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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과나무

아몬드에 나를 더하라

 

 

헤아려라, 너를 깨어 있게 했던 고통스러웠던 것을, 

그것에 나를 더하라.

 

네가 눈을 떴을 때, 아무도 너를 쳐다보지 않았을 때, 내 너의 눈을 찾아

비밀스런 실 한 가닥 자으니, 

네가 잊지 않던 이슬은 그것을 타고,

누구의 가슴에도 이르지 못한 말씀이 지키는,

단지로 흘러내렸다.

 

그제서야 너는 너의 것인 그 이름 안으로 온저히 들어섰다,

당당한 걸음으로 너 자신을 향햐여 갔다,

너의 침묵의 종을 달아 둔 누각 안에서 채가 한껏 흔들렸다,

귀기울여 듣던 말이 너에게 와 닿았고,

죽은 것이 너와 어깨동무를 하고,

너까지 셋이서 너의는 저물녘을 지나갔다.

 

나를 고통스럽게 하라.

아몬드에 나를 더하라.

 

아몬드를 헤아려라」 
  파울 첼란 詩選
集 『죽음의 푸가』(청하, 1986) 中에서

 


파울 첼란은 아도르노가 비인간적이라고 금기시했던 아우슈비츠 이후의 독일 詩를 담담히 다시 써내려갔고 아도르노가 그의 격언을 다시 접게 만들었다. 살아남은 자가 아닌 타인의 죽음으로 삶을 되찾았던 그는 그의 문학적 고백을 통한 회개를 다하지 못하고 망상에 쫓기다 세느강에 몸을 던졌다. 그를 괴롭혔던 건 수용소에서 타인의 삶을 자신의 삶을 위해 희생시켰다는 죄책감으로서의 '살아남은 자'의 슬픔이었을까. 때론 뚜렷한 자기애로부터 만들어진 정당성으로 스스로를 보호하며 그런 슬픔을 삶의 목적성으로 치환한다. 종이 한 장보다 얇은 마음의 문제에서 그는 연약했을 것이고 결국 스스로를 혹독한 현실에서 지켜내지 못해 망상에 사로 잡혔을 것이다. 그의 그런 연약한 마음은, 금욕적인 시어와 함축된 투명함과 순수함으로서 독일 문학에 남았다.

 

집콕 5주째.

주말마다 비가 오고 비가 와도 별 문제가 없는 나는 비를 바라본다.

풍경은 평화롭고 소식은 여전히 사납다. 

이번 주는 아몬드에 나를 더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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