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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사전

두 편의 영화

   가끔 들르는 도서관에서 근간에 빌려본 두 편의 영화. Dear Hunter(1978, Michael Cimino)와 Taxi Driver(1976, Martin Scorsese). 예전의 기억을 되살려 보고파 빌려본 영화였는데 알겠지만 주인공이 모두 로버트 드니로(Robert De Niro). 베트남 전쟁에 대한 고찰이 그 기저에 깔려있는 영화들이지만, 감독의 성향 만큼이나 느낌은 많이 다르다. 

   디어헌터에서의 러시안 룰렛이 예전의 충격만큼 극적이지 않았고, 전쟁 장면은 조금 조악한 느낌까지 들었다. 하지만 그 기저에 깔려있는 우울함과 쓸쓸함...전쟁의 후유증이 인간의 존재성에 얼마나 많은 상처를 주었는 지 알려주고 있는 디어헌터보다 그 후유증이 사회계급의 모순과 만났을 때 어떻게 폭발하는 지 한 걸음 더 나아간 택시 드라이버가 내면의 성찰과 함께 반사회적인 성향을 더 많이 드러내고 있다.

   밤, 길거리에서 피어오르는 연기들, Rear View Mirror로 스쳐가는 풍경들. 끊임없이 반복되는 주제곡과 함께 투사되는 풍경들은 주인공의 내면을 통한 그런 의미망들을 지속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또 다른 영화. 콜레트럴(2004, Collateral/Michael Mann). 택시드라이버가 주인공인 또 하나의 영화. 택시 드라이버의 주인공 트래비스가 그러한 모순성의 정점에서 몸부림쳤다면, 콜래트럴의 택시기사, 맥스는 평온한 일상에 던져진 공포로 그가 꿈꾸던 일상들이 얼마나 쉽게 부서질 수 있는 것인지 깨닫게 된다. 곤경에 처한 주인공이 그걸 극복해내는 지극히 헐리우드적인 영화이긴 하지만, 살인청부업자 빈센트의 내면에 깃든 고독과 단절, 소통의 부재에 대한 고찰은 트래비스의 그것과 닿아있다. 
   빈센트의 최후는 블레이드 러너(1982, Blade Runner/Ridley Scott)의 로이(Rutger Hauer)에 대한 오마주다. 억수같이 내리는 비에 젖어 숙여진 고개...빗물이 흘러내리는 로이의 얼굴이, 빈센트의 얼굴이 천천히 떨구어질 때, 그들의 존재성에 대한 상처와 고민은 그렇게 끝나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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