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서울역 앞을 지나다. 오래전 여기서 기차를 탔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아마도 그랬을 것이다. 어떨 때는 기억이 기억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막다른 길로 들어섰다. U턴 표시가 없으면 돌아나갈 수 없는 것일까. 삶에도 이런 표시가 있으면 굳이 돌아나오는 수고를 덜 수도 있을 텐데...
골목은 핏줄, 집들과 집들을 숨쉬게 한다. 그리고 그 골목으로 사람들이 흘러다닌다.
누구나 찍었을 철든놈 간판. 언어의 유희는 허파와 쓸게 중간쯤을 간지럽히는 것 같다. 이런 걸 보면 그쪽이 가려워지기 때문이랄까...
비좁은 골목은 볕이 잘 들지 않는다. 집들이 가진 마음의 그늘. 때론 이렇게 비좁은 사이가 편안해질 때가 있다. 나를 꽉 안아주던 그 시작을 기억하게 해주거든.
계단은 두 가지 감정을 전달한다. 정갈한 질서와 공포. 저 질서정연한 직각의 계단들은 한치의 틀림없이 일정한 호흡과 보폭을 요구한다. 그러나 그 각도가 조금 달라지면 떨어지는 먹이를 씹는 거대한 괴물과 다름이 아니다. 얼마나 많은 추락을 저 계단은 꿈꾸는가.
좀 넓은 길이란 결국 차가 다닐 수 있다는 얘기다. 골목과 골목을 흘러다니는 것은 사람이 아니라 차가 되어버렸다. 피가 통하지 않는다. 집이 숨을 쉬지 않고 있다!
오래 전의 추억을 따라 서울역 - 남영동 - 문래동 - 사당동, 쓸데없는 아포리즘...2012년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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