꾀병 썸네일형 리스트형 빛과 길 사이 나는 유서도 못 쓰고 아팠다 미인은 손으로 내 이마와 자 신의 이마를 번갈아 짚었다. "뭐야 내가 더 뜨거운 것 같 아" 미인은 웃으면서 목련꽃같이 커다란 귀걸이를 걸고 문 을 나섰다 한 며칠 괜찮다가 꼭 삼 일씩 앓는 것은 내가 이번 생의 장 례를 미리 지내는 일이라 생각했다 어렵게 잠이 들면 꿈의 길섶마다 열꽃이 피었다 나는 자면서도 누가 보고 싶은 듯 이 눈가를 자주 비볐다 힘껏 땀을 흘리고 깨어나면 외출에서 돌아온 미인이 옆에 잠들어 있었다 새벽 즈음 나의 유언을 받아 적기라도 한듯 피곤에 반쯤 묻힌 미인의 얼굴에는, 언제나 햇빛이 먼저 와 들고 나는 그 볕을 만지는 게 그렇게 좋았다 「꾀병」 박준 詩集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문학동네, 2012) 中에서 몸이 아플 때면 살아있다.. 더보기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