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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시화

6월의 詩: 여우 사이 나무와 나무 사이 섬과 섬 사이 사람과 사람 사이 어디에나 사이가 있다 여우와 여우 사이 별과 별 사이 마음과 마음 사이 그 사이가 없는 곳으로 가고 싶다 물과 물고기에게는 사이가 없다 바다와 파도에는 사이가 없다 새와 날개에는 사이가 없다 나는 너에게로 가고 싶다 사이가 없는 그곳으로 「여우 사이」 류시화 詩集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열림원, 1996) 나무와 나무 사이에는 '사이'만큼의 공간이 있고 섬과 섬 사이에는 바다가 있고 그 바다만큼의 '거리'가 있다. 그리고 그 사이에는 공간과 거리만큼의 물리적 위치에 비례해 환산되는 '시간'이 있다. 그리고 물리적 공간과 거리가 시간으로 환산되는 만큼, 두 물체간의 시간은 또한 '관계'를 만들어 낸다. 그 관계는 두 상관물의 독립적 존재로서 상대적이다... 더보기
저녁 나무의 그림자는 길어진다 우리는 해가 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해와 구름의 물결이 숲 위에서 걷혀지기를 그래서 이제 우리가 낮의 숨결을 바꿀 시간이기를 아직 저녁이었다 해는 여전히 냉정하게 두 팔을 산 위에 얹어놓고 있었다 우리들 중의 누구는 뗏목을 타고 왔고 걸어왔고 자전거를 탄 사람들은 나무와 나무 사이에서 눈부셨다 그러나 이 저녁에 참으로 투명한 이 날에 선택받은 자는 누구인가 목수가 될 자는 누구인가 우리는 기다렸다 해가 지고 숲 위로 한 사람이 나타나기를 (중략...) 저녁이 오면 나는 창가에 앉아 한 나무의 그림자가 길어지는 것을 본다 그리고 지구 반대편에서 또 한 그루의 나무가 그림자를 뻗어 서로 맞닿는다 그 그늘 속에는 설탕을 나르는 곤충들과 이상한 새와 공을 잡으러 가는 여자아이들도 있고 알 수 없는 또 다른 무엇..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