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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도를 위하여

3월의 詩: 흰나비를 잡으러 간 소년은 흰나비로 날아와 앉고 죽은 사람이 살다 간 南向을 묻기 위해 사람들은 앞산에 모여 있습니다 죽은 사람은 죽은 사람, 소년들은 잎 피는 소리에 취해 山 아래로 천 개의 시냇물을 띄웁니다. 아롱아롱 山울림에 실리어 떠가는 물빛, 흰나비를 잡으러간 소년은 흰나비로 날아와 앉고 저 아래 저 아래 개나리꽃을 피우며 활짝 핀 누가 사는지? 조금씩 햇빛은 물살에 깎이어 갑니다, 우리 살아 있는 자리도 깎이어 물 밑바닥에 밀리는 흰 모래알로 부서집니다. 죽은 사람은 죽은 사람, 흰 모래 사이 피라미는 거슬러오르고 죽은 사람은 죽은 사람, 그대를 위해 사람들은 앞산 양지 쪽에 모여 있습니다. 「흰나비를 잡으러 간 소년은 흰나비로 날아와 앉고」 신대철 詩集『무인도를 위하여』(문학과지성, 1977) 어떤 날들이 있었다. 지난한 시간들, 몇 개의.. 더보기
오래 기다리면 오래 기다릴수록 바람이 가진 힘을 모두 풀어 내어 개울물 속에서 물방울이 되게 바람을 적시는 비 비 같은 사람을 만나려고 늦가을의 미루나무보다도 훤칠하게 서 있어 본 사람은 보이겠다, 오늘 중으로 뛰어가야 할 길을 바라보며 초조히 구름 속을 서성거리는 빗줄기, 빗줄기쯤. 「오래 기다리면 오래 기다릴수록」 신대철 詩集『무인도를 위하여』(문학과지성, 1977) 中에서 **************************************************************************************************** 비가 오는 날, 젖어 본 사람은 안다, 옷깃에 여며오는 눅눅한 슬픔을. 먼 길을 돌아가며 너를 그리워해야 할 것을 알게될 것이므로 나는 슬픈 것이고, 그 슬픔, 개울물에 적셔 비를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