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프카의 집

4월의 詩: 찬란함은 더 늦게 올는지 모른다 찬란함은 더 늦게 올는지 모른다. 꽃봉오리를 맺은 장미는 작년에도 귓볼을 붉혔었다. 강가에서 모래성을 쌓던 아이들이 자라나 블루 진 차림으로 겉멋을 부리지만 정작 희망은 그전의 낱말일는지 모른다. 숲은 아직도 울창한가 짚지붕 처마자락에 매달린 고드름의 카랑카랑한 차가움은 기억 저편에서 빛난다. 미상불 잃을 것 없는 여인이 봄 화장을 하는 동안 시간은 소리없이 하르르 지고 살아서 백년, 죽어서도 백년인 주목나무가 둥치만 남겨진 채 산그림자 속에 묻혀간다. 찬란함은 아무래도 더 늦게 올는지 모른다. 「찬란함은 더 늦게 올는지 모른다」 신중신 詩集 『카프카의 집』 (문학과지성, 1998) 찬란(燦爛), 고풍스러운 담벼락에 기댄 먼 옛날을 기억이었거나 은여울 호수 위의 빛처럼 눈부시게 빛이었거나. 그 때를 기억.. 더보기
5월에 꽃은 높은 데서 부서진다 그 위에 떠도는 것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 새, 혹은 저 홀로 일어났다 스러져버리는 바람뿐. 별은 더 높이 반짝거리다가 소멸한다. 빈 들녘 낮은 곳에서의 잠든 평화. 암반처럼 엎드려 누운 不感의 아늑함. 그런데 부실하게 너풀대는 나비가, 건성 부는 바람이 그대를 깨워서 꽃대궁 위로 숨가쁘게 끌어올린다. - 그녀의 영혼이 모든 핏줄과 땀구멍을 통해 뛰쳐나와 자신을 그에게 보이려 하는 것은 느꼈다.* 안 돼! 가위눌려 외마디 비명을 질렀을 때 꽃은 절정에서 찢어지고 있었다.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서 「5월에」 신중신 詩集『카프카의 집』(문학과지성,1998) 中에서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