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3. 많은 잠을 잔다, 혹은 깨어있으나 기억하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지.
올 겨울은 비가 많이 오지 않는다. 덥기까지 하다. 외투를 집어넣고 반팔을 다시 꺼내들었다.
사는 것은 그렇게 무언가를 꺼내고 다시 넣고 그러는 와중에 옷가지 사이에서 무심코 떨어지는 기억을 다시 주워올리는 일이다. 그러다 오래전 기억으로 한동안 슬픔에 흐느끼는 일도 있겠지.
314. 사람들을 자주 만나지 않는다. 너무 많은 일상에 기댄 탓이다. 짧은 이 수레바퀴에 만족하기 때문일까. 얼마전에 들렀던 천문대에서 그 오후의 나른한 햇살 사이를 날아다니던 미풍에 문득 너무도 편안한 마음에 나를 놓아버릴 뻔 했다. 너무 부드러운 그 바람은 모든 것들은 투명하게 만들만큼 아름다운 빛을 거느리고 지나갔다. 지나갔다, 그렇게 너무 짧은 순간. 生이 그렇게 항상 짧은 순간의 감정을 위해 많은 것을 버려야하는 것이다. 그렇지 못해 힘든 것이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257. 멍하니 군중 속에 앉아있을 때 웅성거리는 그 소리에 안도를 느꼈다. 무언가 나를 둘러싸고 있는 것이 안온한 느낌을 줄 때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은 모두 어딘가에서 모여 무언가를 하고 있다. 그것이 나와는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벌어지는 일들이었다. 어딘가를 떠돌아 다닐 때도 결국 강물 위를 흘러가는 나뭇잎처럼 그렇게 그 거리를 풍경을 부유하는 것이 우리의 일이다. 그렇게 흘러다니는 거리, 어디에선가 너를 만날 거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짧은 우연이 그렇게 삶을 송두리채 광풍의 소용돌이로 몰아갈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직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조금씩 하기 시작했다...
화양연화(花樣年華), 그 빽빽한 공기의 밀도. 숨막히는 치파오의 실루엣, 그 교차. 영혼의 불멸은 결국 덧없음과 다르지 않다는 의미. 때로는 그렇게 마음 속 어느 작은 구멍에 나지막한 숨결과 함께 비밀을, 기억을 불어넣고 돌아설 때가 있다. 어느 미동으로도 영원히 열리지 않기를 바라며, 아주 오랜 긴 잠을 꿈꾸기를...
Yumeji's Theme from "화양연화(花樣年華, In the Mood for Love,2000)" OST by Shigeru Umebayas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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