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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에

5월의 詩: 오월 오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 한 살 청신한 얼굴이다. 하얀 손가락에 끼어 있는 비취가락지다. 오월은 앵두와 어린 딸기의 달이요, 오월은 모란의 달이다. 그러나 오월은 무엇보다도 신록의 달이다. 전나무의 바늘잎도 연한 살결같이 보드랍다. 스물한 살 나이였던 오월. 불현듯 밤차를 타고 피서지에 간 일이 있다. 해변가에 엎어져 있는 보트, 덧문이 닫혀 있는 별장들... 그러나 시월같이 쓸쓸하지는 않았다. 가까이 보이는 섬들이 생생한 색이었다. 得了愛情痛苦(득료애정통고) - 얻었도다, 애정의 고통을 失了愛情痛苦(실료애정통고) - 버렸도다, 애정의 고통을 젊어서 죽은 중국 시인의 이 글귀를 모래 위에 써 놓고, 나는 죽지 않고 돌아왔다. 신록을 바라다보면 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즐겁다. 내 나이를.. 더보기
5월에 꽃은 높은 데서 부서진다 그 위에 떠도는 것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 새, 혹은 저 홀로 일어났다 스러져버리는 바람뿐. 별은 더 높이 반짝거리다가 소멸한다. 빈 들녘 낮은 곳에서의 잠든 평화. 암반처럼 엎드려 누운 不感의 아늑함. 그런데 부실하게 너풀대는 나비가, 건성 부는 바람이 그대를 깨워서 꽃대궁 위로 숨가쁘게 끌어올린다. - 그녀의 영혼이 모든 핏줄과 땀구멍을 통해 뛰쳐나와 자신을 그에게 보이려 하는 것은 느꼈다.* 안 돼! 가위눌려 외마디 비명을 질렀을 때 꽃은 절정에서 찢어지고 있었다.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서 「5월에」 신중신 詩集『카프카의 집』(문학과지성,1998) 中에서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