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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삼

5月의 詩: G·마이나 물 닿은 곳 神恙의 구름밑 그늘이 앉고 杳然한 옛 G·마이나 김종삼「G·마이나 ㅡ 全鳳來兄에게」 미술을 색과 형태의 틀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했던 모더니즘 미술가들에게 음악은 가장 이상적인 예술이었다. 그들이 형태를 너머 추상으로 달려갔던 것은 물질적인 形과 態에 제한을 두지 않는 음악을 닮기 위해, 범위없는 자유로움으로 어떤 공간이든 시간으로든 한없이 날아가 우리의 마음에 날아와 앉을 수 있는 음악의 자유로움을 미술 안에 가져다 놓기 위함이었다. 벙거지 모자의 늙은 시인은 그런 음악을 종이 위로 날아와 앉게 한다. 자살한 文友*를 추억하며 그가 청해 들으며 죽었던 바흐의 선율을 종이에 옮겨적으며 문장 사이 그 공간에 이별의 슬픔과 그리움을 극도의 절제된 감정으로 담았다. '물이 닿'은 곳, 神恙(신양), .. 더보기
소금바다 나도 낡고 신발도 낡았다 누가 버리고 간 오두막 한 채 지붕도 바람에 낡았다 물 한 방울 없다 아지 못할 봉우리 하나가 햇볕에 반사될 뿐 鳥類도 없다 아무 것도 아무도 물기도 없는 소금 바다 주검의 갈림길도 없다. 「소금바다」 김종삼 『김종삼 全集』(청하, 1995) 적막은 무화과 이파리 위 한낮의 햇살도 낡게 하고 텅 빈 서점 가지런한 책들의 글자들 짚어가며 지나가던 손가락을 낡게 한다. 그리하여 삶이여 인생이여 그 낡은 대지 위에 거느린 오랜 추억만이 지난 시간들을 이야기하고 있을 뿐, 갈림길도 없는 정갈하고 고요한 질서 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