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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얼굴 가는 곳마다 햇빛이 무너졌다 얼마나 더 입술 깨무는 날들이 찾아올 것인가 그리고 종이가면이 펄럭거린다 누군가 지나가고 나는 고개를 돌려 뒤돌아본다 잎들의 포위를 견디다 못해 울음을 터뜨렸다 저녁의 나뭇잎, 저녁의 검은 새 왜 그럴까? 피가 부르는 피가 부르짖는 소리를 따라가보면 산사태지면서 타오르는 수천의 꽃, 꽃잎파리들 고요하여라, 저녁 햇빛속 거닐며 너의 무덤 너의 뿌리속으로 들어가는 것은 지평선 서녘부터 동녘에 이르기까지 한떼의 소나기가 빛의 속도로 말달려간다 새로운 태양아래 강과 대지가 솟아오르려면 아직 천년을 더 기다려야 한다 한 생애가 뜻없이 불타오르는 동안 내 넋의 대장간에서 달궈지는 이 피묻은 사랑 씨줄 날줄로 얽어져 있는 세월의 무게 고스란히 끌어안으면 갑자기, 사과나무처럼 네가 보고 싶.. 더보기
기념식수 형수가 죽었다 나는 그 아이들을 데리고 감자를 구워 소풍을 간다 며칠 전에 내린 비로 개구리들은 땅의 얇은 천정을 열고 작년의 땅 위를 지나고 있다 아이들은 아직 그 사실을 모르고 있으므로 교외선 유리창에 좋아라고 매달려 있다 나무들이 가지마다 가장 넓은 나뭇잎을 준비하러 분주하게 오르내린다 영혼은 온몸을 떠나 모래내 하늘을 출렁이고 출렁거리고 그 맑은 영혼의 갈피 갈피에서 삼월의 햇빛은 굴러 떨어진다 아이들과 감자를 구워 먹으며 나는 일부러 어린왕자의 이야기며 안델센의 추운 바다며 모래사막에 사는 들개의 한살이를 말해 주었지만 너희들이 이 산자락 그 뿌리까지 뒤져본다 하여도 이 오후의 보물 찾기는 또한 저문 강물을 건너야 하는 귀가길은 무슨 음악으로 어우만져 주어야 하는가 형수가 죽었다 아이들은 너무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