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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과나무

9월의 詩: 부활

 

 

 

 

    내 너를 찾어왔다…臾娜. 너참 내앞에 많이있구나. 내가 혼자서 鍾路를 거러가면 사방에서 네가 웃고오는구나. 새벽닭이 울 때마닥 보고 싶었다… 내 부르는소리 귓가에 들리드냐. 臾娜, 이것이 멫萬時間만이냐. 그날 꽃喪阜 山넘어서 간다음 내눈동자 속에는 빈하눌만 남드니, 매만져볼 머릿카락 하나 머릿카락 하나 없드니, 비만 자꾸 오고…燭불 밖에 부흥이 우는 돌門을열고가면 江물은 또 멫천린지, 한번가선 소식 없던든 그 어려운 住所에서 너무슨 무지개로 내려왔느냐. 鍾路네거리에 뿌우여니 흐터져서, 뭐라고 조잘대며 햇볓에 오는애들. 그중에도 열아홉살쯤 스무살쯤 되는애들. 그들의눈망울 속에, 핏대에, 가슴속에 들어앉어 臾娜! 臾娜! 臾娜! 너 인제 모두다 내앞에 오는구나.

 


「復活부활」 
  서정주詩集『花蛇集화사집]』(南蠻書庫남만서고, 1941) 


 

* 臾娜: 유나 - '臾娜유나'는 '叟娜수나' (혹은 須娜수나)의 잘못된 출판표기(誤識)라는 주장으로 몇몇 최근 개정판에는 '수나'로 실리기도 했다.  여기서는 원본에 실린 그대로 적었다.

* 鍾路: 종로

* 萬時間: 만시간

* 꽃喪阜: 꽃상부 = 꽃상여

* 燭불: 촉불 = 촛불

* 住所: 주소

 

 


 

 

 

지난 여름 만났던 사람들, 그 중 내 청춘의 한 가운데 방점처럼 찍혀있던 한 사람.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시간을 건너 만났던 그 사람, 그 사람과 죽음을 계획하는 거대한 삶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의 영혼이 오랜 시간을 방황하는 동안 나는 異國에서 또 다른 시간에 있었지만 그는 여전히 보편적이지 않은 삶을 선택하는 그였고, 그에게 언제나 最善은 거기 있었기에 나는 더 이상의 슬픔을 놓아두진 않기로 했다. 꿈을 적어두고 그 꿈을 이야기하던 시절의 당신과 나에게, 키우던 개 한마리 씩 가방에 넣고 남도를 떠돌던 어느 날의 여행의 길목에게 대신 이 길의 끝을 묻기로 했다. 무엇이 사납게 우리의 삶을 흔드는 지, 그리고 그 끝에 서 있을 불가지론적 얼굴에 대해 묻기로 했다. 그것이 거대한 삶이기를, 그리고 당신이 나를 잊을 때 나는 당신을 떠날 수 있겠지. 얼지마 죽지마 부활할거야*. 

 

 

* 비탈리 카네프스키 감독의 1989년작 영화 제목

 


 

 

김환기 <산월>

 

 

 

고린도전서 15:41-44

해의 영광이 다르고 달의 영광이 다르며 별의 영광도 다른데 별과 별의 영광이 다르도다

죽은 자의 부활도 그와 같으니 썩을 것으로 심고 썩지 아니할 것으로 다시 살아나며

욕된 것으로 심고 영광스러운 것으로 다시 살아나며 약한 것으로 심고 강한 것으로 다시 살아나며

肉육의 몸으로 심고 신령한 몸으로 다시 살아나나니 肉육의 몸이 있은즉 또 靈영의 몸도 있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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