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다른 골목을 돌아설 때면
불현듯 네가 오는 소리가 들렸다
너는 불우한 약속처럼 돌아왔다
이처럼 어설픈 아픔도 그리움이 될 수 있던가
아픔은 흉터처럼 또렷해서 상처나 기쁨이 되기도 하지만
나는 자주 돌아오는 것에 대한 확신을 잃었다
봄에 피는 꽃들은 무슨 소리로 말할 수 있을까
한밤중이 지나면 소문처럼 네가 피었다
네가 그리울 때만 나는 환했다
「목련이 필 때면」
박찬호 詩集『나는 네가 그리울 때만 환했다』(문학의전당, 2019) 中에서
어긋나는 건 시간 뿐일까. 스치듯 지나가는 모든 사람들.
너와 내가 어긋나고 있다면 그것은 시간을 잘못 읽은 탓이다.
그래서 그대와 나는 여기 다른 시간에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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