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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사전

Kodachrome, 아날로그에 대한 송가

 

 

 

 

코다크롬(Kodachrome)

 

코다크롬(Kodachrome), 1935년에 출시된 이 필름은 단종될때까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Brand의 Film이었고 감색법(Subtractive color method)을 사용한 최초의 외형 발색식 칼라 포지티브 필름이었다. 코다크롬은 많은 전문가들로부터 “사진 기술력의 예기치 못한 발전”의 결과라는 평을 받았는데, 코다크롬은 예외적으로 사진 재현력의 최고 수준을 전반적인 컬러의 시대가 도래하기 전에 성취했기 때문이다.

코다크롬의 발매 다음 해인 1936년 독일의 아그파(Agfa)사가 아그파컬러-누(Agfacolor-Neu)라는 컬러슬라이드 필름을 내놓았고, 코닥 역시도 1942년에 코다칼라(Kodacolor)라는 칼라네거티브 필름을, 1946년에는 엑타크롬(Ektachrome)이란 이름의 또 다른 칼라슬라이드 필름을 출시했다. 그 이후 많은 일본 업체들도 줄줄이 칼러슬라이더, 칼러네거티브를 시장에 내놓았지만 2000년대 필름의 시대가 끝날 때까지 그 어떤 필름도 코다크롬의 품질과 명성을 따라잡지 못했다. 그 이유는 코다크롬이 가진 월등한 색 재현력 때문이었다. 

필름을 현상하는 방식은 은(silver)의 감광성으로 형성한 이미지에 색 형성제(Color former)인 염료, 즉 Color Coupler를 입혀 색을 만드는 형식인데, 이 Color coupler를 현상하는 과정에는 외부에서 공급하는 방식인 '외형발생 방식'이 있고 처음부터 필름이나 인화지에 유제 자체를 내장하는 방식, '내형발색 방식'이 있었다. 내형발생방식은 유제가 내장되어 있기에 인화가 빠르고 편리했지만, 이미지의 재현력을 결정하는 유제의 분포밀도를 더 풍부하게 조절할 수 있는 외형 발색 방식의 조건상 코다크롬이 색 재현력에서 월등히 앞섰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런 현상방식 때문에 비싼 비용과 코닥의 K-14이라는 까다롭고 정교한 현상과정을 갖춘 시설이 요구되었으며 그래서 코닥은 일정한 시장 규모를 갖춘 나라에만 코다크롬 전용현상소를 세웠다. 그래서 코다크롬 현상소가 없는 나라에서는 현상소가 있는 나라로 필름을 보내거나 아니면 화질의 차이를 감수하고 내형발색 방식의 엑타크롬이나 후지크롬 등을 써야했다.

 

 

 

 

 

 

 

2000년대 이후 디지털의 물결로 인한 필름 수요의 급감으로 결국 2009년 코닥은 코다크롬 생산중단을 발표했다. 이후 미국과 일본 등지의 코다크롬 현상소가 문을 닫았으며, 2010년 말 전 세계에서 마지막 남은 코다크롬 현상소가 Kansas주 Parsons에 위치한 드웨인스 포토(Dwayne's Photo)였다. 덕분에 family business였던 이 사진관으로 코다크롬을 사랑했던 전세계 사진작가와 일반인들이 자신들의 코다크롬 필름을 보내왔다. 코다크롬의 마지막 현상일이었던 2010년 12월 30일에는 일정에 맞춰 자신의 마지막 코다크롬 필름을 현상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이 캔사스의 시골 마을로 몰려들었고, 그 중에는 1580통의 필름을 현상하기 위해 알칸소(Arkansas)주에서 운전을 해서 온 철도노동자도 있었고(그는 이 필름들을 현상하기 위해 15,789불을 지불했다), 세통의 필름을 현상하기 위해 영국 런던에서 미국을 처음 방문한 여성의 이야기도 있었다. 이 이야기들은 '코다크롬 팬들을 위한 길이 여기 캔사스의 사진관에서 끝나다 (For Kodachrome Fans, Road Ends at Photo Lab in Kansas)'라는 기사로 2010년 12월 29일자 뉴욕타임즈에 실렸으며 또한 이 영화의 모티브가 되었다. 

 

 

 

 

Kodak stopped making Kodachrome film in 2009. Steve Hebert for The New York Times

 

 

 

 

코닥이 코다크롬 생산중단을 발표하면서 마지막 필름을 그동안 코다크롬으로 남긴 그의 작품들에 대한 경의의 표시로 <매그넘>의 회원이자 저명한 사진작가 스티브 맥커리(Steve MacCurry)에게 헌정하였고, 그는 그 필름으로 뉴욕의 풍경과 로버트 드니로, Kodachrome 노래의 주인공 폴 사이먼, 그리고 남아시아 지역을 촬영한 33장의 완성한 사진을 찍었으며 그 사진들로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스티브도 그 마지막 필름 현상을 위해 이 캔사스의 시골마을을 방문했었다고 하는데, 영화에서 주인공인 전설적인 사진작가 Ben의 여행 목적도 그가 가지고 있던 마지막 코다크롬 필름을 현상하기 위해서 였고 오래동안 헤어졌던 아들과 동행을 하게된 이유이기도 했다. (영화에서 사진관에 도착한 그가 필름을 맡기고 나오다가 일련의 사진작가들과 만나는데 한 명이 그를 알아보며 '좀 전에 스티브 맥커리과 당신에 대해 이야기했어요' 하자 벤이 '안그래도 스티브가 오겠다 생각했지'라고 대화하는 장면이 나온다)

 

영화, 코다크롬(Kodachrome, 2017)

 

2017년 제작되어 다음해 Netflix를 통해 개봉된 이 영화는, 'Under(2011)', '코펜하겐(Copenhagen, 2014)'등을 만들었던 마크 라소(Mark Raso) 감독이 연출했고, 시한부 판정을 받고 아들과의 화해를 위해 길을 나선 사진작가 벤(Benjamin Ryder) 역에는 에드 해리스(Ed Harris)가, 아버지와의 갈등을 극복하고 그의 마지막을 화해로 남게 해준 아들 맷(Matt Ryder)역에는 제이슨 수데이키스(Jason Sudeikis), 그리고 벤의 간호사로 이 여행을 함께 하며 부자 사이의 관계 회복을 위해 노력하고 또 맷과 사랑에 빠지게 되는 Zooey역에는 엘리자베스 올슨(Elizarbeth Olsen)이 맡았다. 

 

세계적인 사진작가 벤의 시한부 판정, 그리고 마지막 코다크롬 필름 현상을 위해, 그 매개를 통해 10년동안 멀어진, 마지못해 따라나선 아들과의 화해를 위해 떠나는 여행, 그리고 그 안에서의 갈등과 사랑. 진부할 수도 있는 내용이지만 모든 영화들이 그렇듯 그것을 어떻게 연결하고 풀어내는가에 영화의 완성도가 결정된다.

Road Trip 영화의 장점은 여행의 과정을 통해 인물과 풍경이 결합하고 그 안에 이야기를 담기에 용이한 형식이라는 것에 있는데 이 영화의 사건과 사고들은 인물의 내적 변화를 만들어 내기에는 너무 피상적이어서 인물들을 상황적이고 수동적이게 만들어 버렸다. 그래서 맷이 10년의 애증을 풀어내고 만든 아버지와의 화해가 전혀 극적이지 않았고, 맷과 주이의 사랑이나 갈등 또한 너무 뜬금없고 작위적이어서 그들의 갈등이 더욱 단단한 사랑이 되기에는 부족해 보였다. 영화의 결말 또한 주세페 코르나토레 감독의 영화 '시네마천국 (Nuovo Cinema Paradiso, 1988)의 결말에 비해 너무 진부하고 예측적이었다. 

플롯의 문제,  섬세하지 않았던 인물들의 감정선 (특히 아들 역의 제이슨의 연기는 심각했다. 극적으로 화해를 했을 때도 그리고 그런 아버지가 죽었을 때도 그의 얼굴은 무덤덤해 보였다), 편집의 문제들이 영화의 완성도에 영향을 미친듯이 보였다.

 

결국 여행을 마친 그들은 모두 예정대로 화해하고 갈등을 해소했지만 감독이 기대했을 감동은 남지 않았다.  

하지만 비평가들이 이야기한 것처럼 '진부한 아버지와 아들의 Road trip 영화이지만, 에드 해리스의 인상적인 연기로 인해 영화는 풍부한 색조를 얻었다'고 평한 것처럼, 꺼져가는 생명을 붙잡고 아들과의 마지막 화해를 위해 노력하는 그의 연기는 훌륭했다. 아들과의 갈등의 원인이 가족의 사랑보다 더 큰 인류애에 근거한다는 것, 하지만 괴팍하지만 가족에 대한 그의 사랑은 진실했다는 의미들을 더 드러나게 할 장치들의 부족은 아쉬웠다. 그의 괴팍하고 모난 성격을 갈등의 요소로 드러내려고 한 것은 알겠지만 그 상황들이 인물의 감정선과 자연스럽게 연결되지 못한 이유라고 보여진다. 

 

마지막에 그를 존경하는 사진작가들과 만나 담소를 하며 "코다크롬 생산을 멈춘다는게 말이 돼요? 진짜 화나시겠어요."라는 누군가의 질문에 벤은 아래와 같이 대답한다.

 

         "별로 그렇진 않아요. 좀 감상적이 되길 해도....어차피 시간 문제일 뿐이니.

           인간은 시간에 겁을 먹죠. 시간은 계속 흐르고 사라지니까. 그래서 우리가 사진을 찍는 거에요.

           우린 천성적인 보존 운동가인 셈이지. 우린 시간을 멈추기 위해 사진을 찍고 그 순간을 영원히 남기는 거지. 

           시간을 유형적인 걸로 만드는 건 인간 본능이니까. 어떻게 보면 그게 예술의 정의가 아니겠소."

 

벤의 이야기를 통해 사진예술에 대한 철학을 되집어 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아날로그 시대는 이제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라는 문장에 마침표를 찍는 역사적 사건이었던 75년 코다크롬의 마지막 이야기를 담았다는 것으로 이 영화는 충분한 의미를 갖는다. 그리고 Road Trip 영화가 보여주는 여행의 즐거움은 언제나 한결같다. 

 

 

 

 

 

 

코다크롬이여 안녕

 

 

코닥은 코다크롬의 마지막 생산 필름을 스티브 맥커리에게 헌정했지만, 전 세계에서 코다크롬의 마지막 현상의 영광은 드웨인스 포토(Dwayne's Photo)에게 돌아갔다. 12월 30일 모든 현상 작업을 마치고 기계를 멈춘 후 전 직원이 모여 그들의 마지막을 촬영한 이 사진이 코다크롬의 마지막 역사가 되었다. 

 

 

 

그들의 티셔츠에는 앞면과 뒷면에 아래와 같이 각각 씌여있다.

 

<역사상 가장 훌륭한 슬라이드와 영화필름이 이제 공식적으로 은퇴하다

코다크롬 

1935-2010

드웨인스 포토

2010년 12월 30일>

 

<코다크롬

폴은 코다크롬을 노래했다

주립공원이 코다크롬으로 이름지어졌다*

내셔널지오그래피에선 그들의 대부분 유명한 사진을 코다크롬으로 촬영했다

그리고 우리는 마지막 필름을 현상했다

드웨인스 포토

2010년 12월 30일, 우리는 역사를 만들었다>

 

* 미국 유타(Utah)주에 있는 Kodachrome Basin State Park을 이야기하는 것. 1949년 내셔널지오그래픽 협회에서 이곳을 촬영해 발표했고 Kodachrome Flat이라고 명명했다. 1962년 이곳이 주립공원이 되었고 Chimney Rock State Park으로 이름지어졌다가 코닥의 허락으로 Kodachrome Basin State Park으로 개명되었다

 

 

 

 

 

노래, Kodachrome (1973)

 

 

 

<Kodachrome>은 폴 사이먼(Paul Simon)이 1973년에 발표한 그의 3번째 싱글앨범  <There Goes Rhyme' Simon>에 수록된 곡이다. 그해 Billboard Hot 100에서 2위를 하기도 했다.

 

앞서 드웨인스 포토 직원들이 이야기한 폴이 노래했다는 곡이 이 곡이고, 그래서 스티브 맥커리가 마지막 필름으로 꼭 찍어야 했던 사람이기도 했다.

가사는 아래와 같이 코다크롬으로 얻은 우리의 아름다운 세상을 노래하는 밝고 즐거운 노래다. 폴은 '코다크롬을 가져가지 마세요'라고 노래했지만, 결국 코다크롬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코다크롬이여 안녕. 

 

“Kodachrome

  They give us those nice bright colors

  They give us the greens of summers

  Makes you think all the world’s a sunny day

  I got a Nikon camera

  I love to take a photograph

  So mama don’t take my Kodachrome away”

 

“코다크롬

  훌륭하고 빛나는 색을, 

  여름의 푸르름을 우리에게 주었고

  온 세상을 환하게 만들었죠

  나는 니콘 카메라를 갖고 있어요

  사진 찍기를 사랑하지요

  그러니 엄마, 내 코다크롬을 뺏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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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n I think back
On all the crap I learned in high school
It's a wonder I can think at all
And though my lack of education
Hasn't hurt me none
I can read the writing on the wall

 

Kodachrome
They give us those nice bright colors
They give us the greens of summers
Makes you think all the world's a sunny day, oh yeah
I got a Nikon camera
I love to take a photograph
So mama, don't take my Kodachrome away

 

If you took all the girls I knew
When I was single
And brought 'em all together for one night
I know they'd never match my sweet imagination
Everything looks worse in black and white

 

Kodachrome
They give us those nice bright colors
They give us the greens of summers
Makes you think all the world's a sunny day, oh yeah
I got a Nikon camera
I love to take a photograph
So mama, don't take my Kodachrome away

 

Mama, don't take my Kodachrome away (x3)

Mama, don't take my Kodachrome (x2)
Mama, don't take my Kodachrome away
Mama, don't take my Kodachrome
Leave your boy so far from home
Mama, don't take my Kodachrome away
Mama, don't take my Kodachrome
Mama, don't take my Kodachrome aw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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