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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사전

The Irishman (2019)

 

마틴 스코세시 감독의 2019년 영화, The Irishman.

 

영화는 찰스 브랜스의 논픽션 <I Heard You Paint Houses (Paint House는 청부살인을 뜻하는 마피아 은어이다)>를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미국의 유명한 노동운동가이자 전미트럭운송노조인 팀스터스 (International Brotherhood of Teamsters)의 노조위원장이었던 지미 호파(Jimmy Hoffa) 실종사건을 다룬 영화이다. 20세에 트럭운전노동자 파업에 참여하면서 노동운동에 투신했던 그는 강력한 카리스마와 뛰어난 협상력으로 노동자들의 우상이 되었으며 팀스터스의 위원장이 되면서 10만명의 노조를 230만명으로 키울만큼 대단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문제는 그의 목표가 노동자들의 권익향상보다는 노조의 이익을 위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며, 노조의 이익을 위한 일이라면 마피아와 손잡을 만큼 불법적인 행위를 서슴치 않았다는데 있었다. 그런 그가 1967년 사기혐의로 기소되어 4년 동안 감옥에 갔다가 가석방된후 다시 노조위원장 자리를 되찾는 과정에서 마피아와 기존 노조권력과의 갈등을 일으키고 있었다. 그러다 1975년 갑자기 실종된후 현재까지 미제 사건으로 남게되었다. 영화는 마피아의 권력이 어떻게 정치와 연결되어 있었는지를 지피 호파를 비롯해 케네디 대통령 암살(매인 플롯은 아니지만)  등의 사건을 한 남자의 시선을 통해  다루고 있다.

 

 

무엇보다 영화의 백미는 스코세시 감독의 페르소나였던 로버트 드니로와 영화 Casino(1995)이후 24년만에 다시 뭉쳐서 만든 마피아영화 (영화 카지노를 끝으로 스코세시의 페르소나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로 바뀌었다)이자, 조 페시(카지노에도 출연했다) 그리고 알 파치노, 하비 케이틀까지 거장들이 모여서 만든 대작이라는데 있다.

 

영화의 내용은 스코세시 감독의 다른 영화 <좋은 친구들(Goodfllas), 1990>(이 영화도 로버트 드니로와 조 페시가 주인공!)처럼 과거를 회상을 통해 주인공이자 마피아 러셀의 히트맨이었던 프랭크 시런의 일생을 좇아간다. 아일랜드 출신의 이민자였던 그가 고기 배달부에서 어떻게 마피아가 되었고 지미 호파와 만나게 되면서 노조지역위원장까지 하게 되었는지 그런 그가 왜 지미 호파를 죽이게 되었는지를 그리고 있다(실제로 프랭크 시런은 2003년 83세로 사망하기 전에 자신이 호파를 죽였다고 자백했지만 FBI는 증거를 찾지 못해 기소되지 않았다)

 

 

영화는 스코세시 감독의 기존 영화들과 비슷한 관점에서 등장인물들을 훑어간다. 그의 관점에서 미국은 추악한 현실, 피로 얼룩진 과거 위에 세워진 나라일 뿐이다. 그런 과정에서 마피아를 미화하거나 동정할 여지는 없다. 프랭크의 독백으로 이어가는 중간중간 나타나는 인물들의 소개는 스틸컷으로 멈춰지며 그의 이름과 사망연도, 사망정황(어디서 어떻게 죽었나하는 것들에 대한) 등을 내용을 자막으로 냉정하게 알려줄 뿐이다.

 

지미 호파의 실종을 다루는 후반부에서부터 결말까지는 이 영화는 스콜세시의 모든 마피아 영화들에 대한 마무리이다. 

말 한마디로 권력을 움직이던 러셀도 토니도 감옥에서 초라하게 살다 죽었다. 모두가 죽고난 후 홀로 남은 프랭크가 마지막으로 삶의 의미를 확인하고자 하는 장면은 꾿꾿하게 살아남은 자의 마지막 이야기, 늙고 노쇠해진 마피아가 어떻게 세상에서 사라지는 지를 냉정한 시선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것은 그의 영화에 등장했었던 그리고 살아남았던 모든 갱들을 위한 送言이다. 본인의 정의와 삶을 위해 양심의 가책따위는 버렸던 프랭크가, 자신의 삶의 우정과도 같았던 지미까지 죽이고, 결국 지미 호파의 실종에 관한 마지막 진실에 대한 호소조차 외면하는 그에게, 가족은 이미 멀어져 소외되고 뒤늦게 종교에 의지하며(그렇지만 끝까지 신부에게 고해성사는 하지 않는다) 삶의 의미를 찾는 그의 손짓은 공허하게 느껴진다. 

 

그것은 결국 우리 모두의 이야기, 어떻게 태어나고 어떻게 죽는지는 알 수 없으나 어떻게 살고 또 어떻게 삶을 정의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지, 그리고 이 세상에 무엇을 남길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일 것이다. 마지막 장면에 열린 문틈의 어둠을 바라보던 프랭크의 시선은 그가 딸에게 삶의 의미를 당위를 설득하지 못하는 것처럼 나의 삶에 대한, 그 삶의 가치에 대한 확신이 결여된, 그럼으로 해서 죽음에 대한 의미를 부여받지 못한 자의 슬픔일 뿐이다. 그것은 또한 나는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다.

 

 

De-againg기술(CG)을 통해 노장들의 20대부터 80대까지 연기를 가능하게 했지만, 조금은 한계가 느껴졌다. 청년과 중년은 구별이 쉽지 않았고 얼굴은 젊어졌으나 행동은 그리 나이처럼 민첩하지 않았다. 아마도 그들의 젋은 얼굴을 알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큰 괴리없이 이어지는 플롯의 연결에는 그리 불편하지는 않았다.

 

3시간 30분의 이 긴 영화의 진짜 의미는 노쇠한 거장들이 함께 한 아마도 마지막이 아닐까 싶은 마피아 영화이며, 그리고 이 영화를 통해 그들의 예전 영화들에 대한 마침표를 찍었다는데 있을 것이다.

 

영화는 11월 1일 일부 극장 개봉을 했고, 11월 27일부터 Netflix에서 공개되었다 (집에서 편안히 감상을...👉🏻👈🏻)

 

 

9월 27일 뉴욕영화제에서. 왼쪽 두번째부터 조 페시, 알 파치노, 마틴 스콜세지, 하비 케이틀, 로버트 드니로

 


Sound Track 도 스코세시 감독의 영화답게 좋은 노래들이 많다. 시작과 엔딩에 쓰인 The Five Satins의 "In the still of the night"을 비롯해 스윙의 대부, Glenn Miller의 "Tuxedo Junction", Percy Paith의 "Delicado"등이 쓰였다. 전곡은 아래에서 감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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