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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과나무

6月의 詩: 봄이 씌다

노랑꽃들과 분홍꽃들과 갈색 덤불 위에

너의 연록빛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평화롭고 우아한 여린 초록이

내 눈에 씌었다.

 

보도 블록에도 버스표 판매소에도

마주오는 사람의 얼룩에도 지나가는 버스에도 

건너편 유리벽에도 허공에도 하늘에도

너의 그림자가 어룽댄다.

세상이 너의 어룽 너머로 보인다.

 

그리고 이 소리는 무엇일까?

이것은 소리일까?

이 기분 좋은, 조용히 부풀었다가 잦아들고 하는

이 것은 너의 호흡

햇빛 속에 여려졌다 짙어지는

녹색의 현들.

 

오늘 나는 

온종일 상냥하다.

너의 그림자 속에서,

휘늘어진 너의 가지들은

햇빛 속에서 주의 깊고 온순하게 살랑거렸다.

내 마음은 그 살랑거림 속에서 살랑거린다.

 

너의 이파리들 속에 얼굴을 파묻고 

오래도록 너를 껴안고 싶다.

너의 여림과 고즈넉함이

나의 몸에 베일 정도로 오래도록.

 

삶의 상냥함과 온순함을 

꿈틀거리게 하는 봄나무.

 

 

  「봄이 씌다」 
     황인숙 詩全集
『우리는 철새처럼 만났다』(문학과지성, 1994) 中에서

 


어느 계절에도 사랑은 지지않고 가슴 한 켠에서 피었다 지고 또 다시 피어난다. 삶의 진정한 목적성을 염두에 둔다면 사랑만큼 가열찬 원동력은 없으리라. 그리하여 추운 계절에도 손이 시리지 않는 너의 온기가 환한 빛이 되고 이 험한 시절에도 벌은 날고 꽃은 피어 열매를 맺듯 사람의 일로서 가지런한 질서가 된다. 사랑은 봄날 흩날리는 벚꽃잎이나 노랗게 물든 은행잎이나 나뭇가지 휘어지게 쌓인 눈으로 우리 앞에 상냥하고 온순하게 날아다니며 아름다운 세상에서 우리를 아름답게 한다.


 

 

곰지락

곰지락

    너랑

        나

    서로

사랑해

 

 

공부하고 일하고 영화보고 음악을 듣고 숨을 쉬고, 가끔 외출하고.

집콕 12주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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