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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과나무

3月의 詩: 생각날 때마다 울었다

 

 

 

그 젊은이는 맨방바닥에서 잠을 잤다

창문으로 사과나무의 꼭대기만 보였다

 

가을에 간신히 작은 열매가 맺혔다

그 젊은이에게 그렇게 사랑이 찾아왔다

 

그녀가 지나가는 말로 허리가 아프다고 했다

그는 그때까지 맨방바닥에서 사랑을 나눴다

 

지하 방의 창문으로 때 이른 낙과가 지나갔다

하지만 그 젊은이는 여자를 기다렸다

 

그녀의 옷에 묻은 찬 냄새를 기억하며

그 젊은이는 가을밤에 맨방바닥에서 잠을 잤다

 

서리가 입속에서 부서지는 날들이 지나갔다

창틀에 낙과가 쌓인 어느 날

 

물론 그 여자가 왔다 그 젊은이는 그때까지 

사두고 한 번도 깔지 않은 요를 깔았다

 

지하 방을 가득 채우는 요의 끝을 만지며

그 젊은이는 천진하게 여자에게 웃었다

 

맨방바닥에 꽃무늬 요가 펴졌다 생생한 요의 그림자가

여자는 그 젊은이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사과나무의 꼭대기,

생각날 때마다 울었다

 

 

생각날 때마다 울었다」 
  박형준 詩集『생각날 때마다 울었다』(문학과지성, 2011) 中에서

 

 


 

 

    어긋나는 것만이 사랑이랴.  삶의 질서와  나의 정의(定義)는  늘 한 뼘씩  어긋나곤 한다. 

하루를 끝내고 돌아오는 시간은 그렇게 회한과 반성의 순간들을 맞는다. 나는 나일 것이고

너는 너일 것이니 오롯이 놓아둔 마음도 그렇게 기우뚱 기울고 만다. 한뼘의 시차와 시절의

서러움이 먼 기억이 될만큼 걸어온 길을 돌아볼 때  그렇게 천진하게 울음우는 나를 물끄러

미 바라보는 너는 거기 있어라.

 


 

 

 

Rienzi에서의 아침


Rachmaninoff Concerto No. 2, Op. 18 in C Minor: Adagio sostenuto | Evgeny Kiss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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