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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2 - 붉은 달 1 그대, 아직 내게 무슨 헤어질 여력이 남아 있어 붙들겠는가. 그대여, X자로 단단히 구두끈을 조이는 양복 소매끈에서 무수한 달의 지느러미가 떨어진다. 떠날 사람은 떠난 사람. 그대는 천국으로 떠난다고 장기 두는 식으로 용감히 떠난다고 짧게 말하였다. 하늘 나라의 달. 2 너는 이내 돌아서고 나는 미리 준비해둔 깔깔한 슬픔을 껴입고 돌아왔다. 우리사이 협곡에 꽂힌 수천의 기억의 돛대, 어느 하나에도 걸리지 못하고 사상은 남루한 옷으로 지천을 떠돌고 있다. 아아 난간마다 안개 휘파람의 섬세한 혀만 가볍게 말리우는 거리는 너무도 쉽게 어두워진다. 나의 추상이나 힘겨운 감상의 망토 속에서 폭풍주의보는 빠라처럼 날리고 어디선가 툭툭 매듭이 풀리는 소리가 들렸다. 어차피 내가 떠나기 전에 이미 나는 혼자있다. .. 더보기
달. 불온한 것. 비가. 붉은 달. 내 처음처럼 미숙한 부끄러움. 차가운 금속, 하지만 그 어떤 비단보다 고요한 부드러움. 노랗게 빛나는 부엉이. 밤의 둥지. 저기 멀리 앞질러 앞질러 가는 논두렁 너머 그림자. 어떤 마음보다 가라앉을 수 있는 심연. 드러내놓고 사랑하지 않아도 되는 가벼움. 바람 이 너를 안아줄 때까지. 기다리는 꿈보다 더 가벼운 달. 더보기
달과 소나무 달. 불온한 것. 비가. 붉은 달. 내 처음처럼 미숙한 부끄러움. 차가운 금속, 하지만 그 어떤 비단보다 고요한 부드러움. 노랗게 빛나는 부엉이. 밤의 둥지. 저기 멀리 앞질러 앞질러 가는 논두렁 너머 그림자. 어떤 마음보다 가라앉을 수 있는 심연. 드러내놓고 사랑하지 않아도 되는 가벼움. 바람 이 너를 안아줄 때까지. 기다리는 꿈보다 더 가벼운 달. 소나무. 침엽수. 날카로운 아침을 불러오다. 언젠가 보았던 날들의 기억은 그런 날카로운 얼음의 날들, 너 를 향한 애증으로 세워진 기억으로 시작되었다. 얼어붙은 새들이 떨어지고 나를 바라보던, 너의 붉은 눈을 기억한다. 침엽수림들은 햇살을 향한 길항으로 시작되었다. 와와 함성을 쏟아내며 거 침없이 솟아오르던 거침없는 生의 함성들. 날카로움의 힘은 그런 방향..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