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정원 다음, 주말 둘째 날 간 곳은 Tiger Hill, 虎丘塔(호구탑). Suzhou에서 다녀본 곳 중 제일 아늑하고 아름다운 곳이었다. 해발 40m의 높이의 언덕에 위치한 호구탑은 높이는 48m 정도. 요즘은 신흥지구에 까마득히 높은 빌딩들이 많이 들어차있지만, 40m의 언덕이 Suzhou 시내에서 제일 높은 곳이니 거기에 48m의 높이의 탑이 서있으니 왠만한 곳에서는 호구탑이 보인다.
호구탑이 있는 자리는 춘추시대(기원전 770년 - 기원전 476년)의 오나라 행궁 자리였다. 오월동주(吳越同舟), 와신상담(臥薪嘗膽)의 사자성어가 만들어진 곳이기도 하고. 그 춘추시대의 오왕, 합려가 죽은 후 그 아들 부차가 아버지의 무덤을 만들었는데 장례를 치른지 3일 뒤 흰 호랑이가 무덤 위에 걸터 앉아 있어, 이름이 '호구(
虎丘)'가 되었다고 한다.
봄이 되면 온갖 꽃들이 만발한다고 하더니 여기저기 한 가득 꽃밭이었다. 수선화...의미가 심장한...흠.
호구는 큰 사각형 모양의 땅 안에 자리하고 있고 그 주위에 이렇게 수로 혹은 운하가 흐른다. Suzhou 시내도 그렇고 정원들도 그렇고 대부분 그렇게 물이 둘러싸고 있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우진각지붕의 구조인데 중국 건물들의 특색은 추녀마루 끝을 용마루 높이만큼 높이 들어올리는 경우가 많다. 위용을 자랑하기위한 중원의 기개이려니 하지만 내 느낌엔 도도하거나 아님 좀 거만한 느낌이 든다. 이에 비하면 한국의 지붕들은 다소곳하고 얌전한 편인 느낌.
추녀 끝으로 멀리 보이는 호구탑.
건물 안에서...
수로 안쪽으로 이렇게 산책로가 크게 호구탑을 둘러싸고 있다. 길이 너무 시원하고 아름다웠다.
서쪽에 위치한 작은 연못과 정자...
크게 웃어주시는 뱃사공 아저씨...
또 꽃밭...
한참을 올라와 이제 호구탑이 바로 올려다 보이는 넓은 광장에 도착. 사람들이 많았다.
광장의 오른쪽 계단으로 올라가면 호구탑이 있는 곳으로 이어진다.
호구탑 앞. 호구탑은 수나라 때 세워졌지만 소실되고 지금의 것은 오대와 송대에 걸쳐 만들어 졌다 일부 소실된 것을 청대 말기에 보수한 것이라고 한다. 부실 공사였을까, 보수 후 탑이 기울어지기 시작해서 지금 대략 2.5도 가량 기울어져있다고 한다. 오왕 합려의 무덤 위에 지어서 지반이 가라앉았다고 하는데 지금은 더 이상 기울어지지는 않는다고 한다. 아무튼 그 덕분에 호구탑은 '동양의 피사탑'이라고 불리고 있다. 건물의 미적 가치는 비교할 바가 못되지만...
탑이라기엔 엄청 높다. 사람이 들어갈 수는 없고, 조형의 디테일은 그다지 아름답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중국 건물들이 아름답고 웅장하고 화려하기는 하지만, 너무 많은 디자인 언어들을 담으려고 하는 까닭에 주제를 잃어버리고 마는 경우들이 많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소박하고 단순한 미적 취향의 내겐 좀 거부감이 드는 편...
이제 호구산 정상에서 북쪽 입구로 내려가는 문.
입구에서 북쪽 입구를 내려다본 모습. 묵빛 기와를 보면 언제나 마음이 차분해진다. 추억도 방물방울...
벽에 기대어 봄을 기다려온 마른 나뭇가지들...
북쪽 수로...
북쪽 입구에서 바라본 호구탑...중간에 들른 동쪽 정원 사진은 생략했다. 사진이 너무 많기도 하고 졸정원 사진들과 비슷한 부분들이 많기도 하고. 그렇게 3시간 정도 머무르다 돌아왔다. 다시 갈 일이 있을까...그런 생각을 하면서...
...지난 3월 @ Suzh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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