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잠 자던 가로등
투덜대며 눈을 뜨고
건넛집 옥상 위
개운하게 팔다리를 흔들며
옥수수 잎새
낮 동안 이고 있던 햇살을 턴다
놀이에 지친 아이들 잠들고
한강을 건너온 달빛
젖은 얼굴로
불 꺼진 창들만 골라
기웃거린다 안간힘으로 구름을 밀며
바람이 불고
일터에서 돌아오는 남도의 사투리들
거리를 가득 메운다
하나 둘 창마다 불이 켜지고
소스라쳐 빨개진 얼굴로
달빛 뒷걸음친다
비로소 가는 비 맞은 풀잎처럼
생기가 돈다, 마포 산동네
「마포 산동네」
이재무 詩集 『온다던 사람 오지 않고』(문학과지성, 1990)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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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에 그를 만난 적이 있다. 어렴풋한 기억이 그의 얼굴을 희미하게 그린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지났다. 시간은 결코 공리적이거나 정의롭지 않다. 개인의 시간, 또 공간의 시간은 상대적이다. 그의
시간과 나의 시간은 결코 등가적이지 않고, 산동네도 도심의 시간도 결코 동일하지 않다. 그런 다른
시간들이 삶을 공간을, 그 의미들을 다르게 하는 이유 중의 하나이다...
지난 여름 @ 서울, 창신동
이재무 詩集 『온다던 사람 오지 않고』(문학과지성, 1990)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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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에 그를 만난 적이 있다. 어렴풋한 기억이 그의 얼굴을 희미하게 그린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지났다. 시간은 결코 공리적이거나 정의롭지 않다. 개인의 시간, 또 공간의 시간은 상대적이다. 그의
시간과 나의 시간은 결코 등가적이지 않고, 산동네도 도심의 시간도 결코 동일하지 않다. 그런 다른
시간들이 삶을 공간을, 그 의미들을 다르게 하는 이유 중의 하나이다...
지난 여름 @ 서울, 창신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