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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의정원

목신의 오후

 

255.

서걱거리는 모래. 슬픔은 왜 소리가 날까
식물들이 발을 모으고 울음 우는 동안 지금 이 시간은 무슨 소리가 될까 생각을 한다
손을 뻗어도 잡히지 않을 무엇으로도 명명하지 못할 그런 거리에 대한 슬픔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고 그대를 생각할 때 
지치지 않는 마음의 끝
그대는 어떤 소리가 되어 슬픈 모래들 사이를 날아갈까

 

 

102.

너는 이제 내 시간에서 사라진다. 몇 달전 네게 받은 전화가 마지막이었다는 것도, 서두없었던 너의 목소리도, 성의없었던 내 응답도 이제 사라질 것이다. 너는 그랬다. 느닷없이 나타나 모두를 놀라게 하고 즐거운 시간으로 우리의 혼을 빼놓고 또 느닷없이 사라지곤 했다. 그렇게 멋있었던 너의 청춘도 시간 속으로 사라지고 너의 거칠었던 날들도 이젠 평온해졌다. 겨울이 지나고 꽃이 피고 보리가 익어가는 시간에도 너는 이제 없겠지만 너는 나를 기억할까. 내가 태워버린 너의 詩들은 시간을 거슬러 우리의 청춘을 너에게 들려줄 것이다, 환했던 우리들의 시간들 사이로. 

 

 

356.

햇살이 따뜻하다. 고요하고 환한 오후.

 

 


내가 꿈에 취했던가?


오래된 밤의 무더기처럼 쌓인 내 의혹은

마침내 무수한 실가지로 변하고
현실의  무성한 숲만 그대로 남아

증거 하듯 알려주는 것은 오호라!

나 혼자만의 상상으로 득의만면이던 
장미꽃밭의 과오

 

      - 말라르메 '목신의 오후' 중에서

 


 

 

드뷔시 (Debussy) | 목신의 오후 전주곡 (prelude a l'apres-midi d'un faune) by 코리안 심포니 오케스트라, 지휘: 마티외 에르조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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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아 | Going Home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지는 햇살에 마음을 맡기고
나는 너의 일을 떠올리며
수많은 생각에 슬퍼진다

우리는 단지 내일의 일도
지금은 알 수가 없으니까
그저 너의 등을 감싸 안으며
다 잘될 거라고 말할 수밖에

더 해줄 수 있는 일이
있을 것만 같아 초조해져
무거운 너의 어깨와
기나긴 하루 하루가 안타까워
내일은 정말 좋은 일이
너에게 생기면 좋겠어
너에겐 자격이 있으니까
이제 짐을 벗고 행복해지길
나는 간절하게 소원해 본다

이 세상은 너와 나에게도
잔인하고 두려운 곳이니까
언제라도 여기로 돌아와,
집이 있잖아, 내가 있잖아
내일은 정말 좋은 일이
우리를 기다려 주기를
새로운 태양이 떠오르기를
가장 간절하게 바라던 일이
이뤄지기를 난 기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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