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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lpoem

두렁과 이랑 두렁과 이랑, 무엇이 나올까... 더보기
어쩌다 여기 서 있는 걸까 어디로 갈까,라는 생각보다 어쩌다 여기에 서 있는걸까 하는 질문이 곧잘 들곤 한다. 미래에게로의 투사보다는 지금 이 순간이 더 중요한 게다. 삶이 흘러간다라고 할 수 있다면, 그 흐름을 지금 손으로 만져보고 싶은 것인가 보다. 손가락 사이를 유유히 빠져나가는 시간, 그 시간 사이 어디 쯤엔가 우두커니 서서. 더보기
달과 소나무 달. 불온한 것. 비가. 붉은 달. 내 처음처럼 미숙한 부끄러움. 차가운 금속, 하지만 그 어떤 비단보다 고요한 부드러움. 노랗게 빛나는 부엉이. 밤의 둥지. 저기 멀리 앞질러 앞질러 가는 논두렁 너머 그림자. 어떤 마음보다 가라앉을 수 있는 심연. 드러내놓고 사랑하지 않아도 되는 가벼움. 바람 이 너를 안아줄 때까지. 기다리는 꿈보다 더 가벼운 달. 소나무. 침엽수. 날카로운 아침을 불러오다. 언젠가 보았던 날들의 기억은 그런 날카로운 얼음의 날들, 너 를 향한 애증으로 세워진 기억으로 시작되었다. 얼어붙은 새들이 떨어지고 나를 바라보던, 너의 붉은 눈을 기억한다. 침엽수림들은 햇살을 향한 길항으로 시작되었다. 와와 함성을 쏟아내며 거 침없이 솟아오르던 거침없는 生의 함성들. 날카로움의 힘은 그런 방향.. 더보기
정거장에서의 충고 미안하지만 나는 이제 희망을 노래하련다 마른 나무에서 연거푸 물방울이 떨어지고 나는 천천히 노트를 덮는다 저녁의 정거장에 검은 구름은 멎는다 그러나 추억은 황량하다, 군데군데 쓰러져 있던 개들은 황혼이면 처량한 눈을 껌벅일 것이다 물방울은 손등 위를 굴러다닌다, 나는 기우뚱 망각을 본다, 어쩌다가 집을 떠나왔던가 그곳으로 흘러가는 길은 이미 지상에 없으니 추억이 덜 깬 개들은 내 딱딱한 손을 깨물 것이다 구름은 나부낀다, 얼마나 느린 속도로 사람들이 죽어갔는지 얼마나 많은 나뭇잎들이 그 좁고 어두운 입구로 들이닥쳤는지 내 노트는 알지 못한다, 그 동안 의심 많은 길들은 끝없이 갈라졌으니 혀는 흉기처럼 단단하다 물방울이여, 나그네의 말을 귀담아 들어선 안 된다 주저앉으면 그뿐, 어떤 구름이 바가 되는 지 .. 더보기
즐거운 편지 1.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背景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메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오던 그 사소 함으로 그대를 불러보리라. 2.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 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 버린 데 있었다. 밤 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어디 쯤에서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 때 내 기다림의 姿 勢를 생각하는 것 뿐이다. 그 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 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 「즐거운 편지」 황동규 詩集『三南에 내리는 눈』(민음사, 1975) 中에서 **************************************.. 더보기
금관을 꿈꾸는 목관 Saxophone...목관악기. 하지만 외관때문에 흔히 금관으로 오해를 받는다. 어디쯤 금으로 칠갑을 두르고 오해하며 살고 있지는 않았는지. 왼손에 오른손을 포개며 한껏 가벼운 마음으로 멀리서 들려온 부고를 듣는다...... 죽음은 언제나 막연한 거리로 인해 음울하며 안타까움은 그 젊음 깊이에 비례한다. 하지만 나는 그를 모른다, 언젠가 만나서 웃음웃으며 술잔을 부딪혔을런지도 모르고 어깨를 툭 치며 요즘 어때? 라고 흔한 인사를 건넸을런지도 모른다 그저 기억의 저편 너머 깊고 어두운 시간의 굴레에 머물러 있다가 유리처럼 빛나는 얼굴로 저 어둑어둑한 금빛 그림자로 내 앞에 어른거릴런지도 모른다 Charlie Parker, Summertime... 더보기
쓸쓸한 날에 가끔씩 그대에게 내 안부를 전하고 싶다 그대 떠난 뒤에도 멀쩡하게 살아서 부지런히 세상의 식량을 축내고 더없이 즐겁다는 표정으로 사람들을 만나고 뻔뻔하게 들키지 않을 거짓말을 꾸미고 어쩌다 술에 취하면 당당하게 허풍떠는 그 허풍만큼 시시껄렁한 내 나날을 가끔씩 그래, 아주 가끔씩은 그대에게 알리고 싶다 여전히 의심이 많아서 안녕하고 잠들어야 겨우 솔직해지는 더러운 치사함 바보같이 넝마같이 구질구질한 내 기다림 그대에게 알려 그대의 행복을 치장하고 싶다 철새만 약속을 지키는 어수선한 세월 조금도 슬프지 않게 살면서 한치의 미안함 없이 아무 여자에게나 헛된 다짐을 늘어놓지만 힘주어 쓴 글씨가 연필심을 부러뜨리듯 아직도 아편쟁이처럼 그대 기억을 모으다 나는 불쑥 헛발을 디디고 부질없이 바람에 기대어 귀를 연다.. 더보기
달팽이의 집 집이 되지 않았다 도피처가 되지도 않았다 보호색을 띠고 안주해버림이 무서웠다 힘겨운 짐 하나 꾸리고 기우뚱 기우뚱 어디로 가는지 모르면서 얼굴을 내밀고 살고 싶었다 속살을 물 위에 싣고 춤추고 싶었다 꿈이 소박하면 현실은 속박쯤 되겠지 결국은 힘겨운 짐 하나 벗으러 가는 길 희망은 날개로 흩어진 미세한 먹이에 불과한 것이다 최초의 본능으로 미련을 버리자 또한 운명의 실패를 감아가며 덤프 트럭의 괴력을 흉내라도 내자 아니다 아니다 그렇게 쉬운 것은 물 속에 잠겨 있어도 늘 제자리는 안될걸 쉽게 살아가는 방법이 있을까? 입으로 깨물면 부서지고 마는 연체의 껍질을 쓰고도 살아갈 수 있다니 「달팽이의 꿈」 이윤학 詩集『먼지의 집』(문학과지성, 1993) -본인의 앞날은 어떻게 될까요? "시는 계속 쓸 것이고 밥.. 더보기
St. Jacobs Canada Ontario주에 있는 St. Jacobs에 들렸다. 근처에 갔다가 잠깐 들린 길이라 많이 둘러보지는 못했다. Mennonites들이 사는 마을인데 평일이어서 그런지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았고, 고즈넉했다. Mennonites는 16세기 급진적 종교개혁애 따른 개신교 종파인 재세례파(재침례파)를 근원에 두고 있다. 재침례파 중에서 새로운 예루살렘 건설에 대한 종파적 갈등 속에서 비폭력 평화주의자들이 Mennonites의 기원이다. 유아세례에 대한 부정으로 로마 카톨릭과 개신교로부터 이단으로 취급되어 많은 박해를 받았다. 유럽의 종교 박해를 비해 미대륙으로 이주한 이들은 미국의 Pennsylvania주에 25만명 이상이 모여 촌락을 형성했고, 1800년대 초기에는 값싸고 넓은 경작지를 찾아 개.. 더보기
폭포, 나이아가라 Niagara Falls on September 더보기
푸른 하늘을 푸른 하늘을 制壓제압하는 노고지리가 自由자유로왔다고 부러워하던 어느 詩人의 말은 修正수정되어야 한다 自由를 위해서 飛翔비상하여 본 일이 있는 사람이면 알지 노고지리가 무엇을 보고 노래하는가를 어째서 自由에는 피의 냄새가 섞여있는가를 革命혁명은 왜 고독한 것인가를 革命은 왜 고독해야 하는 것인가를 「푸른 하늘을」 김수영 詩集『巨大한 뿌리』(민음사, 1974) 詩는 정치적 의미의 실제 혁명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것을 개인적 의미로 축소시킨다면 '나'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과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가는 일이라고 정의할 수도 있으리라. '혁명은 안되고 나는 방만 바꾸어버렸다(김수영,「그 방을 생각하며」)라고 詩人은 이야기했지만, 또한 그 변화, 방을 잃고 그와 관계되는 허접한 것들을 일시에 '상실'하게된 나의 변.. 더보기
박제 세상이 멈춘 길, 시간을 붙잡아 둘 수 있다면 이것이 바로 그것일 수 있다. 소멸의 근본을 거슬르는 이기, 혹은 집념. 하지만, 그것 또한 사라지리라. 시간은 모든 것을 다시 근원으로 보내는 힘이다. 자연의 경배가 그 시간에 매달려 있고, 우리의 이기는 그 거대한 그늘에 한 줌 미풍일 뿐. 죽음 또한 그 길 안에 있으리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