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lpoem 썸네일형 리스트형 상한 영혼을 위하여 상한 갈대라도 하늘 아래선 한 계절 넉넉히 흔들리거니 뿌리 깊으면야 밑둥 잘리어도 새순은 돋거니 충분히 흔들리자 상한 영혼이여 충분히 흔들리며 고통에게로 가자 뿌리 없이 흔들리는 부평초잎이라도 물 고이면 꽃은 피거니 이 세상 어디서나 개울은 흐르고 이 세상 어디서나 등불은 켜지듯 가자 고통이여 살 맞대고 가자 외롭기로 작정하면 어딘들 못 가랴 가기로 목숨 걸면 지는 해가 문제랴 고통과 설움의 땅 훨훨 지나서 뿌리 깊은 벌판에 서자 두 팔로 막아도 바람은 불듯 영원한 눈물이란 없느니라 영원한 비탄이란 없느니라 캄캄한 밤이라도 하늘 아래선 마주잡을 손 하나 오고 있거니 「상한 영혼을 위하여」 고정희 詩集『이 時代의 아벨』(문학과지성, 1983) 그녀는 20년전 6월, 그녀의 詩의 고향이었던 지리산 뱀사골로 .. 더보기 Not Going Anywhere 떠나지 않을 꺼에요. 멀리도 가지 않고 여기 이자리 못 박힌 듯 지켜서서 바다 건너 떠난 사람들을 그리워할 꺼에요. 때론 그대를 잊게 되더라도 그건 잊은 것이 아니라 기억하지 않는 것일 뿐. 언제나 이렇게 그대들이 떠난 자리 바라보며 나는 여기 있을 꺼에요, 떠나지 않을 꺼에요. This is why I always wonder I'm a pond full of regrets I always try to not remember rather than forget This is why I always whisper When vagabonds are passing by I tend to keep myself away from their goodbyes Tide will rise and fall along th.. 더보기 질주 선들이 질주한다, 접점 혹은 중심을 향해. 나는 그곳으로 흘러들어갈 뿐. China Basin @ SF 더보기 슬픔이 없는 십오 초 아득한 고층 아파트 위 태양이 가슴을 쥐어뜯으며 낮달 옆에서 어찌할 바를 모른다 치욕에 관한 한 세상은 멸망한 지 오래다 가끔 슬픔없이 십오초 정도가 지난다 가능한 모든 변명들을 대면서 길들이 사방에서 휘고 있다 그림자 거뭇한 길가에 쌓이는 침묵 거기서 초 단위로 조용히 늙고 싶다 늙어가는 모든 존재는 비가 샌다 비가 새는 모든 늙은 존재들이 새 지붕에 얹듯 사랑을 꿈꾼다 누구나 잘 안다 이렇게 된 것은 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태양이 온 힘을 다해 빛을 쥐어짜내는 오후 과거가 뒷걸음질 치다 아파트 난간 아래로 떨어진다 미래도 곧이어 그 뒤를 따른다 현재는 다만 꽃의 나날 꽃의 나날은 꽃이 피고 지는 시간이어서 슬프다 고양이가 꽃잎을 냠냠 뜯어먹고 있다 여자가 카모밀 차를 홀짝거리고 있다 고요하고.. 더보기 가는 비 온다 간판들이 조금씩 젖는다 나는 어디론가 가기 위해 걷고 있는 것이 아니다 둥글고 넓은 가로수 잎들은 떨어지고 이런 날 동네에서는 한 소년이 죽기도 한다. 저 식물들에게 내가 그러나 해줄 수 있는 일은 없다 언젠가 이곳에 인질극이 있었다 범인은「휴일」이라는 노래들 틀고 큰 소리로 따라 부르며 자신의 목을 긴 유리조각으로 그었다 지금은 한 여자가 그 집에 산다 그 여자는 대단히 고집 센 거위를 기른다 가는 비……는 사람들의 바지를 조금 적실 뿐이다 그렇다면 죽은 사람의 음성은 이제 누구의 것일가 이 상점은 어쩌다 간판을 바꾸었을까 도무지 쓸데없는 것들에 관심이 많다고 우산을 쓴 친구들은 나에게 지적한다 이 거리 끝에는 커다란 전당포가 있다, 주인의 얼굴은 아무도 모른다, 사람들은 시간을 빌리러 뒤뚱뒤뚱 그곳에.. 더보기 'In Dreams' from Blue Velvet(1986) 1986년 개봉된 David Lynch 감독의 Blue Velvet이라는 영화가 있다. Bobby Vinton의 동명곡을 제목으로 한 이 영화는 겉으로 평화로운 시골마을에서 일어난 사건을 통해 평화로운 일상 속에 위장된 광기와 그로 인한 공포를 이야기하고 있다. Isabella Rosselini(잉그리드 버그만과 로베르토 로셀리니 감독의 딸), Lynch 감독의 페르소나, Kyle MacLachlan, Dennis Hopper, Laura Dern 주연. Lynch 감독의 영화 중에 그나마 좀 친절한 편인 이 영화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명장면이라고 생각하는 곳은 Roy Orbison의 명곡, 'In Dreams'를 여성스러운 마약상이 부르는 장면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처음에 Lynch가 이 음악을 영화에 .. 더보기 The Road not Taken Two roads diverged in a yellow wood, And sorry I could not travel both And be one traveler, long I stood And looked down one as far as I could To where it bent in the undergrowth; Then took the other, as just as fair, And having perhaps the better claim, Because it was grassy and wanted wear, Though as for that the passing there Had worn them really about the same, And both that morning equally .. 더보기 Daffodil on Snow 눈 속의 빛, 더운 숨결로 울타리를 만들어 너 거기 울고 있어라 그것이 삶의 환희거나 혹은 절망이라도 흔들림없이 생을 겨냥하는 포수의 입김으로 너를 찾아내리라 비루한 삶이 지금 이 시간을 기억하지 못할 나날로 치부해버려도 그 울음, 어느 날엔가 밝은 빛으로 떠오를 수 있을 것이기에. 그리고......소박한 100 :D 더보기 봄나들이 오리! 꽥꽥! 오리 식구들이 봄나들이를 나왔습니다. 첫 봄이겠죠?^^ **************************************************************************************** 더워지고 있는데 봄타령이라니, 늦은 포스팅의 폐혜... 더보기 조그만 사랑노래 어제를 동여맨 편지를 받았다 늘 그대 뒤에 따르던 길 문득 사라지고 길 아닌 것들도 사라지고 여기저기서 어린 날 우리와 놀아주던 돌들이 얼굴을 가리고 박혀있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추위 가득한 저녁 하늘에 찬찬히 깨어진 금들이 보인다 성긴 눈 날린다 땅 어디에 내려앉지 못하고 눈 뜨고 떨며 한없이 떠다니는 몇 송이의 눈 「조그만 사랑노래」 황동규 詩集『三南에 내리는 눈』(민음사, 1975) 먼 곳에서 눈 소식을 듣는다. 오래지 않은 저 사진의 기억에도 눈이 있었다. 사월의 어느 날, 봄밤 한없이 내리던 눈, 그 안에 따뜻하게 내려앉던 달빛과 검은 밤의 공기. 더보기 거미 내가 으스러지게 설움에 몸을 태우는 것은 내가 바라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그 으스러진 설움의 풍경마저 싫어진다 나는 너무나 자주 설움과 입을 맞추었기 때문에 가을 바람에 늙어가는 거미처럼 몸이 까맣게 타버렸다 「거미」 김수영 詩集『巨大한 뿌리』(민음사, 1974) 이렇게 스산한 구절이 있을까. 가을 바람에 늙어가는 거미처럼,이라니. 설움에 몸을 태울 만큼 나는 더 이상의 기대를 만들지 않기 위해 스스로를 버리고 있는 중이고, 좌절과 분노에서 오는 그런설움에 나는 새카맣게 타버리고 있는 것이구요, 나를 설웁게 하는 이 세계가 나를 염세하게 만드는 중이구요, 바람결에 날리는 거미줄, 매달린 까만 거미처럼 그렇게 하늘하늘 세상에 매달려 있구나 싶은 거랍니다. 거미하면 마누엘 푸익의 '거미여인의 키.. 더보기 봄, 몸 거기에도 햇볕의 힘 가닿는구나 어지럼증 한바퀴 내 몸을 돌아나간다 기억이 맑은 에너지일 수 있을까 식은 숭늉같은 봄날이 간다 이 질병의 언저리에 궁핍한 한세월, 봄빛의 맨 아래에 깔린다 죽음이 이렇게 부드러워지다니 이 기억도 곧 벅차질 터인데 햇빛은 지금 어느 무덤에 술을 불어넣으며 할미꽃 대궁 밀어올리는가 그 무덤들 보이지 않지만 문 밖까지 굴러와 있는 것 같아서 살아 있음은, 이렇게 죽음에게 허약하구나 아픔으로 둥글어지는 젖은 몸, 그리고 조금씩 남은 봄, 자글자글 햇빛이 탄다 「봄, 몸」 이문재 詩集『산책시편』(민음사, 1993) 봄날, 따뜻하고 환한 햇살의 여운이 길게 밤까지 이어집니다. 포근한 봄밤...이 봄도 또 한 세월로 가고 바람따라 흘러가는 것들에 줄을 서겠죠. 생명에서 죽음으로, 햇볕들.. 더보기 이전 1 ··· 27 28 29 30 31 32 3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