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어제와 내일 사이에 있는 그런 평범한 시간이 아니다. 내가 살아 숨쉬고 있다는 경이를 느낄 수 있는 내 생애의 단 한 순간, 바로 지금이다. 그런 순간들이 쌓여 내 시간이 되고 역사가 되고 나를 스스로 채워가는 긴 이야기가 된다. 미래의 덕목은 현실화되지 않은 추상, 무형의 시간이라는 것. 내가 꿈꾸고 만들 수 있는 - 결국 그것이 내 의지와는 상관없는 길로 가더라도 - 무한한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지만 지금 이 순간, 나를 가능하게 하는 실존의 현실은 그 거대함을 능히 앞서고도 남는다. 내가 여기 존재한다는 것, 그것을 자각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은 돌아갈 수 없는 길에 대한 기쁜 슬픔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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