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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길목

서울, 봄, 2012

 

 

예전 서울역 앞을 지나다. 오래전 여기서 기차를 탔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아마도 그랬을 것이다. 어떨 때는 기억이 기억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막다른 길로 들어섰다. U턴 표시가 없으면 돌아나갈 수 없는 것일까. 삶에도 이런 표시가 있으면 굳이 돌아나오는 수고를 덜 수도 있을 텐데...

 

 

골목은 핏줄, 집들과 집들을 숨쉬게 한다. 그리고 그 골목으로 사람들이 흘러다닌다.

 

 

누구나 찍었을 철든놈 간판. 언어의 유희는 허파와 쓸게 중간쯤을 간지럽히는 것 같다. 이런 걸 보면 그쪽이 가려워지기 때문이랄까...

 

 

비좁은 골목은 볕이 잘 들지 않는다. 집들이 가진 마음의 그늘. 때론 이렇게 비좁은 사이가 편안해질 때가 있다. 나를 꽉 안아주던 그 시작을 기억하게 해주거든.

 

 

계단은 두 가지 감정을 전달한다. 정갈한 질서와 공포. 저 질서정연한 직각의 계단들은 한치의 틀림없이 일정한 호흡과 보폭을 요구한다. 그러나 그 각도가 조금 달라지면 떨어지는 먹이를 씹는 거대한  괴물과 다름이 아니다. 얼마나 많은 추락을 저 계단은 꿈꾸는가. 

 


좀 넓은 길이란 결국 차가 다닐 수 있다는 얘기다. 골목과 골목을 흘러다니는 것은 사람이 아니라 차가 되어버렸다. 피가 통하지 않는다. 집이 숨을 쉬지 않고 있다!

 

 

 

 


오래 전의 추억을 따라 서울역 - 남영동 - 문래동 - 사당동, 쓸데없는 아포리즘...2012년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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