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인수 썸네일형 리스트형 9월의 詩: 가을 기차 들국 앉은 모습이 설핏 종지부 같다. 들국 가느다란 모가지 너머 저 빈 들 먼 끝머리 은빛 기차 한 가닥 천천히 가고 있다. 생각하면 엊그제 개나리 목련 피었다 서둘러 지고 라일락 진달래 아카시아 패랭이 분꽃 다알리아 명아주꽃 장미 나팔꽃이 또 줄지어 겨우겨우 따라왔다. 짧고 아름다웠던 보폭이여 어릴 적엔 그렇게 징검다리를 건넜다. 아이들의 어린 동생들도 다 빠지지 않고 건너면 오, 꽃 자욱한 메밀밭 희고 자잘한 기쁨이 가슴에 들에 많았다. 그렇게 봄 가고 여름 간 것일까. 생각하면 엊그제 더 많이 어둠고 소란스러웠던 날들은 발목을 풀고 떠난 물소리 같은 것. 어느 날은 문득 뒤가 비어 있고 죄 없고 눈물 없는 것들만이 뼈처럼 이어져 이 큰 둘레의 가을을 건너가고 있다. 들국 앉은 모습이 설핏 종지부 같.. 더보기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