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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과나무

흑백사진을 찍었다


  자꾸 뒤를 돌아보는 사람이 있다 그가 강을 건너온 것은
옛날이었다 옛날은 다시 돌이킬 수 없으므로 스스로 늙어
자폐되었다 언제였던가  꿈결처럼 다가왔던 저편의  강가
그때 비로소 강가에 이르렀을 때 꽃과 나무와 새들의 시간
이 과녁처럼 가슴을 뚫고 멀어져갔으며 낡고 바래어 희미
해졌던 전생의 아수라 같은 삶들이 너무나 완강한 흑백으
로 뚜렸해지던

  누가 등뒤에서 부른다 강에 이르는 길이 저기쯤일거다


                       「흑백사진을 찍었다」
                        박남준 詩集『다만 흘러가는 것들을 듣는다』(문학동네, 2000)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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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일들이 혹은 낡은 일기장이 문득 길을 막는다 바람이 분다 나는 너무나 뚜렷이 그 일을
기억하고 있다 파문으로 혹은 추억으로, 불러도 좋을 일들이라고 무심히 말하는 너의 정수리에
환한 햇살을 박아넣고 싶다. 나는 한없이 투명했다. 그렇게 또.박.또.박. 다시 얘기해주고 싶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너에게...


사진은 Dorothea Lange"Migrant Daughter(1936): Daughter of Migrant Tennessee Coal Miner Living in American River Camp near Sacramento, California"다시 찍은 사진...
원본 사진은
여기 


두번 째  You've got to hide your love away by the Beat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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