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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극장

박제 세상이 멈춘 길, 시간을 붙잡아 둘 수 있다면 이것이 바로 그것일 수 있다. 소멸의 근본을 거슬르는 이기, 혹은 집념. 하지만, 그것 또한 사라지리라. 시간은 모든 것을 다시 근원으로 보내는 힘이다. 자연의 경배가 그 시간에 매달려 있고, 우리의 이기는 그 거대한 그늘에 한 줌 미풍일 뿐. 죽음 또한 그 길 안에 있으리라. 더보기
구름은 갈대가 꾸는 꿈 구름은 갈대가 꾸는 꿈, 잠과 잠 사이 그 조그만 틈 안에 놓아두고 온... 더보기
No U Turn 오늘은 어제와 내일 사이에 있는 그런 평범한 시간이 아니다. 내가 살아 숨쉬고 있다는 경이를 느낄 수 있는 내 생애의 단 한 순간, 바로 지금이다. 그런 순간들이 쌓여 내 시간이 되고 역사가 되고 나를 스스로 채워가는 긴 이야기가 된다. 미래의 덕목은 현실화되지 않은 추상, 무형의 시간이라는 것. 내가 꿈꾸고 만들 수 있는 - 결국 그것이 내 의지와는 상관없는 길로 가더라도 - 무한한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지만 지금 이 순간, 나를 가능하게 하는 실존의 현실은 그 거대함을 능히 앞서고도 남는다. 내가 여기 존재한다는 것, 그것을 자각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은 돌아갈 수 없는 길에 대한 기쁜 슬픔이기도 하다. 더보기
여기 있어줘요, 기린 아저씨. 가로등은 울고 있었다 여기 있어줘요, 기린 아저씨! 그녀의 입이 하얀 얼굴 속에서 병색 짙은 빨간 색으로 아물거렸다. 그러나 의족을 한 기린은 공허하게 울리는 발자국 소리와 함께 포도를 따라 건너갔다. 그의 뒤에서 아침 회색의 거리가 그 바위의 고독 속으로 다시 적막 하게 가라앉았다. 창의 문짝이 야옹 소리를 냈다. 그가 돌아보자 창유리 뒤에는 지 나치게 빨간 입이 있었다.기린 아저씨, 그 입은 울고 있었다. 「여기 있어줘요, 기린 아저씨」中에서 발췌 보르헤르트 산문집『이별없는 世代』, 민음사 中에서 더보기
비는 모든 것을 둥글게 만든다 비가 오는 창문 밖으로 고개를 내민다 투두둑 빗방울이 머리에 떨어진다 그대를 향한 날카로운 칼 거두지 못했던 부끄러움, 부드러운 자책과 연민으로 둥글게 바꿔지기를 기대한다 검은 구름 속 감춰진 물방울들, 돌개바람 속 천둥과 벼락은 결국 세상을 둥글게 만들기 위한 눈물이었음을 그 환한 슬픔으로 나를 건져올려주기를. 더보기
주점 종로2가, 뒷골목, 친구들, 8월 무덥던 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