은 내가 바라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그 으스러진 설움의 풍경마저 싫어진다 나는 너무나 자주 설움과 입을 맞추었기 때문에 가을 바람에 늙어가는 거미처럼 몸이 까맣게 타버렸다 「거미」 김수영 詩集『巨大한 뿌리』(민음사, 1974) 이렇게 스산한 구절이 있을까. 가을 바람에 늙어가는 거미처럼,이라니. 설움에 몸을 태울 만큼 나는 더 이상의 기대를 만들지 않기 위해 스스로를 버리고 있는 중이고, 좌절과 분노에서 오는 그런설움에 나는 새카맣게 타버리고 있는 것이구요, 나를 설웁게 하는 이 세계가 나를 염세하게 만드는 중이구요, 바람결에 날리는 거미줄, 매달린 까만 거미처럼 그렇게 하늘하늘 세상에 매달려 있구나 싶은 거랍니다. 거미하면 마누엘 푸익의 '거미여인의 키.. 더보기
푸른 하늘을 푸른 하늘을 制壓제압하는 노고지리가 自由자유로왔다고 부러워하던 어느 詩人의 말은 修正수정되어야 한다 自由를 위해서 飛翔비상하여 본 일이 있는 사람이면 알지 노고지리가 무엇을 보고 노래하는가를 어째서 自由에는 피의 냄새가 섞여있는가를 革命혁명은 왜 고독한 것인가를 革命은 왜 고독해야 하는 것인가를 「푸른 하늘을」 김수영 詩集『巨大한 뿌리』(민음사, 1974) 詩는 정치적 의미의 실제 혁명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것을 개인적 의미로 축소시킨다면 '나'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과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가는 일이라고 정의할 수도 있으리라. '혁명은 안되고 나는 방만 바꾸어버렸다(김수영,「그 방을 생각하며」)라고 詩人은 이야기했지만, 또한 그 변화, 방을 잃고 그와 관계되는 허접한 것들을 일시에 '상실'하게된 나의 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